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38. 폐 허(廢 墟)

profkim 2021. 8. 15. 12:31

     베들레헴 철강(Bethlehem Steel Corporation)

 

 

 

폐허화된 베들레헴 철강(BSC)

 

 

 미국 펜실바니아주를 동서로 관통하는 I-78 고속도로 67번 출구로 나서면 베들레헴(Bethlehem) ()를 만난다. 시의 명칭에서 성서적 냄새가 물씬 난다. 이곳은 18세기 체코 보헤미아(Bohemia) 지방의 모라비아(Morabia)에 살던 사람들 즉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미국에 온 얀 후스의 주종자들이 이주 정착한 곳이다. 말하자면 신교 종교 개혁자들의 땅이다. 이들을 모라비안(Moravian)이라고 한다.

 

2. BSC 캠퍼스에 폐허화된 건물

 도시에 들어서면서 먼저 만난 것은 오래전에 머물러 선 거대한 제철소의 녹슨 거구(巨軀)이다. 첫인상이 폐허를 상상하게 되었다. 거대한 제철소가 폐허가 된 것이다. 마음에 안쓰러움을 안고 캠퍼스로 접근했다. 수만 명이 일하던 제철소가 적막하고 허물어진 건물들에서 을씨년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날씨가 좀 더워서 힘이 들었지만, 용광로와 송풍기가 있던 건물 등을 관광할 수 있도록 통로를 가설해 두어서 높은 계단으로 올라가서 그들이 게시한 역사 자료를 읽고 촬영할 수 있었다. 제철소에 관해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제철소의 시설이 이렇게 거대하고 복잡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 용광로 앞으로 설치된 관광객을 위한 통로와 설명문

 베들레헴 철강(Bethlehem Steel)은 산업이 활성화되던 1857년 베들레헴에서 철제조회사(iron making company)로 시작했다. 이후 회사 명칭은 베들레헴 아이론사(the Bethlehem Iron Company)가 되었다가 그의 성장에 걸맞게 법인회사로 1899년에 베들레헴철강회사(Bethlehem Steel Company)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때 실제로 강철을 만드는 회사가 되었다. 이 회사가 강철 만드는 것을 중단한 것은 1995년이며 법적으로 완전히 파산한 것은 2001년이다. 140년간 미국에서 제철 회사로 영화를 누렸던 것 같다. 이런 화사가 왜 파산하고 문을 닫아야 했는가?

 

4. 초기 이민 노동자들 1920년대 유럽인과 멕시코인 1940년대 푸에르토리코인이 었음을 소개한다.

 

 베들레헴철강(Bethlehem Steel)은 제철, 조선, 탄광을 주로 경영한 회사로 20세기 세계적으로 가장 큰 회사이었다. 처음에는 철도 레일을 주로 만들었고, 후에는 베들레헴조선공사(Bethlehem Shipbuilding Corporation)를 경영하였고 여러 전쟁과 세계 2차대전 중에는 무기도 만들었던 것 같다. 전후에는 전후 복구작업 때문에 상당한 호황을 누렸다.

 

5. 철광석에서 쇳물을 얻는 과정 설명

 베들레헴 철강(Bethlehem Steel)에서 생산된 철강으로 만들어진 미국 내에 기념비적 교량, 건물, 철도와 댐(dam) 등 수 많은 흔적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만 들어보면, 첫째 교량으로는 금문고(Golden Gate Bridge), 뉴저지와 뉴욕 맨해튼을 연결하는 조지워싱턴교(George Washington Bridge),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Peace Bridge; 동부 국경 지대) 등은 유명하고, 둘째, 건물로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Empire State Building),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Madison Square Garden),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 등이고, 셋째, 철도는 샌프란시스코철도(San Francisco Municipal Railway), 넷째, 댐으로는 그랜드쿨리댐, 후버댐(Hoover Dam) 등을 대표로 들 수 있으며 그 외 수많은 사회 기여는 다 헤아리기 어렵다.

 

6. 용광로로 공기를 보내는 엔진과 그 과정

 이런 굴지의 회사가 왜 문을 닫아야 했는가? 19세기와 20세기에 철강회사가 호황을 누렸던 것은 사회적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산업화를 이루려는 미국의 노력, 여러 차례의 전쟁, 전후 복구와 같은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이런 요소들이 호황을 이끌었다. 그러나 호황은 항상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호황 속에 안주하게 된다. 변화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미국의 중소기업의 수명이 4, 50년이라고 한다. 이들이 무너지는 중요한 이유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변화에 둔감한 예를 개구리를 들고 있다. 개구리를 찬물이 담긴 솥에 넣어두고 밑에 불을 지피면 물이 따뜻해질 때 개구리는 따뜻해서 무척 좋아하지만 결국은 솥 속에서 삶겨 죽게 된다는 예를 들고 있다. 많은 기업과 국가가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쇠퇴한다는 교훈이다.

