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믿음에서 오는 자유

profkim 2019. 9. 27. 19:59

믿음에서 오는 자유

  

 

요사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초가 의미 있는 날에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특별히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초가 어둠을 밝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하긴 그 시절 초를 켤 수만 있으면 상당한 수준의 생활을 하는 경우였고 대부분의 국민은 석유 호롱불을 사용하였다.

십 수 년 전 학부 재학생인 수녀님으로부터 부활절 선물로 멋있게 꾸며진 초를 몇 자루 받았다. 나는 딸에게 그것을 선물로 주었는데 이 초는 지금도 딸애 피아노 위에 장식품으로 놓여 있다. 피아노 위에 있는 초는 애초에 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장식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초를 볼 때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저 초에 불을 붙여 타게 할 수 있을까?

초에 불을 붙이는 사람은 분명 초가 탈 수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일 것이다. 초가 불을 밝히며 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도 그 초에 불을 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초가 탈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초에 불을 붙이게 한다.

믿음은 초로 하여금 그 본래의 사명을 다하도록 한다. 인간 교육에서 믿음이 사라지면 교육은 허구일 것이다. 학생의 인격, 그의 능력, 그의 특수 재능 등 학생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믿어주는 교사와 부모가 있을 때 자라나는 세대에게 불을 붙여주고 그로 하여금 실존적 자아를 실현해 가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교육에서 학생은 믿음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진정한 인격적 교섭이 될 수 없으며 항상 허위에 차 있게 된다.

믿음이 없으면 모든 것이 깨어지고 사라진다. 개인의 인격, 가정, 사회 그 모든 것이 메마르고 생명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현존하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생명력을 높이는 것이다.

초가 탈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믿음만이 초의 생명을 활성화시킨다.

초는 누구를 위해서 타고 있는가?

많은 사람이 초는 사람을 위해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가 만들어진 목적은 타기 위해 만들어 졌고 초가 타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도 못하면서 항상 남을 위해 산다느니, 희생을 해야 한다는 말을 되씹고 있다. 진정으로 우리가 남을 위해서 살 수 있을까? 가족, 민족, 국가를 위해서 살 수 있을까? 사람은 살아야 하는 이유, 학습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자기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이유가 나에게 있을 때만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된다. 이유가 다른 사람 혹은 외적인 것에 있다면 인간의 행동은 나약하고 형식적이고 외형적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활동의 이유가 자신에게 있을 때에만 진지하고 열성적이고, 강력한 행동을 하게 된다. 교육은 그 행위의 이유를 학생들이 찾도록 도와주고 인도해 주는 것이어야 하며 모든 결정이 스스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사회는 지나친 경쟁의식과 형식주의에 빠져서 자아상실과 결과주의에 몰입하게 되어 자신의 존재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탈산업사회는 자아를 인식하고 정립하여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때이다. 그래서 교육은 학생 자신의 삶을 불사르고 삶의 목적을 실현해 가도록 학생을 도와야 한다.

초가 불이 붙어서 활활 타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가?

촛불은 어둠을 물리치고 광명을 가져오며 불안과 공포 그리고 부자유함을 물리치게 한다. 작은 불이지만 그것이 사위를 밝히고 이웃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주게 되는 것이다. 초는 인간을 위해 희생하지 아니하였고 자신을 위해 타고 있지만 그 결과는 주변에 많은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아를 실현하게 함으로써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참된 교육은 모든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고 실존적 자아를 실현하게 함으로써 이 세상의 모든 속박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의무나 권리로서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자신을 통해 규칙, 도덕, 윤리를 초탈하는 자유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자유인의 삶은 타인에게 무궁무진한 것을 줄 수 있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여는 힘이 그 속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