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02. 벗어버릴 수 없는 짐

profkim 2020. 3. 8. 14:25



벗어버릴 수 없는 짐

 


 

  

우리나라와 같이 차별의식이 심한 나라에서는 보통보다 뒤진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불이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신의 손상은 우리 사회에서는 결정적 장애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100만 명 이상의 장애인은 그야말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자녀를 둔 가정은 이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멍에를 메고 사는 것이다.

민주 복지 국가는 어떤 국민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이며 개인이 진 짐은 개인의 힘으로 질 수 있을 정도만 지게 하는 사회이다. 개인의 짐이 너무 무거워서 쓰러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체는 무게를 갖는 것이지만 물체 자체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무게는 중력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지구에서 60kg 의 무게는 달에서는  10kg의 무게가 된다. 그것은 달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에서는 전연 무게가 없게 되는 것이다. 장애라는 짐이 무게를 갖게 되는 것은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중력이 크기 때문이다.

편견, 시설설비의 부족, 사회복지 정책의 불실, 교육제도운영의 미비 등이 심신의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것이다. 장애는 사회 병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사람이 장애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이상적인 복지국가를 이루는 것은 모든 국민이 그들이 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사회이며 그 짐이 가난이든, 신 손상이든, 그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의료 혜택을 받고, 생존권을 보장받는 사회이어야 한다.

미국 워싱턴 주 씨애틀에 정신지체 아이들만 35명을 입양한 집이 있다. 35명 중 12명은 우리나라 아이들이다. 35명의 정신지체아를 입양한 분들은 정말 인류애가 투철하고 우리나라 부모와는 정말 다른 사람들일까?

워싱톤주에서는 교육의료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에 가정 지원금으로 매월 1인 당 1,800불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부모인들 양자를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국에서는 정신지체 자녀를 두었다고 하여 그 부모가 힘들고 무거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지원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 장애는 부모나 본인이 지기엔 너무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생활유지의 책임이 장애자 개인이나 그 부모에게만 지워져 있어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가정은 균열이 일게 되고 간혹은 그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안타깝다.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의 짐은 누구도 쉽게 벗어버릴 수 없는 삶의 무거움이며 생명이 끝날 때에만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짐의 무게는 얼마든지 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짐의 무게를 줄이는 사회정책의 입안, 시설과 설비의 확충, 편견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은 부모와 장애인이다. 이들이 지고 있는 짐을 다른 사람은 심각하게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의 권리주장을 위한 사회운동의 전개 역시 전문가나 주변 사람들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심각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나 본인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조직적 운동으로 전개해서 장애인으로 사는 삶의 무게가 보다 더 가벼운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장애는 분명 짐이다. 또 벗을 수 없는 짐이다. 그러나 무게가 가벼운 짐이 되도록 복지사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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