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시(詩)] 131. 회 우(會 遇)

profkim 2026. 1. 23. 10:24

덩굴장미의 만남 Ⓒ 2025

 

131. 회 우(會 遇)

 

 

오랜만의 만남입니다.

세월의 빠름을 무엇으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요,

나이든 이에게는 해체의 시간이지요,

몸매도 무너지고

시력도 희미해지고

청력도 가고

다리도 후둘 거리고

생각하는 능력도 무뎌지고

모든 기능이 쇠퇴하였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은

지난날들의 영상이 되살아나는 계기였습니다.

젊었을 때 활기차던 모습

바쁜 삶으로 옆을 돌아볼 수 없었던 일

앞의 목표를 향해 숨차게 달리던 모습

옆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조차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의 연속 선상에서 오늘이 있고

또 내일이 있겠지요,

그리고 다음 세대가 있을 것입니다.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영상들

전쟁과 가난

피난과 화물열차 지붕에서 남으로 향하던 7일간

1950년 크리스마스이브

한강을 건너고

노량진 어느 지인의 집에서

뜬눈으로 피난 첫날 밤을 보낸 일

그리고 대구에서 피난민 생활

 

각박하게 살던 때

어찌 너그러움이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그때

젊음이 있었고

활기찼고

생을 불태우는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 결실이 오늘이 아닐는지요?

인고(忍苦)의 세월이 지나고

오늘

노년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2018419()

2018 J. K. Kim

 

 

 

[작시(作詩) 노트]

 

  수도권에 사는 사촌 형제자매가 2018417~19일 내가 살고 있던 창녕을 방문하였다. 며칠을 같이 지내며 우의를 나누었다. 한국전쟁이 나던 때 그해 크리스마스이브(Christmas Eve)에 우리 대소가는 서울을 떠나 피난길에 나섰고 노량진 한강 부교를 건너 노량진 어느 지인(知人)의 집에서 첫 피난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영등포역에서 화물열차 지붕에 올라서 7일간의 긴 여행 끝에 대구에서 수년간의 피난민 생활을 한 일이 있었다.

 

  사촌들의 방문은 기쁨이었고 창녕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일래 선생이 1928년 작사 작곡한 산토끼기념 공원인 산토끼노래동산과 이일래 선생이 근무했던 이방초등학교 그리고 우포늪 등을 같이 관광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격년으로 만나자는 약속을 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무위로 돌아갔고, 나도 그곳을 떠났고, 그 뒤 여러분이 병약해져서 모일 수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