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오리 이야기 2: 어미 잃은 오리 병아리
내가 남천에서 오리 병아리를 목격하고 3주가 지났다. 그간에 오리 병아리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어미는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돌보고 있어서 그 사랑의 원천이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게 한다. 야생에서 어미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 것이다.
새벽 걷기 시간에 어미가 없는 오리 병아리 5마리를 발견했다. 어미 잃은 5마리의 오리 병아리를 처음 발견하고 무척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생존이 가능할까? 어미가 없으면 먹이 있는 곳, 먹는 방법,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을까?
처음 어미 없는 오리 병아리 5마리를 관찰한 것은 6월 6일이었으니까, 부화하고 약 10일쯤 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6월 17일 다시 발견했으니 11일 뒤이다. 5마리가 모두 건강하게 생존했고, 먹이 활동과 유영(遊泳)도 아주 완벽히 잘하고 있어서 무척 안도했다. 그간 무척 커졌다. 어미가 있는 4마리 병아리의 성장과 비교해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것 같았다.
고아 오리 병아리는 요즘 부화한 병아리에게는 위협적 존재가 될 정도로 커져 있었다. 오늘 발견한 이들의 유역(流域)에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아리와 어미 오리가 있었는데 그 어미가 신경 질적으로 이들 고아 병아리를 쫓아내어서 그 새끼에게 위협적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천엔 지금도 알을 품은 어미 오리가 있어서 오리 병아리가 거의 한 달간 생산되는 것 같다. 그래서 먼저 부화한 병아리는 벌써 중병아리가 되었고 지금 태어나는 것은 아주 어리다.
어미 잃은 병아리가 어떻게 생존했을까? 잘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추론을 할 수 있었다. 자연에서 어미 없이 새끼가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깊은 관심을 끌게 되었다.
첫째는 부화해서 어미가 살아지기 전에 며칠 사이에 기본 생존 법칙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오리의 먹이가 주로 수생식물이어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맹금류나 맹수의 새끼는 어미가 사라지면 거의 생존할 수 없다. 먹이가 없으니 굶어 죽게 된다.
셋째, 오리를 위협하는 상위 포식자가 남천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경계심은 놀라웠다. 어미가 있는 경우 병아리는 좀 더 여유로워 보이지만 이들 고아 병아리는 조금도 긴장은 푸는 것 같지 않았다. 이들에게 안전지대로 수초가 있다는 것도 좋은 조건이었다고 생각된다..
넷째, 병아리의 리더가 무척 영리했다고 본다. 리더를 중심으로 항상 일사불란하게 행동하였고, 무척 반응이 빨랐다. 내가 처음 발견하고 촬영할 때도 순식간에 뚝 휴식처에서 물로 도피했고, 수초 사이로 숨어 들어갔다. 5남매라는 것도 무척 유리했을 것으로 본다.
요즘 부화하는 오리 병아리는 지각생이라 하겠으나 많이 부화한다. 대체로 6월까지는 부화가 이루어질 것 같다. 며칠간 관찰하던 알을 품은 어미 오리에게서 오늘(6월 17일 월) 저녁에 병아리 5마리가 부화했다. 놀라운 생명의 신비라 하겠다.
알을 품은 어미가 6월 11일 처음 관찰되었는데 한자리에서 계속 알을 품고 있었다. 강렬한 태양 아래, 비가와도, 밤에도 낮에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더러는 구경꾼들도 경계해야 했다. 무슨 힘이 어미 오리를 이렇게 강인하게 했을까? 도무지 믿기지 않는 힘이 그를 지배했겠지, 어떤 위협에도 요동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게 한 힘은 어디로부터일까!
오늘(6월 17일 월) 새벽 알을 품고 있는 어미를 관찰했고, 저녁 걷기 시간, 저녁 6시를 조금 지나 이 자리에 와서 상황을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놀랍게도 초롱 같은 눈을 가진 5마리의 병아리가 그 어미 곁에 옹기종기 모여있지 않은가! 나는 넘치는 기쁨으로 조심조심 촬영하려 하니 어미는 벌써 알아차리고 부랴부랴 새끼를 데리고 물로 피해 들어갔다. 새끼들은 어미의 신호에 따라서 아주 빠르게 이동했다. 어미는 그렇게 떠나지 못하던 자리를 버리고 새끼와 같이 물로 도피한 것이다. 신비이지, 어미와 병아리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기도한다.
생(生)과 이별(離別) 그리고 남은자들의 투지(鬪志), 그리고 생존(生存)과 번영(繁榮) 그 모두가 자연의 법칙에 따르고 자연은 질서정연하게 순환하게 한다. 겨울 철새가 떠난 남천은 이제 새로 태어난 생명체로 꽉 차게 될 것이다. 철새가 떠난 자리를 새 생명이 메꿔주겠지!!!
2024년 6월 17일(월)
Ⓒ 2024 J. K. Kim
[보내온 이미지]
아래 사진은 동서변 사이 금호강 줄기에 새끼들과 어미가 잠자는 모습을 저녁 9시경 산책하는중 찍은 것입니다. 이승주(은퇴 교장,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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