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포성(砲聲)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몇 달을 다녔다. 그날은 화창한 일요일이었다. 메가폰을 잡은 군인들이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군인들은 속히 귀대(歸隊)하라고 화급하게 외쳤다. 우리나라 국군은 일요일 외박을 했기 때문에 군대에 군인들이 없었고 이들에게 귀대를 알리는 사람들이었다. 라디오도 흔하지 않던 시절이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이북에서 처 내려왔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녘에는 은은하게 포성이 들려왔다. 군인들을 실은 트럭은 동대문에서 청량리 쪽으로 계속 군가를 부르며 나갔다. 세계 제2차대전을 치루기는 했어도 고공(高空)에 B 29가 나타나면 공습경보를 울리는 정도였지 우리나라에서 군인들이 총을 들고 나가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하루가 지나갔다. 날씨는 화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