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옐로스톤 국립공원 회상(回想)
십여 일 바쁘게 지났다. 박물관에 기증할 사진을 정리하였다. 100여년 전 사진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가능한 한 찾아서 기록으로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 사진은 귀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진에 관한 설명이 없다면 후세대가 사진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폐기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진에는 가능한 한 설명문이 붙어있어야 한다. 박물관은 후세대에 선조의 문화유산을 전달해야 하므로 더욱 메시지 전달기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진 정리를 하면서 12년 전 아들 가족과 여행한 사진들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2012년 아들의 제의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규모가 가장 큰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를 여행한 일이 있다. 사진 몇 장을 들고 잠시 추억에 잠겼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의 3개주에 걸쳐 있는 큰 공원이다. 공원 안의 외곽도로로 한 바퀴 돌려면 230km(144miles)라고하니 아주 큰 공원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 와이오밍주(Wyoming) 북서부, 몬태나주(Montana) 남부와 아이다호주(Idaho) 동부에 걸쳐 있는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1872년 지정)이며 대략 8,933㎢의 면적을 차지하는 거대한 공원이다. 옐로스톤이라는 이름은 황 성분이 포함된 물에서 미생물의 작용 때문에 바위가 누런색이 되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가 옐로스톤 공원을 방문한 것은 8월이니 무더위가 한창일 때였다. 그런데 공원에 지열로 더 덥게 느껴졌다. 용천(湧泉)수가 만들어낸 조각품, 간헐천(間歇泉 Geyser)의 장관, 옐로스톤 대화재(大火災) 후에 자연의 회생 능력 현상, 옐로스톤에 사는 야생 아메리카 들소들(이 공원에는 늑대, 곰, 사슴, 노루, 코뿔소 등 많은 야생동물과 독수리, 매, 콘도르 같은 맹금류가 서식한다), 용천 수가 강을 이루어 내려가는 아름다움 등 자연은 경이롭고 많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다만 보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람만이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 북문(北門, North Entrance) 동판에 기록된 내용은
"좌측 기둥에 기록 내용은 Yellowstone National Park(공원의 명칭), 위 중앙에 기록된 내용은 For the Benefit and Enjoyment of the People(공원의 설립 목적), 오른쪽 기둥에 기록된 내용은 Created Act of Congress, March 1, 1872(설립 연도와 설립근거) 이다."
옐로스톤 공원의 북문(北門)을 통해서 입장하였다. 공원에서 먼저 본 것은 매머드 핫 스프링(Mammoth Hot Spring)의 테라스(Upper Terrace)였다. 간헐천(間歇泉 geyser)의 분출물에 함유된 미네랄은 뜨거운 물이었을 때 석회석 지대를 흐르면서 아름다운 테라스를 형성하게 된다. 매머드 핫 스프링의 분기공(fumarole 噴氣孔)에서 화산 열과 물의 작용으로 분출되는 용천(travertine 湧泉)수는 신비(mystery)롭다. 과학자들은 그 진상을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
지하에서 지표(地表)로 뜨거운 물이 용출되어 흐름으로 마그마 방(chamber)을 만들어냈다. 비나 눈과 같은 땅윗물이 지하에 스며들고 이런 지하수가 작은 지진에 의해 물 순환 통로를 만들게 된다. 이때 열을 좋아하는 생물(thermophile 好熱性 生物)이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조각을 만들어내게 된다.
뜨거운 물에서는 황색과 흰색을 만들어내고 찬물에서는 오랜지 색(orange), 갈색(brown), 녹색(green)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색상이 다르게 된다. 흐르는 물의 양이나 슬로프의 정도, 물이 통과하는 경로에 따라서 살아있는 조각품이 만들어진다. 이야말로 창조주의 걸작품, 살아있는 조각품(Living Sculpture)이다.
맨머드를 떠나서 진흙 간헐천(geyser basin)으로 가는 길에서 아메리카 들소 떼를 만났다. 앞의 자동차가 가지 못하고 섰기에 우리도 섰는데 언덕에서 내려온 들소 떼가 자동차 사이를 지나서 강(Yellowstone River 상류)가로 이동한다. 그 많은 소 떼가 지나가도록 기다렸다. 덩치가 얼마나 큰지 그 자체가 위협이었다. 자동차보다 더 커 보였다.
