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이야기
반백 년을 한자리에 서서
갖은 풍상 다 이겨내고
넓은 그늘을 자랑한다.
굵으나 여기저기 생긴 옹이
연륜을 자랑하는 둥치와 가지
그의 지평은 넓다.
교정 한구석에 서서
공놀이하는 아이를
줄넘기하는 아이를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를
항상 지켜본 그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사회의 간성(干城)으로
엄마로
아빠로
가정을 갖고
그들이 다녔던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가 되었다.
원로가 된 단풍(丹楓)은
그들을 지켜보듯이
그의 아들딸을
그리고 손자 손녀를 지켜보며
그들의 조상 이야기를 후손에게 들려준다
옛날에는 참 어려웠단다.
지금은 모두가 풍요롭지
옛날의 너희 선조는 가난했지만 참 진실하고 진지했단다.
물질의 풍요보다
마음의 부자가 진짜 부자지
그는 너털웃음을 웃는다.
고즈넉이 서서
역사를 말해주는 노 단풍의 당당함
역시 그는 증인이다.
작시(作詩) 노트: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에서 초등학교 폐교를 만난다.
교정 한 구석에 밑동이 굵은 단풍나무의 당당함과 위용을 본다.
이 학교의 역사와 같이 한 것 같다.
그는 이 학교의 모든 비밀을 가슴에 간직하고 묵묵히 또 미래를 바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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