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배신(背信)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일선 최전방의 OP에서 근무하면서 단편소설 “벽(壁, le Mur)”을 읽은 일이 있다. 이 소설은 무신론적 실존주의 철학자 쟝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의 1937년 작품이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밤 눈이 많이 내려서 사위가 백색의 향연을 벌일 때 젊은 청년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스페인(Spain) 내전(內戰)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20세기 세계 제2차대전 중의 파시즘과 그 광기(狂氣)가 스페인을 뒤 덮었을 때의 풍경이다. 스페인 내전의 반역죄로 잡혀 온 톰, 후앙, 그리고 파블로는 즉결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재판 결과를 군인 장교가 전달한다. 내일이면 사형이 집행된다. 총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