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서드에이지 가족들의 이산(離散)
어제 내린 비로 이팝나무 꽃이 많이 떨어져서 길에 하얀 쌀밥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한쪽에서는 오월의 여왕 붉은 덩굴장미가 꽃 피기 시작하여 오월을 연다. 캠퍼스는 그런대로 싱그러움과 생명력이 넘치고 있다. 그동안 늦잠을 자던 목 백일홍은 사월 중순이 지나서 기지개를 켜고 잠에서 깨어났다. 죽은 나무 같았는데 새순이 돋아나니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오묘한 창조주의 섭리를 피부로 느낀다.
연못의 동면하던 잉어도 잠에서 깨어났고 이제서서히 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M교수는 매일 건빵 한 봉지를 들고 이른 아침 연못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을 불러낸다. 신호를 보내면 그들이 모여온다. 그리고 몇 개씩 건빵을 던져주면 경쟁하듯이 건빵을 건져 먹는다. 이렇게 해서 캠퍼스의 아침은 활기차게 열린다. 이에 반해 입주 회원들의 심경(心境)은 많이 위축되어있다.
The-K서드에이지는 2007년 문을 열었고 2021년 3월 24일에 올해 8월에 문을 닫겠다고 입주 회원에게 통보 해왔다. 예상한 일이지만 막상 일을 당하고 나니 회원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하게 되었고 무책임한 빌리지폐쇄 발표에 대해 반발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2021년 12월까지 4개월간 기간을 연장하고, 약간의 보상금과 이주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알려왔다. 회사 측으로서는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이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입주 회원들의 심리적 갈등과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사이 회원 간에는 “어디로 정하셨는지요?”라는 인사가 보통이다. 새로이 갈 곳에 관한 관심이 커가는 증거이다. 떠나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고 분위기는 설렁하다. 이런 분위기는 사람 마음을 초조하게 만든다.
입주민들은 새로운 둥지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에 따른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입주 회원들은 연세가 높은 편이다. 나이 들면 자신감이 줄어들고 젊은이가 갖는 패기가 살아진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막연하지만 불안하다는 점이다. 근래 말을 잃은 분들, 식욕이 떨어진 분들, 밤잠을 이룰 수 없는 분들의 호소가 잇달고 있다. 이런 증상이 없는 분들이라도 불안한 심리를 숨길 수는 없다.
구십이 넘은 어느 여자 회원은 큰 걱정을 하게 되었다. 십 년 이상 벗하고 살던 이웃과 헤어져야 한다는 문제, 자매처럼 지내던 분들이 삶의 지팡이 역할을 해 주었는데 혼자 떨어져 가시면 누가 이런 일을 해 줄 수 있을까? 아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 보기에 민망하다.
The-K 서드에이지에 들어와 사는 동안에 치매 증상이 진행됐는데 이런 분들을 받아줄 시설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분들은 갈 곳이 막연하다. 이외에도 거동이 불편해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실버타운에서는 이런 분들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은 입주자가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입주해서 사시면서 생긴 문제는 허용하고 있지만 신입 회원으로는 받지 않는 것이 현 실정이다.
어떤 경우 이주하기로 정한 곳에 2021년 12월까지 입주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갈등도 크다. 가기야 가겠지만 매우 불안하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금년 12월 이후는 산하 호텔에서 숙박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비교적 발 빠른 분들은 이곳저곳 갈 곳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계약을 하신 분들도 있고 벌써 이사를 하신 분도 있다. 입주민의 형편에 따라서 어떤 분은 가평으로, 고창으로, 김천으로, 대구로, 대전으로, 동해로, 부산으로, 서울로 이주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않아서 이웃사촌들은 먼 곳으로 떠나서 이별하게 되었다. 좋은 이웃으로 사시던 분들이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 회사 운영이 잘되었다면 이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아주 아쉽다.
그동안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 직원들도 가야 할 길이 막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공제회의 산하기관이 많으니 회사에서 성의를 가지고 이직(移職)시켜주기를 바란다. 더케이서드에이지 직원들은 성실하게 일해 왔으며 입주민에게 친부모를 모시는 것같이 친절하게 대해왔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해 왔다. 이분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픔 가운데 하나이다. 거대 한국교원공제회의 책임 있는 조처(措處)를 촉구한다.
“만나면 헤어진다.”라고 하지만 해어지는 일은 아쉽다. 입주민 모든 분들과 모든 직원과 그 가족 위의 신의 은총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2021년 5월 5일 어린이 날
Ⓒ 2021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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