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버림의 아름다움
버리기가 쉽겠는가
아끼던 것
소중히 여기던 것
귀한 것
꼭 필요한 것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그러나
버렸다.
괴목장롱도
비단 금침도
요긴히 쓰던 전자제품도
소중하게 간직한 책들도
중요한 자료들도
홀가분했다.
마음의 짐도 벗어버렸다.
욕망도
명예도
그렇게 소중하던 사회적 관계도
훌훌 털어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가을이 자연스럽게 겨울로 이어지듯
봄이 자연스럽게 여름을 불러오듯
가졌던 것을 벗어버림도 자연스럽다.
가짐이 번뇌의 시작이라 했던가
벗어버림이 또 다른 번뇌일까
믿음에서 오는 황홀경일까
진리는 자유
가져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많은 것을 갖은
영의 세계
전능자의 선물
詩作 노트: 버린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버림에서 오는 편안함도, 기쁨도
있다. 나이 들어가며 정리하는 일이 중요하고 버림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게 된다.
38년을 산 집, 39년이나 연구실에서 쓰던 물건과 자료 모두 정리하고 너무 집착했음 을 늦게 깨달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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