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욕구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충족시키려는 노력
어저께 내가 평생 살아온 D 대학을 방문하였다. 여전한 캠퍼스의 아름다움과 정감 넘치는 나무, 숲, 호수가 나를 반겨 주었다. 나무와 숲은 이제 장년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젊은 세대에 비하면 구세대이고 정보사회의 초입에 현직을 떠났고 그동안 전자환경이 너무 많이 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내 블로그를 관리하는 지식과 기술을 얻으려 방문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돌아왔으니 목적을 이루었다 하겠다.
R 총장의 안내로 D 대학교 안에 설치된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발달장애 청년들의 고등교육기관(K-PACE: Korea-Professional Assistant Center for Education)을 방문하였다. 발랄한 학생들의 모습과 활동상황을 보게 되었고 처음 그들을 보았을 때 그들이 발달장애(발달장애에는 지적장애, 자폐증, 정서적 문제를 가진 사람을 포괄적으로 이르는 용어이다.)인지, 정상인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K-PACE에 관한 설명을 듣고 이 기관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전공이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ies) 교육이니 좀 더 꼼꼼히 그 내용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R 총장의 아이디어로 이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K-PACE 프로그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입학해서 3년 과정으로 대학교육을 마치면 직업을 갖게 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교육기관이라 생각이 든다. 이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들로 사회에 정착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니 특수교육이 이루려는 최종목표가 될 것이다.
여기서 언급해 두고 싶은 것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장애는 있는데, 장애가 있다고 사회에서는 느끼지 못한다. 의자 차를 타면, 당연히 장애인이다. 흰 지팡이를 들면, 당연히 장애인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발달장애인들의 문제는 잘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사회생활에서 이들이 겪는 문제는 심각하다. 감각의 문제가 아니고 뇌 기능의 저하에서 이들의 문제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특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 소질을 적기에 개발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갖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발달장애인들의 문제가 뇌 기능에서 왔고 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지식은 지적능력을 기반으로 하므로 이들은 항상 학교 교육의 변두리에 서 있게 되었다. 학교 교육이 모든 학생이 적절한 교육(education for all)을 받을 수 있도록 완전 재구조화되지 않으면 발달장애인의 교육은 학교 교육에서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오늘 이 사회에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이들이 왜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서 살아야 하는가? 당당한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누려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만들어가는 사회정책은 “지원”(supports)일 것이다. 지원중심의 교육, 지원중심의 사회정책, 지원중심의 의료체계, 지원중심의 생활을 이루어야 한다. 이때 비로소 이들이 스스럼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런 사회개혁은 누가 해야 하는가? 국민의식이 변해야 하고, 사회정책이 변하기 위해서 입법하는 사람들이 분명한 민주 의식을 갖고 정보사회가 요구하는 과제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사회와 입법자들은 당사자 즉 발달장애인이나 그 부모 그리고 직접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하겠지,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의식할 때 행동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개혁에서 전문가, 부모, 당사자의 요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갖는 전문가의 요구가 다르고, 부모의 요구가 다르고, 당사자의 요구가 다르다.
미국에서 장애인 대책을 분명히 세운 사람들은 지적장애 부모들이었다. 말하자면 부모운동에 의한 것이다. 이런 운동의 결실이 1975년 미국 장애아교육법(PL 94-142)이었다. 이 법에 부모의 권리는 고양되었지만, 당사자의 권리는 많이 보장받지 못하였다. 오늘날도 부모운동과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모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무척 많다. 그러나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는 부모가 전체지도를 볼 수 있어야 하고, 둘째는 자식인 당사자의 욕구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정책을 만들게 된다. 부모교육은 왜 중요한가? 정확한 지도를 갖고 읽을 수 있고 그 길로 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국회의원회관에서 2,000여 명이 모여 “발달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를 가진 일이 있었고 기본 교재도 제작 사용되었지만,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당사자의 권리 주장 운동(self advocacy movement)이 보편화되었다. 부모가 자식의 문제를 다 아는가? 아니다. 부모는 자식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거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는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는 부모나 당사자의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겠는가? 그래서 이 삼자는 항상 의사를 소통하여 공통의 해결과제를 개발하여야 한다.
오늘 우리는 안주할 수가 없다. 발달장애인들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 주변으로 맴도는 삶이 아니라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국민의식을 바꾸는 일과 사회정책이 평등하게 이루어지도록 전문가, 부모, 당사자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사회는 이를 수용하여 선진사회를 이루도록 하는 모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1년 9월 2일(목)
Ⓒ 2021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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