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한국 특수교육 130주년 기념 특별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이 운영하는 한국 특수교육 130년 기념 특별전이 대구대학교 캠퍼스에서 2024년 5월 2일(목) 열렸다. 대구대학교는 영광학원 설립 68주년, 대구대학교 개교 58주년을 맞아서 이 특별전을 기획했다고 한다. 한국 특수교육 130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고 대구대학교 개교 기념 58주년을 축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특별전시회의 내용을 보면 130년 전의 한국 특수교육 연원을 로제타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2051)이 1894년 평양에서 오석형의 딸, 맹인 오봉래를 만나서 교육하기로 작정한 때에서 찾는다. 홀 선교사는 1897년 뉴욕 점자를 한글 점자로 창제(創製)하여 배재학당 초학언문의 일부분을 점역(點譯)한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책을 만들었다.
이 점자책은 2022년 1월 우리나라 국가 문화재로 등록이 되었고 관리는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에서 하고 있어서 이번 특별전시회는 문화재 등록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구대학교 본관인 성산홀 2층 기획전시실에서 2024년 5월 2일부터 10월 30일까지 로제타 홀이 제작한 점자책을 전시한다고 한다.
이 점자책은 뉴욕 점자 즉 4점 점자로 제작된 것이다. 현재는 대체로 프랑스의 부라유(Louis Braille, 1809-1852) 점자 즉 현재 쓰고 있는 6점 점자로 통일되었다고 보인다. 6점 점자가 더 효율성이 높아서이다. 그러나 홀 선교사는 뉴욕 출신이고 뉴욕맹학교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뉴욕 점자로 한글 점자를 창제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책을 만들었다.
이 점자책으로 오봉래는 신교육을 받게 되었고 후에 동경맹학교 사범과에 유학하여서 우리나라 최초의 자격증이 있는 특수교육교사가 되었다. 동경맹학교에는 조배녀라는 학생도 오봉래와 같이 유학해서 특수교사 자격증을 받았다.
이 점자책은 오늘 우리나라 유일한 최초의 점자책이고 뉴욕 점자로 된 유일한 점자책일 것이다. 로제타 홀 선교사가 이룬 업적 중 하나이고, 이분은 단순한 선교사이기보다는 조선의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짙었던 분이다.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에 교사를 보내 교사로 훈련을 받게 하였고, 여성의학교육에서도 남다른 아이디어를 가졌던 분이다.
그 위에 기록에 철저한 분이었다. 사진이나 자료에 설명문을 붙여 두어서 후세대가 그 유물의 의미를 쉽게 알도록 했으니 홀 선교사는 선각자일 것이다. 지금도 기록에 소홀한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가 배워야 할 일이다.
이 점자책 표지에 본인이 제작 경위와 목적을 소상히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문화재로 등록하는데 유물의 진위(眞僞)를 검증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1993년 한국 특수교육 백년사를 편찬할 때 이런 기록이 있어서 초기 역사를 소상히 기록할 수 있었다.
성산홀 2층에서는 130여 년 전의 유물을 전시하는 동시에 로비 층 성산복합문화 공간에서는 발달 장애인 작가 6인의 특별전이 열려서 2층과 로비 층 사이에는 130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었다. 개화기와 현대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이었다.
성산복합문화공간에서는 발달장애인 작가 초청 6인전이 “Human Sense & Sensibility”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인간의 감성과 감수성이 표출되는 59점의 작품들이 화려하게 전시되었다. 여기 출품한 작가들은 금채민, 김기정, 양희성, 이다례, 정도운, 조영배 작가이며 이분들은 발달이 늦은 분 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바로 그들의 언어이고, 마음의 현상을 표출하는 창이고, 그들의 세계였다. 자기소개조차 쉽지 않았지만, 언어로 표현이 아니라 그림을 통한 의사소통이다. 정말 밝고 아름다운 그림은 그분들의 세계를 그려내기에 충분하였다.
그림을 감상하는 순간 어쩌면 그림이 이리 밝을까? 나는 그림에 조예가 없어서 전문적 식견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직관적(直觀的)으로 느낌은 설명할 수 있다. 색채도 강렬하면서 색감이 화려하게 느껴졌다. 그림의 구도 역시 전체와 부분의 조화, 대칭의 조화, 미적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이분들이 언어능력은 미진하고, 수학 풀이는 늦을지 모르나 미적 감각이나 표현 능력에서는 천재일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누구나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 성공할 것이다. 못하는 부분에 미련을 두면 성공하지 못한다. 좌절하고 실패하는 경우는 못 하는 부분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1973년 미국 CEC(Council for Exceptional Children)에서 간행하는 세계적 잡지인 Exceptional Children 제 41권 제2호를 받고 반가운 제목을 접한 일이 있었다. 그 제목은 “Another Van Gogh of Japan: The Superior Art Work of a Retarded Boy " 이었다. 바로 이 야마모토 청년을 소개한 것이다. 야마모도 청년은 제2의 반고호로 소개한 것이다. 이분은 정신지체 청년으로 불란서 미술 유학을 한 분이다.
이 잡지에서는 야마모토의 성장, 그림의 발전상, 현재의 그림 등을 소상히 소개하고 그의 그림이 반고흐에 이르렀음을 설명한 것이다. 비록 지능에는 지체가 있으나 그의 그림에 대한 천재성을 소개하여 심․신의 손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백치-천재라고 부르기도 했다. 야마모도는 분명 그림의 천재였다. 그러나 그는 생활 주변의 일들을 잘 몰랐다. 더욱이 야마모토를 천재 화가로 길러온 나고야 지적 장애 학교 교사였던 가와사키 다까시 선생은 그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길러준 분이다. 이런 발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 고귀한 것은 야마모토를 기른 그의 가치관이라고 하여야겠다. 가와사끼 선생은 야마모토의 그림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야마모토의 미술 활동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술(개발)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는 그리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왜 그리느냐?
그것이 바로 그의 인생이고 그의 정신이다.’
오늘 작품전시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이들 천재가 있고 그들의 삶이 아름답고 풍요로울 것을 예상하게 한다. 우리나라 경제도 많이 발전하여서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한다. 이제는 누구나 삶의 의미를 승화시켜서 좀 더 실존적 자아를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 전시회에 발표한 여섯 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발달장애인들이 못하는 부분은 접어두고 잘하고, 하고 싶고, 즐길 수 있는 영역에 도전해서 자기 삶의 의미를 꽃피우면 좋겠다.
나는 오늘 두 전시회를 보면서 역사의 소중함을 느꼈고 이로 나의 정체성이 확립된다는 생각을 했고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가 밝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자신이 잘하는 부분에 관심을 두고 즐겨서 자신만의 세계를 열어나가는 가슴 벅찬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2024년 5월 3일(금)
Ⓒ 2024 J. K. Kim
한국 특수교육 130년 기념 특별전 전시장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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