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0. 일등 인생

profkim 2020. 3. 9. 13:32



일등 인생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학부모는 자녀의 석차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시험이 있은 후에 석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주 오래도록 사회는 서열을 매기는 데 익숙해져 있으며 한 등급이라도 더 올리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어떤 의미에서 시험제도는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데 유용했다고도 생각된다. 그러나 양적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온 관행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무모한 경쟁의식과 불안과 좌절감을 갖게 하였다. 더욱 경쟁의식은 이웃이나 급우를 적으로 보게 하였고 상대가 무너져야 내가 산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게 하였다. 이로 인해서 인간관계는 인간 서로간의 신뢰나 사랑을 심기보다 쳐부숴야 하는 대상으로 본 것이다.


진정 우리의 경쟁 상대는 누구일까? 우리가 누구를 이기면 만족하겠는가? 미국을 이길까? 일본을 이길까? 전체 학교 수석을 한 친구를 이길까? 동기유발의 대상이 외부에 있기 때문에 이런 대상이 사라지면 행위자는 무력해 질 수밖에 없다. 진정 경쟁자나 정복해야 할 존재가 있다면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다.


개인(in-divi-dual)의 뜻은 둘로 나눌 수 없다는 의미이다. 둘로 나눌 수 없는 것은 unity(統一性)uniqueness(獨特性, 唯一性)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철학적 의미로서 유일성의 뜻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인간의 유일성은 공간적인 것이다. 생존해 있는 모든 것은 그만의 공간을 차지한다. 그 공간은 누구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며, 대치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 공간을 비워 둘 수도 없다. 자신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인간은 공간적으로 유일한 존재이며 이것은 생존해 있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다.


둘째, 시간의 유일성이다. 누구에게나 출생 년 월일이 있고 사망 년 월일이 있으며 그것을 누구에게 양도하거나 양수할 수 없다. 이 시간은 누구와 교환하거나 임의대로 조정할 수 없으며 자신만의 시간에서 생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은 생명이다.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의 삶은 무덤을 향하여 난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시간의 흐름은 생명의 점진적인 소실을 의미하며 우리가 사망하는 날 우리의 생애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시간마다 종말을 옆에 두고 있다.

우리의 일은 매 순간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며 내일의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일에서나 시간에서나 자기의 목숨을 걸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명을 헛되이 쓰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든 청소를 하든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모두가 목숨을 건 시간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 시간만이 생명이 불타고 실존적 자아를 실현하는 시간이다. 한 시간의 실패는 영원한 실패이고 그 자체가 수정된다든지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준비시키는 교육은 그래서 힘이 없고 나약하기 마련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교육이야말로 생명력이 넘치고 삶의 증거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시간(생명)을 향유할 수 있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셋째, 인간은 능력에 있어 유일하다. 역사이래 동서 어느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도 능력이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서 인류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그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유일한 존재로서 개인은 역사적으로 일회성이며 그 누구와도 대비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학교교육과 사회에서 석차는 왜 존재하는가? 이것은 보편성이나 집단 개념에서 도출된 개념이다. 개인을 중시한 사고에서는 석차는 있을 수 없다.


경주로에서 8명이 뛰면 8등까지 나오고, 2명이 뛰면 2등까지 나오고, 혼자서 뛰면 1등 밖에 없다. 사람은 자기 생의 길을 혼자 뛰고 있으며 그래서 모든 사람의 석차는 1등이며 항상 1등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이기면 그것이 온 세계를 능가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월 의식을 가질 수 없다. 기능주의적 사고에서 우월의식은 존재했었다. 다른 사람보다 탁월하다는 생각은 대인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생성된 개념이기 때문에 무의미 한 것이다. 이런 허구 때문에 사람은 자아를 상실하고 때로는 자만에 빠져서 실패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스스로 수월성을 개발한 사람만이 탁월한 것이다.


탁월성은 개인의 질적 삶에서 생성되는 것이지 양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우월의식을 갖는다는 그 자체가 허구이며 이런 것은 사람의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반면 열등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기만일 것이다. 패배의식, 좌절의식, 열등의식은 사람의 능력을 약화시키고 무기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은 학생의 자아를 발견하게 하고 자아를 정립하여 자아를 존중하고 자율적이고 자기 주도적이 되도록 하여야 하며 자아실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사람이 진정한 일등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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