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온 편지 4:
보르네오섬 평신도 지도자훈련
섬에서 온 편지를 소개하면서
섬에서 온 편지 네 번째 소개이다. 편지 1에서 정윤모 선교사와 류혜숙 선교사 부부의 사역을 소개해서 대강 이해했을 것으로 믿는다. 이 부부 선교사는 중국선교를 10여 년간하고 현재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밀림에 들어가서 그곳의 청소년과 원주민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밀림 지역의 선교상황을 소상히 전해 줄 것이다. 편지 4는 보르네오섬의 평신도 지도자훈련을 소개하게 된다. 많은 기대와 관심을 두어 주시기 바란다. 김정권
보르네오섬 평신도 지도자훈련
정윤모 선교사
동말레이시아 해안으로 가면 야자수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야자수는 코코넛 나무이다. 전신주처럼 매끈한 줄기 끝부분에 야자수 잎이 있고 잎 사이로 코코넛이 달린다.. 나는 야자수를 보면서 선교사나무라 이름 짓고 싶다. 일반적으로 씨앗은 바람이나 동물에 의해 운반되지만, 코코넛은 자가번식을 한다. 코코넛이 야자수의 씨앗이다.
코코넛 나무는 파도로 밑둥지가 파여서인지 대부분 해안 쪽으로 기우어져 있다. 번식을 위해 씨앗을 바다 위로 떨어뜨리기 위해서인가 보다. 바다에 떨어지면 파도에 밀려 표류하다가 다른 해안에 도달하고 코코넛 꼭지 틈으로 싹이 트고 코코넛 안에 있는 자양분으로 녹색 작은 귀여운 싹이 나오고 점점 크면서 코코넛은 썩으면서 코코넛에 닿은 땅에 뿌리를 내리며 나무로 번식한다. 해안이어서 떨어뜨린 코코넛 열매가 씨앗이 되어 파도를 타고 세계 곳곳의 이름 모르는 낯선 해안으로 새로운 생명을 퍼트리는 야자수는 마치 이름 모르는 세계 곳곳에 생명을 전하는 선교사 같다.
오늘은 소풍 가는 날이다.
밀림으로 사역 가는 날을 사역하러 간다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이 보내 주시는 소풍 가는 날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릴 적의 소풍 가는 전날 밤처럼 기다려지고 소풍 가는 날은 신나고 즐거운 날이기 때문이다. 사역을 사역으로 생각하면 힘들지만, 밀림에 숨겨진 사람을 만나는 보물찾기하는 날로 생각하면 신나는 날이다. 평신도 지도자를 훈련하는 지역은 집에서 4시간쯤 떨어진 밀림 지역이어서 10시에 개강을 하려면 새벽 6시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 소풍 가는 날 일찍 일어나 아내는 김밥을 싸고, 중간 길에서 아침을 김밥으로 먹는다.
새벽 6시에 출발한 우리 부부는 시내를 벗어나면 편도 일 차선인 도로는 아스팔트포장이 되어있고 옆은 가끔 인가가 있고 거의 정글 숲이다. 2시간쯤 달려간 거리의 중간 휴게실에서 싸서 간 김밥을 먹고 10시가 채 못 되어 강의가 시작되는 톰슨 교회에 도착했다. 먼저 온 현지인 지도자들도 식탁에서 모여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차를 마시며 교제를 하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가끔 정글의 소낙비가 내릴 때는 가장 빠른 속도로 부러 쉬를 돌려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은 물이 고여 길을 건널 수 없어 물이 빠지기를 몇 시간 기다려야 하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날도 있다.
밀림은 지역별로 집단촌을 이루어 산다. 교회가 없는 밀림은 교회가 없는 다른 밀림으로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떨어진 밀림의 집단촌에 교회가 별도로 필요하다.
밀림 지역에 교회는 있지만, 목회자가 없는 교회가 많다. 우리 팀이 섬기는 PCS(Protestant Church Sabah) 교단에는 300여 개의 교회가 있지만 100여 명의 목회자밖에 없어, 목회자가 없는 교회는 평신도가 교회를 섬겨야 한다. 오늘은 보르네오섬 사바주 동부지역 밀림 촌의 각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들이 피타스(Pitas) 지역의 톰슨 교회(Thomson Church)에 모여 훈련받는 날이다.
밀림 지역의 문화를 조금 소개합니다.
사바주 밀림 지역에는 40여 종족이 모여 산다. 옛날에는 부족 간 원수지간이었다고 한다. 용감한 사람이 적의 종족의 목을 베서 지붕 처마에 20여 개를 주렁주렁 달아 놓고 자기의 용맹을 과시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원수지간이었던 종족과 화해를 하고 싸우지는 않고 같이 예배를 드리지만 딸 아들을 결혼시키기를 꺼린다. 한 종족이 지도자가 되면 다른 종족은 거의 방관하는 자세가 일수이다. 그래서 가능한 같은 종족끼리 모이려고 한다.
