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50. 낡은 사진첩 뒷이야기

profkim 2022. 3. 9. 13:12

 

 

서울종암초등학교 오늘의 모습 <출처> 서울종암초등학교 홈페이지

 

 

                        50. 낡은 사진첩 뒷이야기

 

 

 

 

  이월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초등학교 후배라 화였다. 내가 2년 전 모교에 보내준 졸업앨범을 통해서 나를 알게 되었고 자기는 서울 종암초등학교 개교 100년을 맞아서 학교 백년사를 만드는 중이라 하여서 놀랐다.

 

  2년 전 서울 종암초등학교 제23회 졸업앨범(1950)을 모교에 보내(단상 18. 낡은 사진첩 2020. 5. 12)고 학교장으로부터 전화가 있어서 통화한 일이 있다. 그때 100주년 행사에 참석해 줄 수 있느냐? 에 대해 그때 가서 보자고 답한 일이 있었다. 2년이란 세월이 지나서 모교가 올해 100주년이라니 반갑기도 하고 세월이 빠름을 느끼게도 한다.

 

서울종암초등학교 제23회(1950) 졸업앨범(낡은 사진첩)

 내게 전화 한 최 선생은 나보다 29년 후배라고 하였다. 그러니 아직 50대일 것이다. 50대 중심의 동문이 나서서 학교 백년사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참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역사의식이 없으면 정체성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비전을 갖지 못한다. 역사를 소홀히 한 민족, 국가, 집단은 번성할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백 년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전쟁과 화재 등으로 또 무관심으로 자료의 소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잘못하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픽션(fiction)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에 근거한 가치부여와 해석을 하려면 원자료가 있어야 한다. 모교에 내가 보내준 앨범은 100년 역사에 점()하나를 찍는 작은 것이다. 그러나 징검다리로 활용될 것이고 또 많은 징검다리를 찾아서 점과 점(dot to dot)을 연결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자료를 쓰레기로 버려버린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원자료 발굴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지금 일을 추진하고 있는 후배 최 선생은 무척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보내준 앨범도 많이 나누어 주어서 동기를 부여하고 많은 분의 호응을 받아내고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자료를 구하고 증언을 듣는 것 같다. 최 선생이 내게 보낸 글 가운데 선배님 보내주신 앨범 덕분에 실타래가 풀리고 퍼즐이 맞추어 지고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릴 뿐입니다.”(52회 최진혁)라고 기술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돌 하나(dot)가 중요하듯이 자료는 연결해 주는 힘을 갖는다. 초기 졸업하신 분들은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나셨을 것이지만 세대(世代)별로 증언을 모으는 일도 중요하다. 직접보고 느낀 일들은 역사자료로서 가치를 갖는다. 이번 최 선생이 보내준 45회 졸업한 동문의 글에서 그 시대상을 잘 볼 수 있어서 본인의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큰 실례가 될 것 같지 않아서 소개하려 한다. 이 글을 쓰신 분은 내가 종암초등학교 학생일 때 학교 동편에 포도원이 있었는데 그 포도원 댁 외손자라 하여 정감이 더 갔다.

 

6학년 5반 졸업사진(담임 유병만 선생님)

  종암은 기네스북에 오른 최대학생 수 12,000명을 기록한 덕분에 우리 45회 시절(1966-1972)2부제는 양반이고 3부제 수업으로 운동장 한쪽에서 화판을 들고 다니며 책을 놓고 수업을 했었던. 아카시아 나무 에서 쐐기들이 툭툭 떨어지고 여학생들 비명에 수업이 제대로 됐을까요. 거기다 송충이 쐬기 잡아 여학생 목 뒤에 떨구는 장난이 여학생들 눈물 꽤 흘리게 했던 시절이었습니다.”(45회 주기범)

 

  서울 종암초등학교는 광복 후 아시아에서 제일 큰 학교라는 명성을 얻었다. 학급당 인원수는 70명을 넘었다. 이에 더하여 하급(下級)학년은 2부제로 수업을 하였다. 열약한 학습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준비 없이 의무교육을 하니 할 수 없는 조치였을 것이다. 어려운 시절 우리 나라 학교의 모습이다. 나라 살림이 나아지면서 종암초등학교에서 수많은 학교가 분리 설립되어 나갔다.

 

  동문이 주도하여 종암초등학교 백년사 편찬을 추진하고 있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여긴다. 내가 보내준 낡은 사진첩이 도움이 된다니 더없이 고맙다. 한사람이라도 더 이 일에 동참하여 우선 자기부터 집안에서 종암(鐘岩)의 흔적을 찾아보면 좋겠다. 의외로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있을 때도 있다.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생각보다 훨씬 좋은 백년사를 만들게 될 것이다.

 

  나는 내가 관계하였던 단체나 교회, 학회 등에서 역사 정리를 대부분 하였다. 자료로 남지 않으면 결코 역사가 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역사는 거시사(巨視史)도 중요하지만 미시가(微視史) 역시 매우 중요하다. 특히 탈현대에는 질적 역사 즉 사람의 삶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일, 사람과의 관계 등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학교 내력이 게재되어있다. 큰 흐름을 이해할 것이고 최근 자료는 학교가 보관하고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이런 틀에 사이사이를 메꾸는 자료들을 모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역사 전계를 할 것이다.

 

  서울 종암초등학교 백년사가 성공적으로 간행되어서 후세대가 정체성을 갖도록 하며 미래로 발전해 나가도록 이바지하기 바란다. 수고하는 모든 분에게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성공적으로 모든 일을 마치기 빈다.

 

1950년 선생님들과 학교 건물

 

 

202239()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2022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