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늦잠에 취한 목 백일홍

profkim 2021. 4. 9. 16:24

            늦잠에 취한 목 백일홍

 

 

 

 

이른 아침 캠퍼스

영산홍 활짝 펴

4월을 알린다.

 

벚꽃, 매화, 살구꽃이 다녀간 뒤

캠퍼스에는

새빨간 영산홍이

주인으로 등장했다.

 

영산홍과 소나무

잘 어울리는 짝

서로 돋보이게 하는

동반자이다.

 

소나무와 영산홍 사이에

늦잠 자는 목 백일홍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있어도

잠에서 깨지 않는다.

 

그는 꿈을 꾸고

나의 영화(榮華)100일이니

천천히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자만의 잠을 잔다.

 

그의 꿈은

지루한 여름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

세상을 밝게 하겠다는

야무진 것이다.

 

() 백일홍의 꿈은

헛된 것이 아니라

창조주가 섭리하신

아름다운 꿈이다.

 

 

202149()

2021 J. K. Kim

 

 

 

 

[작시(作詩) 노트]

 

  인생은 시시때때로 희비가 엇갈리고 조그만 이익에도 목을 맨다. 그러나 자연은 그저 여유롭다. 만물이 자기 때를 알며 질서정연하게 운행한다. ()백일홍(배롱나무; Indian Lilac)은 늦잠을 자고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오만 꽃이 활짝 피어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해도 아랑곳없다. 오직 자기만의 때를 기다린다. 신의 섭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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