밀림은 또 이상한 문화가 있다. 부모가 자녀들을 꾸지람하지 않고 화를 잘 내지 않아 자기의 잘못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자기의 죄를 잘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그들이 죄인임을 인정하지 않고, 왜 회개를 해야 하지는 지, 왜 죄 때문에 울어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을 이해시키는 데 힘이 많이 든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모세가 시내 산에 올라간 틈을 타서 하나님의 형상을 금송아지로 만들었듯이 정글 신앙의 이들에게 하나님이 누구이신가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배의 대상과 기도의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올바로 가르치는 것이 복음이다.
중국에서 보르네오섬 사바주에 도착한 10월 바로 그해, 하나님의 예비하심으로 11월에 현재의 우리 팀인 April 팀에 합류하게 되어, 이미 현지의 최적 사역을 하고 있던 선임 선교사의 현지 선교 정보와 사역 정보를 빨리 얻게 되었다. 조사하는 시간이 단축된다.
April팀은 OM에서 30년간 선교사 활동을 하는 사바주 정규신학교 50대 중반 교수 부부, 미국 국적의 50대 초반 PCS 교단 신학교 교수 한국인 목사 부부, 한국에서 목사로 은퇴하신 뒤 선교사로 오신 70대 부부, 시니어로 갓 목사가 되신 60대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 5가정이다. 나는 이제 막 왔기에 팀 사역의 현장을 보며, 내가 할 일을 찾기로 했다.
오늘 강의는 은퇴하신 목사님의 성경 개론강의이다. 이분도 아직 말레이어가 되지 않아 미국 국적 한국 목사님이 통역을 맡았다. 우리 팀에는 2분이 말레이어가 동시통역이 될 정도로 능숙하다. 두 분은 10년 이상 말레이시아에서 사역하였기에 현지어가 가능하다. 밀림교회 평신도 지도자는 2년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된 밀림교회 목사들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긴 하지만 성경에 대해 잘 모른다. 이들에게 성경과 영성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가 않다. 한그루의 야자수를 키워서 그 열매가 다시 싹을 트기까지 많은 수고와 헌신이 필요하다
사바지역은 가톨릭이 먼저 들어와서인지 교황청처럼 개별교회보다는 교단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목사가 적어서 한교회를 담임 할 수가 없어서였는지 6∼7개 교회를 순회하면서 목회를 하고 사례비도 교단에서 보내 준다.. 자연히 한국교회처럼 한 교회를 담임하면 자기 교회, 자기 목사님이라는 애착이 생겨 빨리 자립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사례비로는 생활이 되지 않아 사역자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적다.
우리 팀에 계시는 OM 선교사가 이곳에 일찍 와서 흩어진 밀림사역자들을 한곳에 모아 훈련할 목적으로 후원을 통해 모은 후원금으로 땅을 사고 훈련센터를 짓고 있다. 그중에 먼저 카페테리아를 지어서 학교건물이 완성되기 전까지 그 공간을 훈련센터로 활용하려고 산속에 길을 내고 전기를 끌어들여 곧 개관을 앞두고 있다.
말레이어는 인도네시아어와 거의 같다. 네덜란드가 식민지정책을 펼 때, 현재의 쉬운 말레이 언어를 만들어 주었다. 알파벳 문자에, 성조와 강약이 없고, 동사의 시제 변화가 없고, 과거 미래 현재를 나타내는 부사를 동사와 같이 사용하여 시제를 나타내고, 복수의 변화도 없이 단어를 두 번 사용하면 복수가 된다.
어순은 영어의 어순과 비슷하게 하여서 단어를 외우기만 하면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단지 나이가 들어 외워도 곧 잊어버리고, 외워도 잊어버리고, 1년 동안 책을 15번은 보고 단어를 기억할 만했는데 코로나로 한국에 나오는 바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준이 되었다.
몇 번 강의를 참가하면서 나도 가르칠 전문분야가 하나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6개월 동안 강의를 듣고 준비하여 한국에 들렀을 때 “어 ~ 성경이 읽어지네” 전문강사 집체훈련을 받고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나는 “하나님은 누구신가?”를 나의 강의 제목으로 정하고 올바른 신앙의 출발점인 신앙의 대상, 기도의 대상을 정확히 알고 믿게 하려고 강의하기로 했다.
2022년 7월 31일(일)
Ⓒ 2022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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