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48. 겨울 풍경(風景)

profkim 2022. 2. 4. 14:05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 경주 보문호의 산야와 겨울나무의 조화

 

 

 

                        겨울의 따뜻함과 여유로움

 

 

 

 

  내가 사는 경산 남천은 올해 여러 날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 덕에 물가로 얼음이 얼어서 썰매 타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얼음이 두껍지가 않고 물가만 얼어서 넓이는 작은 편이었다. 올해 겨울 철새는 작년보다 그 종류와 개체 수가 줄어들어서 소() 백로(白鷺) 무리만 와서 겨울을 나고 있다.

 

12월 초 남천을 찾은 소백로 무리, 이들이 살아있어야 사람도 살겠지

  겨울 산하는 느낌이 편안하다. 부드러운 능선과 남천의 황갈색으로 변한 물억새 군락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면서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물오리는 개체 수가 많이 불어나서 상당한 수를 이루었다.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된 것인데 물오리는 겨울에도 번식해서 식구를 늘려간다. 더 놀라운 것은 물오리 새끼가 물속으로 잠수를 하는 것이다.

 

  오리는 수생식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성체(成體) 물오리는 90도로 물속에 머리를 박고 먹이 활동을 한다. 그러면 엉덩이 부분이 물 위로 올라오게 된다, 새끼는 몸집이 작으니 잠수를 해야 먹이 활동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야생은 항상 허기져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종일 먹이 활동을 하고 어찌 보면 먹는 활동이 그들 생애 활동의 전부인 것같이 보인다. 만일 야생이 배가 부르다면 그들은 활동하지 않을 것이다.

 

개체수가 많이 늘어난 물오리가족과 멋있게 나는 회색 외가리

  올해 철새 도래가 적었다는 사실은 이곳의 서식 환경이 좋지 않아서라고 추측된다. 철새들의 먹이가 물고기이어서 수생식물을 먹이로 하는 오리보다 먹이 활동이 더 힘든 것 같다. 텃새로 대() 백로(白鷺)가 약간 있고 철새가 와서 하천에 생기가 돌지만 그들의 먹이 활동은 인내를 시험하는 곳인 것같이 보인다.

 

 

 

남천의 텃새 물오리와 철새 소백로의 동거 그리고 물억새

 

  경산 남천에는 물오리, 비둘기, 참새 등 텃새들이 있어서 생태계의 건강을 가늠하게 하지만 둔치에는 어렵게 겨울을 나고 있는 새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자연은 스스로 조정하는 능력이 있다. 먹이가 많으면 번식이 많이 이루어지고 먹이가 적으면 번식을 줄이게 된다.

 

2022년 2월 2일 남천에 나타난 흰색 물오리 암수가 머리색깔이 다르다. 이들은 남천 주막에 며칠 머무는 나그네이다.

 며칠 전 이름있는 배우가 전국을 돌면서 그 고장 소개를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어서 본 일이 있다. 울산시의 태화강 변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였는데 울산에 시베리아에서 온 철새인 독수리가 먹을 것이 없어서 울산의 뜻이 있는 분들이 독수리 먹이를 구해서 태화강 변에 먹이를 놔두면 까치와 독수리가 와서 먹도록 한 일이다. 이런 일을 하신 분의 변을 들어보면 계속 독수리가 울산에 오게 하려고 먹이를 준다고 하였다.

 

겨울에 더 멋쟁이가 되는 물억새

  우리는 이 울산의 선행을 한 분들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경산 남천에는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었고, 울산에서는 먹이를 공급해 주었는데 어떤 것이 정답일까? 울산의 독수리가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은 울산의 독수리 서식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것이고 인위적으로 먹이를 공급한다면 독수리의 자생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울산에 먹을 것이 없으면 독수리는 더 서식 환경이 좋은 곳으로 옮겨 갈 것이고 만일 울산지역에 서식 환경이 회복되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먹이를 주는 것은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것이니 자연의 흐름을 깨트리는 것이다.

