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09. 자기 결정

profkim 2020. 3. 8. 14:59





자기 결정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상황을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 한 번의 결정을 잘못해서 평생을 후회하게 되고 한번 결정이 평생을 영광의 길로 인도하게도 된다. 이런 큰 결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일 매시 직면하는 문제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옛말에 착한 어린이는 말 잘 듣는 아이와 동의어로 사용되어 왔다. 말 잘 듣는 아이는 순종적이고 장유유서를 잘 지켜 나이든 사람의 의지에 잘 따라 주는 아이를 말한다. 먹으라면 먹고, 공부하라면 하고, 심부름을 시키면 잘하고 말썽을 안 부리는 그런 착한 행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아이에게는 자기가 없고 자아상실로 타율적이고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교육의 최고의 목적은 자아실현에 있으며 이것은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요, 인도자이며, 자율적으로 자신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착한 아이는 자아실현인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살아있다는 증거는 자신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 있다. 그래서 자기 주도적자율적적극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자기결정이 없는 사람은 생명력을 잃은 사람이라고 하겠다.

영국의 희곡작가 입센의 작품인 인형의 집에서 여자주인공 로라가 집을 나오게 되는 이유는 자신이 상실된,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인형의 집에서 나오는 것이다. 평론가들은 그녀가 가정을 탈출한 것에 대해 혹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식이나 남편의 집을 버린 것이 아니다. 인형의 집을 버린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이 상실된 속에서 산다는 것은 허구일 것이다. 허구 속에서 산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집단만이 활동적이고 생산적이며 생명의 활력이 넘친다는 걸 안다.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순종적이고 표준 지향적이고 입시위주의 타율적 삶을 강요하고 있다. 이들은 21세기 정보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정보사회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보사회야말로 스스로의 세계를 열어 가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는 자라나는 세대의 문제를 결정해 줄 권리가 없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이 잘못 판단하여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 매우 큰 우려를 하고 있지만 자라나는 세대가 잘못된 결정으로 실패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좋은 교육적 경험이 될 것이다. 실패야말로 좋은 학습이기 때문이다.

부모나 교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스스로 결정하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도록 기회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할 기회가 없는 아이는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된다. 처음 결정이 미숙하더라도 계속 결정하는 경험을 반복하면 유능한 결정자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것이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거의 결정할 기회를 가져보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는 지적 능력이 뒤지는 데서 생기는 문제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매우 심각하여 이들이 무능하다는 속단을 하기 쉬우며 모든 것을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이들에게 적은 것부터 기회를 부여하고 경험을 축적해 갈 수 있도록 우리의 잘못된 편견을 없애야겠다.

부모나 교사는 자라나는 세대가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무엇이든 결정해야 한다면 결정자의 자세며, 결정에 필요한 지식, 주변과의 관계 등을 살펴서 아이가 가장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부모나 교사의 역할은 자라나는 세대를 지원해주는 것이지 모든 걸 해주는 것이 아니다. 부모나 교사는 자라나는 세대가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한다.

누구의 결정이라도 그것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항상 현명한 결정이 될 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우리교육의 시대적 상황 변화에 따라서 자라나는 세대는 질적 삶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에 자기결정 능력이 얼마나 요구되는지를 가늠해야 한다. 개인이 결정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하며 줄기차게 도전하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해 만족해하고 자율적 접근이 있어야 하며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 부모나 교사는 이들의 결정에 대해 믿어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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