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인간과 자연
인간은 피조물 가운데 제일 마지막으로 만들어졌고 그들은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갖은 피조물이다. 체력으로 치면 강한 존재가 아닌데 지적능력이 뛰어나서 모든 생명체 위에 군림하게 되었다. 인간은 문명(文明)을 발달시켰고 이는 인간의 의식주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누리는 삶을 영위하게 된 것이다.
자연에서 보면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자신의 필요를 충족해 나가지만 매일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다이다. 저축이나, 냉장 보관이나, 건조방식이나, 통조림과 같은 것을 만들어 보관하지 않는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이곳저곳에 묻어두었다가 겨울에 꺼내 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상수리나무 열매를 묻어둠으로 상수리나무를 이곳저곳에 번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자연 현상의 오묘함을 알게 된다. 인간의 저장방식은 자연에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연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난 12월 2일 토요일 KBS 동물의 왕국은 “야생 코끼리의 운명”을 방영하였다. 아프리카에서 곧 야생 코끼리가 사라질 운명이며 인간은 경각심을 갖고 이런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게 조치하기를 바라는 계몽적 성격의 프로그램이었다. 코끼리의 우아함과 힘과 풍부한 정서를 느끼며, 그들이 인간에 의해서 멸종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나는 한 거인을 만났다. 코끼리와 은밀한 대화를 나눈 사람, 코끼리를 존중해준 사람 로렌스 앤서니(Lawrence Anthony 1950 ~ 2012)이다. 그는 불란서에서 아프리카 남아공으로 이민 온 제3세대이다. 할아버지가 남아공으로 이민 했다고 한다. 로렌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났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자연환경과 동물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일을 그만두고 야생동물 보호에 나선 분이다. 직장생활보다는 야생동물 만나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1990년대 중반 약 20㎢(약 600만 평) 면적의 초원을 사들여 '툴라 툴라 자연보호지역(Thula Thula Reserve)'를 조성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보호지역 안에 멋진 숙박 시설(lodge)을 짓고 거기 살면서 관광객을 맞이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동물 보호와 자연 지킴이로 살았다고 한다.
그는 1990년대 말 한 동물보호단체가 인근 마을서 분탕질을 일삼다 포획된 코끼리 9마리를 맡아달라는 청을 받았다. 그가 보호지역(툴라 툴라)에 수용하지 않으면 이 코끼리들은 사살될 형편이었다. 그는 코끼리를 받아들인 뒤 암컷 우두머리(‘나나’로 부름)와 긴밀히 소통을 함으로 나나 가족은 말썽을 부리지 않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런 일로 그는 “위스퍼러(Whisperer, 은밀히 말하는 사람)'”란 별명을 얻었고, 2009년 “코끼리와 소통한 사람”(The Elephant Whisperer)이란 책을 썼다.
로렌스는 우선 나나와 소통을 시도했고 나나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기보다는 그의 말을 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신뢰가 쌓여서 나나 가족과 로렌스 가족간에는 무한한 우정이 싹 텄다고 하니 그 과정을 설명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나나 가족에서 새끼가 나면 데리고 와서 로렌스에게 인사를 시켰다고 한다. 그들의 관계는 어떠하였겠는가!
불행하게도 로렌스는 201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고 한다. 앤서니 부인의 증언을 들으니 로렌스 앤서니가 타계한 날이 3월 2일인데 나나 가족은 3월 4일 보호지역 안 로렌스의 집을 방문해서 며칠간 애도를 깊이 표했다고 하니 코끼리 무리는 어떻게 로렌스의 죽음을 알고 그를 애도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알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이듬해 같은 날 코끼리 가족의 조문은 반복되었다고 한다.
로렌스와 나나 가족의 이야기가 You Tube에 소개된 것이 있어서 같이 소개하고자한다.
https://youtu.be/_Yap6r7pSGU 동영상 8분 32초
코끼리의 웅장하고 깊은 애정의 표현은 우리가 다 이해하기 어렵다. 초원에서 야생동물 촬영자들에게 코끼리 새끼가 죽은 것이 목격되었었는데 가족이 모여서 애도를 표하고 가모장(家母長, 대장 암 코끼리) 이 코로 죽은 코끼리 새끼는 어루만지고 앞발로 어루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같은 행위를 했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와서 같은 애도를 표한다니 그들의 정서는 어떤 것이겠는가!
아프리카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코끼리 수백만 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37만여 마리만 생존해있다. 이들은 왜 감소했는가? 아프리카가 서구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신형 무기가 개발되고 코끼리는 급속히 감속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욕심이지, 콩고는 코끼리가 가장 많이 살던 땅이라 한다. 콩고 내전(1996-2003) 중 10만 마리 코끼리가 사살되었다. 코끼리는 군인들 식용으로 쓰이고 상아는 군자금 마련에 쓰였다고 하니 비극이다.
콩고 내전 중 코끼리들은 콩고를 탈출했고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콩고에 묻힌 지뢰는 50만 개에서 600만 개라 하니 그 피해도 야생동물이 입어야 했다. 코끼리는 지뢰를 피해 다니는 방법을 배웠다고 하니 그들의 인지 능력이 상당한가 보다. 야생에서 길은 생명이다. 대장은 길을 알아야 하고 후손에게 전수해야 한다. 인간은 아무 죄도 없는 그들의 길을 훼손했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보호구역이라는 것을 만들어 야생을 보호하지만, 코끼리를 위협하는 것은 밀렵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밀렵은 15분에 1마리, 매일 96마리, 일 년에 약 35,000마리가 희생된다고 한다. 앞으로 10년여를 지나면 아프리카에서 야생 코끼리가 살아질 것이라 하니 왠지 소름이 끼친다. 이 세대가 저지른 죄과를 어떻게 갚을까!
인간은 자연 일부이지 자연의 주인(主人)이나 지배자(支配者)가 아니다. 인간의 문명은 자연을 파괴하였고 그 대가로 인간도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근대 산업사회에서 인간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자연파괴와 인류의 멸망을 자초(自招)한 것이다. 늦었지만 이런 점을 인류는 깨달았다. 그러나 그에 대응하는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자연은 선순환한다. 식물, 초식동물, 육식동물이 공존해야 생태계가 건강하다. 이 중 어느 것이든 빠지면 생태순환이 깨어져서 아노미 현상이 생기게 된다. 인간의 지혜, 욕심은 스스로 자연을 파괴하고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
자연에는 인간이 듣지 못하는 언어가 있고 인간이 볼 수 없는 자연 현상이 있다. 인간이 아는 것은 자연의 극소한 부분에 불과하다. 우리는 로렌스처럼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 하고, 보이지 않는 그 너머의 세계(beyond world)를 보도록 마음을 안정시키고 겸손히 빈 마음이 되어 관조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위(人爲)적인 것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결과로 인간도 멸망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많이 갖는 만큼 타 동물은 위축될 것이다. 길을 넓히는 만큼 자연은 훼손되고 동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인간이 편하게 사는 만큼 지구환경을 파괴할 것이다. 오늘 인간은 자성(自醒)해야 하고 한 마리 새와 같이 자연에 순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겸손히 받아들여야 한다.
2023년 12월 6일(수)
Ⓒ 2023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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