 

  인류사회는 19세기 중엽에 산업혁명을 경험한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강철제조 기술이 개발되어 이것을 선박(船舶)에 접목해 증기선(蒸氣船)을 만들고 방적(紡績)기계에 적용하고 나아가서 기차를 만들어 낼 때 세계가 좁아지고 사람은 짧은 시간에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어 시야가 넓어지고, 값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보문호에 조성된 검푸른 소나무와 LOVE

  이때 영국의 과학자와 지성들은 이제 우리 인류는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게 되었다고, 또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세기쯤 지났을 때 그들은 깨달았다. 우리가 사는 집, 지구를 파괴하고 있고 곧 지구의 종말이 오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주 역사에서 1세기라는 시간은 찰나(刹那)에 불과하다. 증기선, 기차, 방적기 등 인류가 고안한 문명은 이 짧은 시간에 지구를 황폐화했다. 인간의 편리와 부유함을 누리는 시간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었다.

 

Love 소나무 옆에 조각작품 사랑

  우리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할 수 없으며 그 길은 멸망의 길이다. 다만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자연을 이용할 때 평안한 삶을 보장받게 된다. 자연에 개입하면 잘못된 결과만 낳게 된다. 사람이 만드는 고안품, 제도, 교육, 건축, 사회정책 등 모두가 자연의 법에 따를 때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울산 태화강 변의 선행은 선행이기는 하지만 자연에 개입하는 것이고 자연의 흐름을 왜곡시키게 될 것이다. 울산에서는 왜 독수리의 먹이가 부족한가를 연구하고 어떻게 서식 환경을 복원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조정하기 때문에 사람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산돼지가 많은 것은 맹수가 없어서이다. 아프리카의 사례인데 맹수가 사라지니 초식 동물이 번성하여 초지가 황폐해지고 그 결과 초식 동물들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물소, 누우, 가젤, 코끼리 등의 초식 동물은 계속 이동을 한다. 이동이유가 무엇일까? 먹이 때문에 이동한다. 그사이 사자, 악어, 하이에나 등 토착 맹수들이 먹이를 구하게 되고 초식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정하게 된다. 이 모두가 자연의 순환이다. 자연은 스스로 조정한다. 이 흐름에 인간이 개입하면 자연의 흐름을 깨게 된다.

 

보문호에서 만난 봉우리진 목련과 깊은 잠에 빠져있는 담쟁이

  경주를 여행했다. 여행기회가 많지 않지만 비교적 경주는 자주 들린 곳이다. 보문지 근처에서 쉬었다. 겨울 끝자락의 산야(山野)와 호수는 평화로웠다. 나는 겨울 산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여유가 있고 내재(內在)된 희망이 있어서이다. 곧 그들은 넘치는 생명력으로 대지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벌써, 버들가지는 물이 올라 색깔이 변했고, 목련은 꽃 망우리를 맺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걸을 수 있는 트랙이 설치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걷는다. 보문호 둘레길도 잘 조성되어있어서 새벽에 조용할 때 걸으면 별다른 느낌이 있다. 따뜻함, 여유, 신선함 같은 것이다. 호수와 어우러진 수목들은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지만 미묘한 조직들의 하모니를 이때만 볼 수 있다. 절묘하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자연은 이런 걸작품을 만들어 낼까!

 

가을에 핑크색으로 변해 아름다운 핑크뮤리(Hairawn muhly)

  조카들이 따뜻한 커피 들자며 경주 Hilton Hotel 캠퍼스 안에 있는 유명한 카페가 좋다 하여 갔는데 커피 맛과 향이 좋았다. 커피 들며 세상 사는 이야기로 재미가 쏠쏠했다. 서구풍의 실내장식에 소품들도 마음에 들고 오후 한때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걷기 뒤에 맛보는 재미라 할까!

 

경주 Hilton Hotel 캠퍼스에 있는 cafe, 커피 향과 맛이 좋앗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조그만 연못이 있다. 그 한편에 옛날 방앗간에 물레방아와 디딜방아가 있어서 발걸음을 멈췄다. 증기기관이나 전기가 없던 시절 이들 문명은 대단히 편리한 생활 이기(利器)였다. 후세대가 방앗간을 지으면서 옛날 모습 비슷하게, 주변 자연에 어울리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옛날 방앗간은 자연에 흐르는 물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여 힘을 얻는 옛날 선조들의 지혜이다.

 

경주 Hilton Hotel 건너편 조그마한 연못가에 아담한 물레방아

  연못에 얼음이 얼었다. 여름에는 물오리가 와서 먹이 질을 했는데 얼음 때문에 어디론가 가버렸다. 겨울이니까! 오리는 봄이 오고 얼음이 녹으면 다시 이곳에서 먹이 질을 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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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