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모르면 어렵지!
평생교육이라는 말을 더러 쓴다. 아무 생각 없이 평생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급변하는 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왔고, 오늘은 디지털 시대의 차원을 달리하는 변화를 겪게 되니 어려운 문제이다.
얼마 전 컴퓨터 문서작성작업을 하는데 오자가 생겨서 수정하려고 오자를 지우고 고친 글자를 타자하니 그 뒤의 글자가 사라지는 것이다. 당황하여서 왜 그럴까? 생각해보아도 해결책을 모르겠다. 한참을 궁리하다가 조카에게 전화했다. 조카는 간단히 해결책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자판 우측에 “Insert”를 잘 못 건드려서 그런 것이니 이 키를 한 번 더 치면 원상회복이 된다는 것이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키 하나 잘못 건드리면 문제가 생기고 한 번 더 치면 문제가 해결된다니 우리 같은 아날로그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는 그저 신기할 뿐이다.
우리가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아주 간단한 원리나 기능을 몰라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0여 년 전에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모여서 담화를 나누는 중에 휴대전화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대부분 벗이 하는 이야기는 전화기 자판의 글자가 큰 것을 쓰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전화기를 단순 전화를 받고 거는 수준으로 생각했을 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오늘 전화기는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다. 사진기 역할, 은행 역할, 주문과 결제 수단, 정보 접근 역할, 길 찾는 역할, 지도, 시간, 사전, 번역, 알람, 부동산 정보, 문서 전달 역할 등등 세계를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아날로그 시대 사람에게는 놀라운 혁명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권고했다. 전화기는 스마트폰을 사서 쓰라고, 스마트폰을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면 영원히 쓸 수 없게 된다. 기능이 복잡하고 프로그램이 다양하여서 접근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씩 배워가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도전하지 않으면 영영 쓸 수 없게 된다. 간격이 커질수록 더 접근이 더 어렵게 된다. 그때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조금씩 발전하여 간단한 기능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볼 수 있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 컴맹이었다. 종이에 글을 쓰고 조교나 연구원이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퇴임을 앞두고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조금씩 터득해 간 결과 오늘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혼자서 글도 쓰고 편집도 하고 사진도 수정하여 글에 삽입시킬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지금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도전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완전 컴맹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기기마다 조작방법도 다르니 더 힘들어 보이고 젊은이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자기 필요한 부분만 배우고 사용하게 된다. 누구나 이는 마찬가지이다. 만일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배우지 않는다면 아주 많이 뒤지게 될 것이다. 나는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배워서 사용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카페, 식당, 마트, 호텔, 여행 등등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대면하여 주문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건비가 비싼 시대이니 모두 AI 기기가 설치될 것이고 이런 기기를 사용할 줄 모르면 주문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될 것이다. 근래(近來) 고속 도로 휴게소에서 식사 주문하려 했는데 기계식 주문뿐이었다. 주문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기기를 사용할 방법을 모른다면 주문할 수 없게 된다.
나이와 관계없이 시대가 급변하면 적응이 어렵다. 그러면 선택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알아가야 할 것이다. 아주 간단한 것이라도 모르면 어렵고 힘들게 된다. 생활에서 생기는 문제가 거대한 이론이 아니라 단순 이해나 기기사용으로 해결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 코로나 펜데믹 사태로 좀 더 빠르게 다가온 사이버 시대를 예상하고 배우는 것도 현명할 것이다. 정보사회의 특성 중 하나인 가정과 직장의 경계가 없어졌다는 것은 이번 사태로 실증되어가고 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교육기관도 사이버(cyber) 학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이버 대학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물론 면대면으로 할 수밖에 없는 영역도 있겠지, 물품 판매역시 전자 통신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세이다. 결과로 세계가 하나의 유통구조를 이룰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서점 Barnes and Noble이 Amazon에 밀리는 것은 시대적 상황이다. 미국 대부분 서점이 문을 닫았고 Barnes and Noble도 경영난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 서점이 문을 닫으니 Amazon에서는 서점의 문을 열고 있다. 무엇을 시사하는가? Barnes and Noble도 노력을 해왔다. E Book을 개발하고 reading tool도 개발했다. 그러나 점방에서 물건을 파는 것의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더욱이 종이, 책 시대가 지나가고 e-book 시대 책값도 반이 되었고 판매 역시 인터넷 판매가 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되었다고 본다. 앞으로는 세계적으로 통신판매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기업 역시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미국에 1970, 80년대 일본 차 도요타가 $3,000에 판매할 때 미국 자동차 생산 회사는 안일했었다. 일본 차가 자동차의 나라 미국을 석권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다.
개인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작은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시사(示唆)하고 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소홀하지 말고 대응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2024년 2월 19일(월)
Ⓒ 2024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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