 

7. 6번 이미지의 ⓵ 번 건물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베들레헴 철강(Bethlehem Steel) 무너진 이유를 첫째, 신흥국가들이 제철을 중요 산업으로 육성했고 이들 제철 회사는 거대 회사는 아니지만 실제로 위협이 되었다. 이들의 값싼 철강이 수입되어서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둘째, 경영 쇄신을 못 한 것, 초기에 이들은 유럽, 멕시코, 푸에르토리코인 같은 데서 값싼 노동력을 수입했다. 그러나 사정은 변하는 것이고 임금제도의 변화 등에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 부사장은 12명이나 되고 이들의 연봉은 50만 불로 미국 최고 연봉 10인 중 6명이나 포함되었다고 한다. 셋째, 기술력을 향상하지 못한 것, 기술은 더 효율적인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안주(安住)하면 잠시에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넷째,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못한 것 등이 파산의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8. 6번 이미지의 ⓵ 번 건물 내부

 

 이런 이유를 들지만, 이 모두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다. 사람은 평안할 때, 상황이 좋을 때 안주하고 방심하게 된다. 그 결과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베들레헴 철강과 같은 거대 기업이 무너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용광로나 기타 시설을 사진으로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현장에서 보면 정말 거대한 기업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베들레헴 철강이 사라짐으로 베들레헴시의 세수는 20%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베들레헴 철강 부지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미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시설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좀 더 종합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9. 녹슨 용광로

 우리나라 1920년대 폐허(廢墟)라는 문인 동인회가 있었는데 이들이 19207월 동인지 폐허를 발간했고 19211월 제2호를 간행한 것으로 끝을 낸 일이 있다. 나라를 잃은 이 땅이 폐허이고, 백성이 마음을 잃었으니 폐허이겠지, 이 동인회에 대해서는 명암이 있지만, 그들이 폐허라고 이름한 이유가 실러(Schiller, J. C.)의 시에서 옛것은 가고, 시대는 변하였다. 내 생명은 폐허로부터 온다.”에서 빌렸(借用)다고 한다. 폐허 속에서 새 생명이 배태한다는 생각으로 보아도 좋겠다. 베들레헴 철강 폐허 위에 또 새로운 생명이 배태하고 번영할 것이다. 마치 산불이 난후 모든 것이 타버린 그 잿더미 속에서 수많은 생명이 다시 솟아나는 것처럼 새로운 장르가 열릴 것이다.

 

10. 문화센터 건물

 베들레헴 시 환경보호국(EPA)는 중금속과 독성 화합물로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고 수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곳이 베들레헴시의 모든 주민에게 유익이 되는 새로운 계획이 서야 할 것이다.

 

 베들레헴철강이 파산한 후 2007년 그 자산은 Sands Bethworks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베들레헴철강(BSC)의 공장 부지에는 용광로 5기를 남겨두어 역사적 자료로 삼고 나머지 부지에는 예술센터, 현대공연예술센터, 윈드크릭베들레헴카지노리조트(Wind Creek Bethlehem casino resort; 이전 명칭은 Sands Casino Resort Bethlehem), 도박장, PBS방송국(PBS member station WLVT-TV), 세 개의 야외 음악 공연장 등이 계획되어있다.

 

11. 문화센터 옆에 서 있는 베들레헴철강 폐허가 된 옛날 건물

 이들은 이미 2009년에 이곳에 카지노(Wind Creek Bethlehem Casino)를 열었다. 그리고 문화센터에는 PBS 방송국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옛 용광로 앞에는 야외 공영장의 모습이 보인다.  

 

12. 베들레헴에 노란장미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

 무엇이든 머물러있는 것은 없다. 계속 변하고 그 가운데 성장할 때가 있고, 멈춰 설 때가 있고, 쇠퇴할 때가 있다. 자연의 순환이겠지,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베들레헴 철강을 통해서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초기의 작은 규모의 공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회사를 길러온 모습, 사회상황의 변화로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과 그에서 오는 교만 그리고 안일한 경영은 작은 변화에 대해 둔감해진다는 일반적 원리를 누가 모르겠는가? 거대한 정부조직이나, 대기업의 조직이 일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은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조직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 어떤 자세로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그 조직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되새겨야겠다.

 

 

2021815일 광복76주년에

2021 by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