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35. 나의 건강생활 1
못가에 오수를 즐기는 자라는 느긋하네
나는 팔십 대를 살고 있다. 비교적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 글은 나의 경험을 쓰려 한다. 사람이 무엇을 하게 될 때는 그에게 절실한 욕구가 있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거의 관리하지 않는다. 나는 젊은 시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절실하게 그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이다. 사람이 어떤 계기가 있을 때 건강을 관리하게 된다. 나는 특별히 건강을 관리하지 않고 살아온 편이다. 건강보조식품을 먹지도 않았고 보약 같은 것을 먹지 않았다. 그래도 병치례하지 않고 살았으니 건강하다고 생각된다.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산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서 믿음과 사랑이 나의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나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성경을 정독하고 정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거의 매일 컴퓨터에서 성경을 읽고 정리하였다. 많이 하는 날은 8시간 이상 컴퓨터에 앉아있었다. 물론 중간에 스트레칭이나 적절한 운동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생활을 한 지 삼 년여가 지났을 때 잠자리에서 다리가 절여 옴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세수할 때 허리가 아팠다.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걸으면 통증이 생겼다. 나이가 들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가, 나이 탓으로 돌렸다.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척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라고 하였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하라고 하였다. 의사의 지시대로 상당 기간을 했다. 지인의 소개로 서울의 정형외과 병원에 갔더니 시술(施術)을 하라 하여서 그리했다. 그리고 진통제를 받아 2주간을 복용했다.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것 같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정형외과 병원에서 주는 약은 주로 진통제이었고 치료제는 아니었다. 나이 들면 으레 그리 사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의 노년 6년을 보낸 The-K서드에이지
나는 2015년 실버타운에 입주하였다. 시설도 좋고 서비스도 좋았다. 식당에서 식사하고 동호회 활동하고 개인 생활을 즐기면 된다. 그리고 입주자 대부분이 노년이니 노년에 관한 정보를 많이 교환할 수 있었다. 사우나에서 교장으로 퇴임하신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내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자기도 나와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해결했고 2시간을 걸어도 문제가 없다고 하며 “걸으면 된다.”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C 교장도 처음 입주했을 때 캠퍼스 한 바퀴(약 600m)를 도는데 3번을 쉬었다고 한다. 이분의 조언에 나는 상당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걸어야 할 필요를 느꼈고 의지를 세우게 되었다.
걷기는 근육을 기르며 S자 몸매를 회복시키는 수단이다. S자 몸매가 회복되면 자연 디스크는 치유되겠지, 나는 이때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걷는 방법도 모르고 얼마를 걸어야 하였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실버타운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쳐주는 동료 입주자들이 나타난다. 한 번에 다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 저 사람의 조언이 모여서 어떤 맥락을 알게 되니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경험에서 얻은 실제적 지식을 배우게 된다.
나는 새벽과 오후에 걷는다. 먼동이 틀 무렵 3, 40분 걷고 오후에도 30분 정도 걷는다. 걷기 전에 스트레칭(stretching)을 하고 걷는다. 팔을 앞뒤로 많이 흔들고, 발꿈치로 땅을 딛고 발가락으로 땅을 찬다. 그리고 눈은 110도 정도로 약간 높이 보며 걷는다. 허리를 편 상태에서 약간 배를 앞으로 내민 기분으로 걷는다.
걷기는 이제 생활화되었다. 습관적으로 걷고 걷지 않으면 오히려 심신이 불편하다. 매일 13,000보 전후로 걷기를 한다. C 교장처럼 2시간 정도를 넉넉히 걸을 수 있다. 젊은 날처럼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인다.
나이보다는 열정과 꿈을 가지고 있으면 청춘이지
나의 하루 생활은 비교적 짜인 계획에 의해서 진행된다. 아침 5시에 일어나고 밤 10시에 잔다. 일어나면 기도시간과 걷기를 하고 식사하고 오전에 성경 읽기와 글쓰기를 하고 오후에 볼일들을 보고 볼일 없으면 글을 쓴다. 그리고 걷기를 하고 저녁 시간에 사우나하고 기도하고 잠자리에 든다. 매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한다. 나의 삶은 나 스스로가 자율조절(self regulation)을 하는 셈이다. 나는 이런 삶을 즐기고 있다. 누구나 삶을 즐기는 일이 중요하다. 세상에 무슨 즐거운 일들이 있겠는가! 힘든 일이 많지만, 내적 자아가 스스로 즐겨야 한다. 건강에 필수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많이 움직이되 천천히 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다를 때가 많다. 내 지인(知人) 중에는 서 있다가 넘어진 분도 있다. 넘어지는 것이 치명적일 때가 있다. 실버타운에서 거주하는 분들은 침대가 높지 않다. 낮은 침대에서 떨어 저도 아주 심한 골절상(骨折傷)을 입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팔에 골절상을 입으면 3, 4개월 걸리지만, 엉덩관절이나 넓적다리부에 골절상을 입으면 아주 오랜 시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고 더러는 소생하지 못하는 예도 있다. 발걸음을 조심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낮은 침대, 의자도 안전한 것, 주변의 위험 요소는 예방적으로 치워야 한다. 환경을 안전하게 바꾸고 행동을 한 스텝씩 늦추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내가 사는 곳에 둔치가 있어서 걷기에 아주 좋다. 둔치로 내려가는 길에 자연석으로 조성된 계단이 있는데 나이 든 사람, 어린이, 장애인에게는 위험하다. 넘어지는 것은 한 번인데 그 뒤의 일어나는 일은 너무 복잡하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할 수 없다. 나는 이 계단을 내려갈 때 아주 천천히 한 단씩 내려선다. 의자 차는 아예 다닐 수 없다. 시에서는 경사로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행정은 예측하여 시설과 설비를 해야 한다. 이런 것이 선진 행정이겠지, 민원이 생기고 사고가 난 후에 조처하는 것은 정부의 행정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선견적 행정을 기대하지만 우선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하는 것은 우리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2021년 7월 9일 Lacey, Wa
Ⓒ 2021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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