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오월 남천의 자연
내가 자연과 호흡하는 곳은 주로 경산 남천이다. 남천은 넓은 공간과 수목과, 물과 그 가운데 생명체들 즉 물고기, 새, 계절별로 피는 꽃 등 내가 만나는 자연이다. 더욱이 새벽의 남천의 신선한 공기는 하루를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 가운데서 자연과 소통하는 일은 참 멋지다. 새벽에 새 지저귀는 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자연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내 선생님이지! 새벽과 저녁에 둔치를 걷는 시간이 마음이 평안하고 기쁜 시간이다.
벌써 계절로는 여름에 들어섰다. 화려한 봄 동산의 찬란함은 사라지고 산이 검푸른 숲으로 꽉 차오르면 입하(立夏)를 지나게 된다. 여름이 왔다는 신호이지, 이 무렵 경산 남천에는 다소 변화가 일게 된다. 새 생명이 탄생하고 봄 끝자락에 둔치를 환하게 밝힌 유채꽃이 모두 지고 5월의 꽃으로 금계국(金鷄菊, golden wave, 꽃말은 상쾌한 기분)이 그 미모를 자랑한다.
겨울철 오리무리가 대거 와서 남천을 활기차게 했으나 봄철에는 다 제 곳으로 가버린다. 겨울 철새가 갈 곳으로 간 다음 봄철에 남천은 삭막(索莫) 감 마저 들었으나 4월 말로 접어들면서 대백로와 소백로의 개체 수가 늘었고, 민물가마우지가 여러 수 몰려와서 강을 활기차게 하고 있다.
겨울철 오리무리는 그 종류도 다양하고 크기도 아주 다양하였다. 크기 면에서 보면 대, 중, 소로 나눌 수 있는데 아주 작은 것은 병아리만 한 것도 있었다. 이 오리는 잠수도할 수 있어서 먹고사는 형편이 나은 편이라 생각된다. 오리는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새도 아주 다양하고, 그 종류도 너무 많아서 직접 관찰해 보면 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리무리 대부분은 겨울 철새였는데 덩치가 큰 것 가운데 텃새가 있었다.
지금 남천의 오리는 큰 오리만 남아서 부화한 오리 새끼를 이끌고 다녀, 자연이 선물하는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벽에 내가 느끼는 기쁨이다. 경산 남천은 5월 하순이 오리 새끼가 부화하는 시기인 것 같다. 자연에는 산아제한이 없는가 보다. 요즘 여러 오리 새끼 가족을 만나게 된다. 오늘 새벽에는 오리 새끼 15마리와 어미 오리를 만났다. 생명은 신비(神祕)이다.
내가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서 반대 방향으로 새끼들을 이끌고 피해 가는 모습이 본능적인 것 같다. 어미 오리는 이제 부화해서 하루 이틀밖에 안 된 새끼를 먹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고 먹이 먹는 방법을 가르치고 새끼가 먹이를 먹는 동안 예의 주시하여 주변의 위험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리 새끼는 그 어미에게서 먹이를 찾고, 먹는 방법, 위험을 피하는 방법, 무리와 어울리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새끼는 약 2개월 정도 어미 곁에서 보호받으면서 보고 배워서 생존의 법칙을 배우게 된다. 상당히 자라서 독립할 때까지는 어미의 보살핌을 받을 것이다.
나는 새 생명을 대할 때마다. 경이롭다. 신은 어떤 원리로 새 생명을 탄생하게 하셨는지, 그래서 생명이 영속적으로 보존되게 하셨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며칠은 매일 아침 오리 새끼가 있는 오리 가족을 만나는데 이 일로 매일 흥분 된다.
5월 남천 둔치에는 금계국이 만개한다. 둔치 양안으로 노란 물결이 바람에 일렁인다. 금계국 영문명이 황금 물결(golden wave)이라 하니 바람에 일렁이는 금계국 모습을 보고 지은 이름 같다. 금계국이 한창 피어나면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귀가 따갑다. 둔치 걷기 트랙은 눈 호강해가면서 자연의 합창을 즐기는 자연의 선물이다.
새벽에 새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걸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가벼운 바람이 일면 기분은 더 상쾌하다. 새벽에 내가 누리는 자연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 은밀한 언어를 들을 수 있는 사람(whisperer),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자연의 소리에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자연인(自然人)일 것이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항상 허기져있다고 한다. 이 허기(虛飢) 때문에 동물에게 동인(動因)이 생겨난다. 그래서 애플의 창설자 스티븐 폴 잡스(Steven Paul Jobs, 1955년 2월 24일~2011년 10월 5일)는 청년들에게 헝그리 정신(hungely sprits)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자연을 움직이는 힘이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긴박한 생존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동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천의 생존 조건으로 보면 백로과 새(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등)는 먹이를 잡기가 쉽지 않다. 많이 기다리는 축에 들어간다. 물고기가 풍성하면 좀 쉽겠지, 그러나 물고기는 새가 버티고 있으면 수초 밑에 숨어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가마우지는 좀 사정이 다르다. 수영하는 실력이 뛰어나서 물속 구석구석을 휘저으며 물고기를 잡는다. 훨씬 쉬운 삶이라 하겠다. 백로들은 가마우지가 나타나면 그 근처에서 배회한다. 가마우지가 있으면 물고기 이동이 많아져서 물고기 잡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백로는 잘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서 먹잇감을 기다리는데 가마우지가 나타나면 아주 활발해져서 가마우지의 이동에 맞추어서 바쁘게 날아다닌다. 가마우지와 백로의 협력이라 해야 할까,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물 흘러가는 이치와 같다고 본다. 가마우지가 나타나면 남천은 무척 활기차 보인다.
남천의 5월은 꽃, 새소리, 부화한 새끼 오리, 새들의 먹이 활동 등으로 활기차 보인다. 그리고 우거져가는 녹음(綠陰)은 바람 소리를 맑게 하고, 쉼터를 제공하여 저녁녘에는 많은 사람의 휴식 공간이 된다. 자연 속에서 나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2024년 5월 27일(월)
Ⓒ 2024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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