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꽃
가난을 딛고서서
하얀 쌀밥을 먹기를
고깃국을 먹기를
간절히 원했다.
꿈이었다.
잡곡 혼식은 가난을 이기려하는 국민의 생활
분식은 싸구려 먹 거리
고구마, 감자는 값싼 간식거리
자연산 건강식을 먹고산 우리들
하얀 쌀밥은 우리의 바램이었다.
당뇨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팝나무 거리를 걷는다.
꽃이 하얀 이밥처럼 생겨
이팝나무
흐드러지게 핀 꽃은
고봉으로 담은 흰쌀 밥그릇
풍요의 상징
넉넉함
거리는 밥상
흰색으로 채색되었다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이팝나무 꽃
이 땅에 이루어진 오늘의 풍요를 보는 것 같다.
오래전 우리의 가난한 삶이
허리끈 질끈 매고 애쓰던 아낙 내들의 모습
12시간 노동을 하던 근로자들
코 흘리게 아이들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환상(幻想)들
이팝나무 길
오늘의 풍요보다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작시(作詩) 노트: 대구광역시의 시화가 이팝나무란다.
그래서인지 가로수로 이팝나무가 많다. 5월이 되면 거리는 온통 이팝나무 꽃으로 장식된다.
가난한 시절의 고봉으로 담은 흰쌀 밥그릇을 연상한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우리에게 연민의 정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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