김정권의 시

04. [詩] 잔 해(殘 骸)

profkim 2020. 3. 7. 13:25




[] 잔 해(殘 骸)


 

 

  

강하고 큰 힘에 떠밀려 뚝 밑에 방치된 너

비바람이 몰아치고

모래 먼지가 흩날리어

앞을 가늠할 수 없었던 날도

이곳에 내동댕이쳐질 때도

아무 저항도 하지 않은 너

 

자연의 흐름에 묵묵히 순응한 너

그 화려한 옛 모습 사라지고

의연히 이곳에 자리한 너

초라한 잔해

 

태평양 큰 바다 한눈에 바라보고

506070년을 키워온 네 거구

바다에 오가는 배들을 호령하던 너

그리고 미소 짓던 너

 

어느 날 갑자기

벌목꾼들의 날카로운 톱질이 가해지고

그 화려한 일생은 끝을 내었다.

 

그리고

밀려드는 바다의 숨결은 너를

그 밑부터 파 내려갔다.

그리고 겨우 버티고 있던 너를

표류하게 하였다.

 

세차게 흐르는 조류를 이기지 못하여

너는 방황했다.

그리고 큰 폭풍이 부는 어느 날

너는 그 큰 힘에 밀려 이곳에 안착했다.

 

그리고 고즈넉한 너

잔해

 


  

詩作 노트: 미국 서부 태평양 해안에는 나무 잔해가 많이 떠밀려온다.

Gray Land, Wa. Beach Viewrazor clem을 잡으러 갔다.

거목 뿌리 잔해는 노년을 보내는 나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믿음 안에서 얻은 자유는 얼마나 평화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