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102. 주유소

profkim 2024. 1. 28. 15:44

대구 청라언덕에 서 있는 대구제일교회, 1896년 미 북장로회 선교사 아담스(Rev. James E. Adams, 대구사역 기간 1896-1923, 한국명 안의와) 선교사가 남문 안에 세운 교회인데 1994년 청라언덕으로 이전해 왔다.

 

                                     102. 주유소

 

 

 

  수일 전 주유(注油)하려고 늘 다니던 주유소(gas station)를 찾았다. 출입구를 막고 공사를 하고 있어서 웬일이냐 물으니 주유소를 접었다고 해서 돌아서서 나왔다. 늘 다니던 곳이 문을 닫는다니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주유소는 자동차에 가스(gas: gasoline)를 넣는 곳이니 주유를 하면 곧 떠나는 곳이고 자동차는 다음 주유를 할 때까지 다시 주유소를 찾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시세(時勢)를 따라서 자동차 전기 충전(充電) 장소가 많이 늘었고, 급속 충전은 2시간, 천천히 충전하는 곳엔 14시간 차를 세울 수 있지만, 충전 외의 목적으로 세워두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관리사무소에서 알림방송을 하였다. 자동차 충전할 때만 사용하는 장소이다.

 

영국에서 1620년 May Flower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플리머스(Plymouth)항에 온 이들은 이른바 청교도(puritan) 즉 '순례자의 조상들'(Pilgrim Fathers)이다. 이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데 그들이 처음 정착한 촌의 모습이다.

 

  자동차는 길을 질주해야 할 것이다. 주유소는 질주하기 위해서 들리는 곳이다. 그런데 종일 차가 주유소에 머물러있다면 무엇인지 잘못되었다고 보인다. 자동차가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겠는가!

 

  오늘 우리 사회의 아노미(anomie) 현상을 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어서인지,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겠지, 누구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과제일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기독교회의 문제로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청교도가 거주한 플리머스 정착촌의 단칸방의 집에는 침대 1개와 바닥에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여기서 7, 8명의 식구가 살았단다. 살아있는 신앙인들이다. Ⓒ 2021 J. K. Kim

 

  교회는 성도들이 사는 곳이 아니다. 그들이 사는 곳은 가정, 직장, 지역사회, 시장, 백화점, 지하철, 버스, 더 큰 공동체 등일 것이다. 교회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교인들이 삶에 현장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런 영향력을 가진 메시지가 받아들여지고, 삶에 녹아든다면 교인들의 삶은 우리 사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교회는 주유소와 같은 곳이어서 충전(充電)이든 주유(注油)를 통해서 힘을 얻어야 하고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하는 것처럼 교인들은 삶의 현장에서 살아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체코인으로 영국에서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 온 모라비안 청교도들은 삶의 현장이 교회이고, 선교이고, 생명의 역사였다. 이들은 사바나에서 베들레헴으로 옮겼다. Ⓒ 2021 J. K. Kim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의 한 율법사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겠느냐? 물었다. 예수님은 율법에 무엇이라 쓰여 있느냐? 반문(反問)하시니 율법사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하였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예수님은 이를 행()하라고 하셨다. 율법사는 율법의 정통한 사람이다. 이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행함이 없었다. 이 율법사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번 더 묻는다. “이웃이 누구입니까?” 이때 예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드셨다.

이 곳은 미국 폔실베니아(Pennsylvania)주의 베들레헴의 식당인데 이런 곳이 그들의 교회이고 선교 현장이었다. 그들의 삶이 바로 산 제사이고 영적 예배이었다. Ⓒ 2021 J. K. Kim

 

  예루살렘은 고지대에 있었고 여리고는 저지대에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에서 강도를 만났는데 강도가 거의 죽게 될 정도로 때리고 물건을 다 빼앗아 갔다. 절대적 구원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는데 그 옆을 지나가는 제사장이 구원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다음 레위 인도 강도당한 사람을 구원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세 번째 온 사람은 당시 그 사회에서 백안시당하는 사마리아 사람인데 그가 강도 만나 죽게 된 사람을 구원하고 여관에 쉬게 하고 모든 경비를 부담했다. 이 세 사람 중 누가 진정으로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냐 물으신다.

 

  율법사, 제사장, 레위인은 모두 종교 지도자고 율법을 많이 아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에 부응한 삶이 없었다. 허구이다. 아는 것은 삶이 아니다. 사마리아인은 당시 사회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실천을 한 사람이다. 이들 중 누가 진정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대구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 계산동 성당은 1902년 로베르 신부에 의해 건축되었다. 이런 성당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활력이 넘치기 바란다. Ⓒ 2020 J. K. Kim

 

  오늘 교인들에게 지식이 많고, 성경을 읽는 일도 부지런히 하고, 교회 봉사도 많이 한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교회 생활이 전부가 아니다. 교회는 주유소와 같은 곳이다. 그들은 가정을 위시한 사회생활에서 진리에 입각한 삶을 살아야 한다. 교회를 통해서 계속 재충전하고 나가서 생명력이 넘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교회 안에서 삶과 사회생활에서 삶이 달라서는 안 될 것이다. 성경을 많이 알고, 진리를 터득한 사람이 행할 수 없다면 그들은 율법사, 제사장, 레위인과 같은 허구적 삶을 사는 사람이다. 종교가 지니는 힘은 아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삶에서 실증적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대구선교의 3인방인 미북장로교 선교사 아담스(Rev. James E. Adams), 존슨(Dr. Woodbridge Odlin Johnson), 브루언(Rev. Henry M. Bruen) 등 세분이 남문 안에 있던 선교본부(현재 대구제일교회 역사관)를 이리로 옮겼다. 여기가 청라언덕이다. Ⓒ 2020 J. K. Kim

 

  이스라엘에 BC 2세기에 생성된 종교집단으로 바리새라는 집단이 있다. 이들은 하스몬 왕조 때 생겨난 집단인데 율법을 잘 지키려는 집단이다. 그래서 율법을 연구하고 장로의 전승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지키도록 강요한 사람들이다. 장로의 전승은 중요시하면서 본래 율법의 정신을 망각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다. 이들이 기득권 세력이 되었고 삶에서 실행은 없고 지식만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자신들은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니 그들의 지식은 허구(虛構)이다.

 

  오늘 교회는 교인들을 힘 있는 일꾼으로 만들어서 세상으로 보내야 한다. 세상을 정의롭고, 공평하게 하고 사랑을 실천하여 생동력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갈 일꾼으로 성도를 길러야할 책무가 있다. 주유소에서 가스를 넣은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하는 것처럼 달려야 한다. 성도가 교회 안에서 거룩하고, 공의롭고, 서로 사랑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성도를 교회 안에 잡아두면 안 될 것이다.

미국 청교도가 May Flower호에서 내리기 전 브래드퍼드(William Bradford, 1590-1657)의 주도 아래 메이플라워 계약(Mayflower compact, 1620, 11, 11 서약)을 했는데 이것이 미국 헌법의 초안이 되었다고 한다. 계약 전문이다. Ⓒ 2021 J. K. Kim

 

  학교, 사찰, 교회 안에서만 거룩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그들이 가정에서, 이웃에서, 직장에서, 국가 사회에서 생동력을 가진 사람이 될 때 비로써 살아있는 사람이 된다. 주유소는 주차장이 아니다. 충전(充電)하는 곳이다.

 

  오늘 혼탁(混濁)한 사회를 개혁하는데 종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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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