들소들은 강변의 초지에서 쉬기도 하고 싸움도 하고 목가적 장르를 연출해서 평안한 마음을 갖게 했다. 총을 만든 인간은 무분별하게 들소를 사냥해서 그 개체 수를 위기에까지 몰아넣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호 대상이 되어서 개체 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을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진흙 간헐천 웅덩이(geyser basin)는 지옥의 열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진흙의 모양은 팥죽 쑤는 가마솥 같기도 하였고 무척 뜨겁게 느껴졌다. 신비의 세계이다. 화산의 잔재로 아주 미약한 활동이지만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웅덩이의 위력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옐로스톤 공원은 가는 곳마다 수증기가 올라오는 장관을 목격하게 된다. 구 신앙촌(Old Faithfull Town)에는 간헐천 웅덩이(geyser basin)가 상당한 규모였다. 내가 서 있는 땅 밑에는 불덩어리가 있어서 지하에 흐르는 물을 뜨겁게 데운다. 그리고 그 물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이다. 나는 불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땅 밑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모르지만, 지표에 나타난 일을 보고 신비를 느낀다.
옐로스톤 공원에 1988년 큰불이 났다. 많은 숲이 잿더미가 되었다. 내가 이 공원을 여행했을 때는 이미 24년이 지난 후였다. 불에 타 죽은 나무는 대지 위에 우뚝 서서 차츰 자연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밑에서 새 생명이 올라와서 새 터전을 마련하고 있어서 자연의 순리를 배우게 한다. 숲이 사라질 때 그 자리에 다음 세대가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는 단순한 진리가 이 대지에서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불타버린 지나간 세대도 절대 흉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파랗게 치솟아 오르는 새 생명은 힘이 있고, 밝고, 빛났다. 이들이 이 공원의 주인공들이다. 빈자리에 식재(植栽)하지 않았고 자연에 맡겨둔 당국자의 의도대로 이 자연은 얼마 뒤 아주 풍성한 옛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노리스 가이저 베이신(Norris Geyser Basin)에는 정말 많은 간헐천 웅덩이가 있었다. 간헐천도 이동한다고 한다. 지하의 물길이 바뀌면 새로운 곳으로 간헐천이 생긴다 그러면 그곳의 나무들은 죽게 된다고 한다.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간이 어찌 다 알겠는가. 어찌 다 조정(調整)을 하겠는가, 신의 영역이다. 자연은 그 자체가 성경이다. 그 안에 우주의 진리가, 인생 삶의 진리가 들어 있다. 느끼고 깨닫는 사람만이 배운다.
미드웨이 간헐천(Midway Geyser, 間歇泉)에서 못과 같이 큰 간헐천을 만났다. 못에서는 수증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용천수는 뚝 밑 개천으로 흘러내려 간다. 못에서 아래로 두줄기가 흘러내리는데 이 물은 뜨거운 물이다.
이 간헐천은 아주 컸다. 색상도 다양하고 미묘하고 아름다웠고 디자인 역시 형형색색이었다. 못에서 흘러내리는 두 줄기 황색 물줄기는 참 아름다웠다.
몇일 사이에 이 드 넓은 공원을 다 보겠는가! 나는 아주 일부분만을 보았고 간산(看山) 주마(走馬) 겪으로 관찰의 넓이와 깊이가 전연 없었다. 아주 단편적 관찰이 었으니 깊이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짧은 시간에 보고 느낀 바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글로 옮겼다. 글의 한계일 것이다.
오늘 우리사회가 기후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시점에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자연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를 하고 있을까? 인간은 자연 앞에 아주 미미한 존재이다. 인간은 자연의 법을 잘 알고 순응하여서 이용해야 한다.
2024년 7월 20일(토)
Ⓒ 2024 J. K. Kim
* 매머드 핫 스프링(Mammoth Hot Spring)에서 만난 테라스(Upper Terrace)의 절묘함에 놀라 시 한 수를 읊었다. 오래전 시이지만 옐로스톤국립공원을 소개하는 마당에 같이 소개하려한다.
절 묘 (絶 妙)
놀라움
오묘, 신비, 불가사의
열을 토하는 지표
그 심층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그는 토해내고야 만다.
용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불길보다 더 뜨거운
용천수(湧泉水)
물인지 증기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그리고 서서히 지표를 흐른다.
물이 함유한 미네랄
그리고 열
지표 부의 석회석
물의 양과 흐르는 통로
뜨거움을 좋아하는 박테리아
그들은 서서히 살아있는 조각품을 만든다.
테라스의 크기
높이와 모양
원형인가
평면인가
절묘한 조화
물의 양
온도
물의 흐름에 따라서
생성된 상상할 수 없는 색상
흰색인가 했더니 황갈색이요
녹색인가 했더니 다갈색이고
주황색은 뛰어난 아름다움
황홀한 태피스트리
수만 가지 색상이 여기에 존재한다.
창조주가 만드신 자연의 조각품
경이(驚異)
절묘(絶妙)
환희(歡喜)
2012년 8월 9일(목)
Ⓒ 2012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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