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오리 이야기 3: 장한 오리 어미
올해 오월 말경 경산 남천(南川)의 오리가 부화하기 시작하여서 유월, 한 달 계속 오리 병아리가 부화했다. 내가 걷기 하는 시간에 이들을 관찰하였고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마음에 담는 시간이었다. 놀랍다.
초 여름을 맞으며 신비의 세계를 열어서 내게도 알게 하신 창조주께 감사드린다. 올해 오리 병아리의 부화와 성장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특히 첫째, 고아가 된 오리 병아리 5마리, 둘째, 알을 품고 있는 어미와 6월 17일 병아리가 부화하던 날의 흥분을 잊을 수 없고, 셋째, 5월 말 15마리 병아리가 부화해서 현재까지 14마리를 길러낸 어미 오리의 지혜, 투지,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이제 오리 병아리는 성체의 모습을 다 갖추었고 크기만 좀 더 자라면 어미와 같이 될 것 같다. 나는 조류학자도 아니고, 동물을 전문하는 사람이 아니다. 시민으로서 현상을 관찰하고 그 수준에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러니 그 수준을 가늠할 것이다.
내가 경산 남천의 걷기 지역은 남천 서안(西岸) 걷기 트랙 0km에서 출발해서 1.4km 지점에서 징검다리를 건너서 동안(東岸)으로 내려와서 징검다리를 건너오는 코스이다. 대략 3km 정도의 거리가 된다. 이 구간에서 일어난 일들이 내 관찰 지역이니 이 역시 한계를 갖게 된다.
이미 소개한 바가 있는 고아 병아리 5마리 이야기와 알을 품은 어미를 관찰하고 6월 17일 5마리의 병아리를 부화해서 둥지에서 떠나는 모습을 소개한 바가 있다.(https://enjoytoo.tistory.com/437) 오늘 소개하려는 15마리를 부화해서 14마리를 길러낸 어미 이야기를 함으로써 오리의 성장 과정을 대략 가늠하게 되리라 믿는다. 다행히 이들은 내 걷기 구역에서 거의 50여 일을 보내고 있어서 제일 자주 만난 가족이었다.
오늘 이야기의 주 대상은 2024년 5월 26일 처음 관찰된 병아리 15마리를 거느린 어미의 이야기이다. 처음 관찰한 것은 부화 하루쯤 되었을 때이다. 남천에서 부화한 병아리 수로는 최고였다. 올해 남천에서 부화한 병아리는 한 마리에서 열다섯 마리 사이였다. 5월 말에 부화한 병아리는 이제 성숙단계에 이르렀다. 오리는 2개월이면 거의 다 자라는 것 같다.
오월 말경 남천의 오리 병아리가 부화한 것이 관찰되었다. 처음 관찰은 5월 26일이었는데 이날 몇 가족을 만났다. 제일 인상 깊었던 가족은 오늘 소개하려는 병아리 15마리를 거느린 어미였다. 어미에게는 초조함, 불안함 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조그만 위험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갓 부화한 병아리는 가장 취약한 상태이니 당연하다.
그다음 날도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관찰되었는데 하룻밤을 무사히 넘겼다. 갓 부화한 병아리라도 휴식 시간에는 병아리들끼리 모여 서로 의지하고 어미는 그 옆에서 주변의 위험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거의 모든 병아리 가족에게서 보인 양상(樣相)이다. 그러나 어미의 신호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다.
부화하고 일주일 후의 병아리 모습은 무척 자란 모습이었다. 먹이 활동 역시 적극적이고 활달한 모습이었다. 이 어미는 지혜가 있고, 투지가 있고, 도전적이라 보였다. 어린 새끼들을 좀 더 빠르게 흐르는 물에서 자라난 수초를 먹도록 하였다. 이런 현상은 관찰될 때마다 비슷했다. 빠르게 흐르는 물에서 자라난 수초가 더 신선하고 영양가가 풍부하다. 어린 것들이 빠른 물살을 잘 극복하면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른 어미와는 비교가 되었다.
이 어미는 새끼들을 잘 보살피면서, 좋은 먹잇감이 있는 곳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도전하게 하는 투지를 갖고 있었다. 좋은 어미라고 생각된다. 대부분 어미가 부화 4주 정도 되니까 새끼를 떠났다. 그래서 병아리들끼리 모여 다니고 먹이 활동을 하는데 이 어미는 오늘까지도 새끼들과 같이하고 있다. 모성애가 강하다 할까! 이런 덕에 병아리들은 아주 잘 자랐고 건강하다.
이 가족이 부화 5주쯤 되었을 때 휴식하는 장면을 관찰하게 되었다. 강변 좁은 공간에 새끼들이 모두 올라와서 몸단장하면서 14마리 병아리가 여유를 즐겼다. 어미는 한편에 서서 위험에 주시하면서 새끼의 안전을 돌보고 있었다. 이때쯤에는 다른 어미는 새끼 곁을 떠난 뒤였다.
병아리가 부화하고 40여 일, 6주쯤 되었을 때 이 가족은 거의 다 성장한 모습으로 새벽 시간에 걷기 트랙인 둔치에 올라와서 휴식하면서 몸단장을 하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어미에게는 아무 두려움도 없었고 걷기 하는 사람들이 이 병아리 가족을 모두 피해서 지나갔으나 어미는 동요하지 않았다. 새벽 먹이 활동을 끝내고 휴식하는 시간이다. 무엇이 어미로 여유를 갖게 했을까?
이제 처녀와 총각이 된 청년 오리들은 몸단장을 열심히 하고 성체로서 자기 갈 길을 준비하겠지, 어미의 보살핌으로 잘 자란 이들은 남천을 풍요롭게 하는 어엿한 구성원이 될 것이다.
남천의 겨울은 철새들로 떠들썩하다. 그러나 봄이 오고 여름으로 접어들면 한산한 편이다. 이 빈자리를 오리 가족이 채워준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다. 질서정연한 자연을 교란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여서 지구가 위기에 직면했다. 이 위기는 인간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같이 당하게 된다. 사람이 저질은 잘못으로 지구에 대재앙이 온다면 참으로 송구한 일이다. 이런 잘못을 저지른 주역은 선진국, 잘사는 상위층이며 이로인해 지구의 재앙이 오고 있다. 남천의 오리가 오래도록 병아리를 부화할 수 있도록 자연을 지켜야겠다.
2024년 7월 9일(화)
Ⓒ 2024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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