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서드에이지 4

[단상(斷想)] 58. 떠 남

58. 떠 남 새벽에 비가 내렸다. 올해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으나 오늘 새벽에 내린 비는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어 날씨도 무척 시원해졌다. 아침 일찍이 서둘러서 창녕에 갈 준비를 하였다. 수일 전 창녕에 계신 지인(知人; Y 교장)으로부터 8월 초에 서울로 이사를 하시게 되었다는 전갈을 받고, 어쩌나 하든 차에 아무래도 떠나시기 전에 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서 점점 늙어가는 세대가 하나둘 줄어들고 이런저런 이유로 만날 수 없게 되어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창녕에 있던 더케이서드에이지(silver town)에 내가 6년을 사는 동안 많은 훌륭한 분들을 만났고 Y 교장은 그중의 한 분이다. 다른 분들은 다 떠나서 지금은 만날 수 없다. Y 교장이..

단 상(斷 想) 2022.07.23

[단상(斷想)] 아듀! The-K 서드에이지

[단상(斷想)] 아듀! The-K 서드에이지 오월 하순으로 접어들면 남도 논에는 물 데고 저녁녘 개구리 우는소리로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내가 듣기로는 그저 같은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 같다. 무슨 애절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나누는지, 벗과 희망에 찬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지 그들은 무척이나 힘차고 활기찬 대화를 나누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사는 내가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해왔다. 어렸을 때 이런 소리는 서울에서도 흔히 듣던 소리이다. 그러나 현재 도시 생활이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올해로 개구리들의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이 여섯 번째이다. 그러나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도 올해로 마지막인 것 같다. 지난 3월 24일 더케이서드에이지 사..

단 상(斷 想) 2021.05.26

The-K 서드에이지 가족들의 이산(離散)

The-K 서드에이지 가족들의 이산(離散) 어제 내린 비로 이팝나무 꽃이 많이 떨어져서 길에 하얀 쌀밥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한쪽에서는 오월의 여왕 붉은 덩굴장미가 꽃 피기 시작하여 오월을 연다. 캠퍼스는 그런대로 싱그러움과 생명력이 넘치고 있다. 그동안 늦잠을 자던 목 백일홍은 사월 중순이 지나서 기지개를 켜고 잠에서 깨어났다. 죽은 나무 같았는데 새순이 돋아나니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오묘한 창조주의 섭리를 피부로 느낀다. 연못의 동면하던 잉어도 잠에서 깨어났고 이제서서히 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M교수는 매일 건빵 한 봉지를 들고 이른 아침 연못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을 불러낸다. 신호를 보내면 그들이 모여온다. 그리고 몇 개씩 건빵을 던져주면 경쟁하듯이 건빵을 건져 먹는다. 이렇게 해..

단 상(斷 想) 2021.05.06

[단상(斷想)] 31. The-K 서드에이지 유감(遺憾)

The-K 서드에이지 유감(遺憾) 나의 인생 후반 6년여를 창녕에 있는 The-K서드에이지에서 보냈다. 비교적 안정되고 풍요로웠다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이지만 이 시설은 4성급 호텔의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며 행정직, 보건직, 기술직 직원들이 입주 회원을 항시 보살피고 있어서 불편 없는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캠퍼스도 아름답게 조경이 되어있어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었고 산야의 아름다움은 낭만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였다. 캠퍼스에는 철 따라 아름다운 꽃이 피고 과실수에 열매가 맺어서 입주자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이곳에 입주한 분들은 대개는 교직 생활을 한 분들이다. 평생 교직 생활을 하고 노후를 이곳에서 근심 없이 보내고 있는 편이었다. 회원 간의 동호회 활동 역시 회원들의 활력을 높이는 동인..

단 상(斷 想) 202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