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4강
요사이 온 국민이 2002 월드컵 열기로 하나되어 있다. 스페인과 4강 진출을 위한 일전에서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500만 거리 응원단이 붉은 옷을 입고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면서 경기가 시작되기 5시간 전부터 경기가 끝나고도 몇 시간씩 환호하였다.
사실 월드컵이 시작될 때 1승만이라도 해야 된다는 열망에 국민은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폴란드를 2대 0으로 격파하므로 그 소망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16강은 가야되겠다는 국민의 열망이 생겨났다. 미국과 1대 1로 비기고, 포르투칼을 2대 1로 이겨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였다. 온 국민은 모두 기적이라 하고 우리 축구의 한을 풀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8강, 4강, 우승의 기대를 갖게 되었다.
8강 전에서는 우승후보인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이기고 4강 전에서는 스페인을 페널티킥에서 5대 3으로 승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온 국민은 4강까지 왔으니 내친 김에 우승까지 가야 한다느니, 이제 자유롭다느니 하여 만족과 도전에 대한 제 각기의 생각을 하였다.
우리나라 역사상 축구에서 거둔 결실이 이번 만한 경우가 언제 있었는가! 온 국민이 놀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지도한 거스 히딩크(G. Hiddink)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세계축구를 보는 그의 안목에 대해 존경하며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는 기초체력이 관건이라 하여 계속 체력향상에 중점을 두어서 우리선수들이 초반에 선취득점을 하고도 후반에 힘없이 무너지는 과거의 악몽을 말끔히 씻어내고 90분내지 120분도 계속해서 뛸 수 있게 하였다. 체력을 바탕으로 개인기를 기르고 그 위에 팀웍을 길러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그 힘을 집대성하여 수십 수백 배의 효과를 내게 하였다.
중요한 것은 히딩크의 훈련방법이다. 인맥, 학맥, 지연을 모두 무시하고 개인능력을 선수선발의 기준으로 했다. 선수들로 하여금 실력이 있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인식을 하게 한 것이다. 또한 그의 훈련방법은 강훈련이면서도 즐기는 훈련방법을 썼다.
히딩크의 축구전략을 통해 우리 교육이 생각할 점은 교육은 엄격한 규칙이 있어서 누구에게나 항상 공평해야 하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도전 방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학습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학습은 즐겁고, 유익하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때 학습의 효과는 극대화되고 놀라울 정도의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거리응원단은 어떠한가? 대 폴란드 전에는 80만명, 대 미국전에는 200만명, 대 포르투칼전에는 명, 대 이탈리아 전에는 420만명, 대 스페인전에는 500만명, 대 독일전에는 700만명이 거리응원단으로 참여하였다. (KBS 텔레비젼의 통계를 이용한 것임) 이들은 왜 이 응원단에 참여하는가? 그들이 이에 참여함으로 가정 텔레비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열기, 감동,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뭉치게 하는 동기는 그런 것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감동적이어야 한다.
경기가 끝나고 뒤풀이는 더 재미있었다. 음식값을 받지 않는 식당,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호프집, 종 한 번치고 1병씩 돌리는 인심, 밤새도록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돌아다니는 청년들, 전국이 흥분의 도가니였으며, 모든 국민이 시름을 잊는 날들이었다. 축구라는 매체가 사람 마음 속에 맺혀있던 그 무엇을 열고 즐기게 해 준 것이다. 놀이문화가 제대로 없던 우리에게 열린 마음을 가져다 준 것은 감동, 기쁨 그런 것이다.
그러나 우리교육은 재미가 있는가? 감동적인가?
누가 교육을 재미로 하느냐? 고 반문할 것이다. 재미가 없는 일을 누가 열심히 하겠는가? 우리 교과서는 재미가 없다. 어렵고 생활과 동떨어져 있어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공부는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내로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래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이다.
우리는 공부하다가 밤을 샌 일이 있다. 또 소설을 읽다가 밤을 샌 일도 있다. 이 두 사실 사이에 차이가 무엇인가? 전자는 의무로 한 것이고 후자는 재미로 한 것이다. 오늘 우리는 중다지능학교, 질적학교, 학생중심교육과 같은 새로운 용어를 많이 쓰게 되었다. 이들 용어가 내포하고 있는 것은 학생이 선택하고 학생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즐기게 해 주는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방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을 누가 실천하느냐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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