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시대
산업사회는 기계화 자동화에 의한 대량 생산체제를 유지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인류는 가난으로부터 해방되고 의식주 생활에 있어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기계화된 제품은 사람들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어서 산업사회 초기는 수제품보다 공산품이 더 값이 나갔다. 물량이 부족하던 시대에 기계에 의해 제작된 물건이 훨씬 매끈하고 보기 좋고 새롭게 보였으니 기계제품은 수제품보다 훨씬 신식이고 좋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양적으로 충족된 이후에 사람의 마음은 많이 달라졌다. 좋은 물건을 넉넉히 갖게 되니 누구나 같은 물건을 갖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개성을 강조하고 개성이 있는 삶을 갈구하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과 나는 달라야 한다. 의상, 헤어스타일, 행동, 사고, 일상의 모든 일 들이 다른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 개인의 독특성을 부각시키고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탈현대가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삶의 질 추구는 그래서 개성의 추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수 년 전 해외 여행 중 비행기 안에서 미국잡지 economic report를 읽은 일이 있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다(東洋自動車會社)의 이사와 잡지사 기자와의 대화 내용이었다.
기자가 도요다가 생산하는 자동차 종류가 몇 종이나 되느냐를 물었을 때, 약 2,000종인데 옵션을 가미하면 20,000여 종이 된다고 했다. 앞으로 도요다의 계획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비자의 주문에 의한 생산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공산품이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추어서 생산되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모든 공산품은 어떤 점에서라도 다른 제품과 차별화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공산품보다는 수제품(hand made)이 값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제품이야말로 어느 하나 같을 수 없으며 그것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 같은 종이라도 서로 다른 물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생산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구안해 내어야 한다.
상품 생산지가 아닌 우리교육 현장은 어떠한가? 학년과 학급이 아직도 건재하고 학생은 자유로이 이동할 수 없으며 교과서는 표준화 되어 있어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며 학생은 스스로의 학습을 주도할 선택의 기회가 거의 없다.
지금 우리의 학교는 학생 스스로가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학교가 아니다. 산업사회의 대량 생산 체제나 마찬가지로 적당히 학업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되며 객관적이고 집단적인 표준에 개인 학생을 맞추고자 하는 학교이다. 탈 산업사회의 개성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교육만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보편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할 때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 배출하는 시대는 끝났다. 다양한 삶의 목표와 각각의 방식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하는 이 시대에 학교도 함께 변화를 모색하여야 한다. 모든 학생은 서로 다르며 개인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서 그만이 갖는 독특성이 있으므로 각각의 교육 또한 다양성 속에 있어야 한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교는 학생들을 통해 예술적인 창조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각각 예술적인 작품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교는 감동을 창조하는 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공임을 느껴 스스로 자기 삶을 주도하도록 도와야 하는 곳이 학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많아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열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능력에 따라서 계속적 진보가 가능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야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능력에 부합한 학습을 할 때 각각의 학생들은 최선을 다하기 위한 목표를 세울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관적인 삶의 목표까지 세울 수 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학습을 통해 삶의 의의를 추구하는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치있고 유용하고 편안한 것이 되도록 진정 자신을 돕는다.
그러므로 수업은 교사가 전개하는 무형의 예술작품이고 학습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을 작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학교는 교육을 통해 예술을 지향하는 곳이다. 21세기에는 모든 학생이 자기만의 독특한 생명력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학교가 학생들을 도와야 하며 학교는 그 발판으로서 활기 넘치는 삶의 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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