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아듀! The-K 서드에이지

profkim 2021. 5. 26. 15:44

                   [단상(斷想)] 아듀! The-K 서드에이지

 

 

 

 

The-K서드에이지의 초하

 

  오월 하순으로 접어들면 남도 논에는 물 데고 저녁녘 개구리 우는소리로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내가 듣기로는 그저 같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 같다. 무슨 애절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지, 벗과 희망에 찬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지 그들은 무척이나 힘차고 활기찬 대화를 나누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사는 내가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해왔다. 어렸을 때 이런 소리는 서울에서도 흔히 듣던 소리이다. 그러나 현재 도시 생활이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올해로 개구리들의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이 여섯 번째이다. 그러나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도 올해로 마지막인 것 같다. 지난 324일 더케이서드에이지 사장 일행이 와서 서드에이지 폐쇄 선언을 하고 2개월이 흘렀다. 입주 회원은 각기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고 있다. 아침에 이삿짐 차량이 문 앞에 서고 짐을 싣고,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떠나는 사람과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는 모습, 흔히 볼 수 있다. 이삿짐 차량이 나가는 길에는 덩굴장미가 한창 피어서 새 삶터에서 행복하게 지내시라고 축복을 하지만 아쉬운 모습으로 머리를 숙였다. 캠퍼스의 수목은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더하지만 떠나는 입주민들로 쓸쓸하게 보인다. 잘 조경된 캠퍼스라도 오가는 사람과 더불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삭막하겠지!

 

입주회원의 노작공간 텃밭

 

  오뉴월이 지나면 이제 입주회원이 많이 이주할 것이고 캠퍼스는 더 삭막해질 것이다. 캠퍼스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수년을 좋은 곳에서 살았음을 다시 느낀다. 평생 살려고 입주한 곳이 문을 닫으니 아쉬움이 많지만, 전능자는 우리를 어느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그곳이 어떠하든 마음을 붙이고 잘 적응하여 삶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년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건강을 잘 유지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가지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실 노년이란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태판단도 쉽지 않으며, 결단하기가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젊은 세대와 사회의 지원(supports)이 필요하다.

 

  탈현대 사회의 주요 지배 이론이 생태이론이다. 사람도 자연현상의 일부분이며 자연과 하나이어서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생존할 수 있도록 국가, 사회, 가족 그리고 모든 행정 조직은 지원해야 한다. 탈현대 정보사회의 사회정책의 키워드(key word) 하나를 들라 하면 당연히 지원(supports)이다. 이는 생존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 내포되어있다. 이는 물리적인 것, 경제적인 것, 사회적인 것, 심리적인 것 등이 포함된다. 좋은 사회, 질적인 사회, 복지사회의 수준을 정하는 기준은 어떤 지원체제를 가지고 이를 실생활에 반영하는가에 달려있다. 우리 사회가 수준 높은 사회로,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척도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캠퍼스의 오월의 여왕 덩굴장미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회원을 보면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든다. 더 활기차고 희망찬 떠남이 아니라 위축된 기분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곳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이 있다. 노년들에게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움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하여 노인에 대한 많은 정책이 입안되고 실현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 상황에서 어떻게 지원하여 평안한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 요원들은 실제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면 좋겠다.

 

  이제 좀 지나면 대부분 회원은 떠난다. 어느 분이나 새로운 거처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어느 곳에서든 개구리들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낭만에 젖는 시간을 가지며 심신이 풍요롭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생 말년에 풍요와 여유와 낭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십여 년간 한국교원공제회가 설립한 The-K서드에이지에서 불편함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도 좋았고, 시설설비도 최고였고, 서비스도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런 좋은 빌리지 인데 왜 문을 닫아야 했는가? 성찰하기를 바란다. 우리 같은 경영의 문외한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문을 닫게 한 변인(變因)은 여러 가지이겠지! 공기업이 갖는 일반적 행태는 오늘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거대 한국교원공제회를 믿고 입주한 회원들에게 준 실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당국자들은 회사 폐쇄를 결정했다고 통보하면 끝날 수 있지만, 입주회원에게 준 피해는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준 모든 직원에게는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도 갈 곳을 찾아야 하니 걱정된다. 신의 은총을 빈다. 이곳을 떠나게 된 모든 분이 강건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2021524()

2021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