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76. 심령(心靈)이 가난한 사람

profkim 2023. 2. 4. 18:44

 

 

미국 록키산 자락에 우뚝 선 십자가는 우리에게 무슨 시사(示唆)를 하는가?Ⓒ J. M. Jeong

 

 

                         76. 심령(心靈)이 가난한 사람

 

 

 

 

  세상에는 물질에 가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령(心靈)이 가난한 사람도 있다. 물질에 가난한 사람은 재물(財物)이 없는 사람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좀 애매모호(曖昧模糊)한 개념이다. 따라서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창조의 섭리에서 설명하려 한다.

 

기도하는 사람은 자신의 심령이 가난해지기를 빌겠지!

  창조 후의 세계는 조화(調和), 충만(充滿), 광명(光明)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창조 전의 세계는 혼돈(混沌), 공허(空虛), 흑암(黑暗)이라 한다. 새로 지음을 받았다는 것을 창조된 상태라 하면 좋겠다. 그렇다면 무엇을 비워야 할까? 예수님은 무엇을 버려서 가난한 사람이 된다고 하셨을까?

 

  우리 주변을 돌아보라, 불필요한 것이 우리를 무수히 억누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본질적이고 꼭 필요한 것이 있는가 하면 없어도 되는 것들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다. 그런데 이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나는 정원의 나무를 손질한 일이 있다. 가을이나 겨울이 끝날 무렵이면 전지(剪枝)를 한다. 왜 전지가 필요한가? 나무의 생명력 증강과 열매를 많이 열리게 하는 데 필수 요소이다.

 

싱싱한 가지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심령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한다. 그들이 누릴 복은 천국(天國)이다. 천국은 조화롭고, 영적으로 충만하고 빛으로 오는 새로운 세계이다. 이를 누리는 사람은 새 하늘과 새 땅을 볼 것이고,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이들은 먼저 버릴 것이 있다.

 

  심령이 가난한 사람은 혼돈(chaos)에서 떠난 사람이다. 진리는 하나인데 잡다한 것들이 들어와서 뒤엉키고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예수님은 내게 배우고 깨달으라 하셨다. 또 내가 길이요 진리라고 하셨다. 거짓된 것들은 비워야 한다. 나무를 전지하듯이 잘라버려야 한다.

 

  가짜가 내 마음을 점령하면 길을 잃게 되고 그 결과는 죽음이 기다리게 된다. 영적 죽음뿐 만이 아니라 육체적 죽음도 오게 된다. 헛것으로 채워져 있는 마음을 털어버리면 그 사람이 심령으로 가난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 창포꽃 연못은 생명으로 꽉 차오르고 있다.

  공허(empty)로 채워져 있는 심령은 염세주의(厭世主義)나 쾌락주의(快樂主義)로 나아가게 된다. 공허한 심령은 삶의 목표도 없고 희망도 없는 무리이다. 19세기 유럽을 강타한 허무주의는 이런 데서 연유되었다. 이들은 사회의 암적인 요소이고 삶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나아가서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게 된다.

 

  흑암(darkness)을 버리면 심령이 가난한 사람이 아닐까? 흑암은 무엇인가? () 된 상황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흑암에 거하는 자들은 불의한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이다. 악의 세력은 어둠을 좋아한다. 낮이 되면 그들은 숨는다. 우리의 심령도 어둠에 있으면 죄에 근접할 수 있다. 이것은 상황(狀況)이기 때문에 단호히 버려야한다.

 

  죄는 욕심에서 연유하고 죄는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세상 욕심으로 꽉 차 있는 사람이 다 비우고 깨끗한 심령을 갖는다면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흑암과 불꽃, 죽음과 생명

  이미 어둠에 거한 예도 있다. 사람의 나약함은 죄에 넘어갈 수 있고 깊이 빠져들어 가면 불법의 종이 되어 노예가 될 수 있다. 이를 척결하면 자유인이 될 것이다. 어둠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죄의 종에서 해방되면 그를 심령이 가난한 자라 해도 좋지 않을까?

 

  혼돈, 공허, 흑암에서 벗어나서 조화, 충만, 광명에 거하게 된다면 그가 천국을 소유한 자가 아닐까? 세상의 욕망을 저버렸다면 그를 심령이 가난한 자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이런 악에 거한 사람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애통해하지 않겠는가? 심령이 가난해지기 위해서 그는 애통해하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팔복의 인과관계 ( 因果關係 )

  천국을 누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혼돈, 공허, 흑암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본다면 그들을 불쌍히(긍휼) 여기지 않겠는가? 그래서 구원을 받은 사람이 복음을 전하게 된다. 전도는 구원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천국을 아직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이다.

 

  천국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천국을 하나님의 긍휼(矜恤)로 얻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에게 천국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도 타자에게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전도하게 된다. 이 도식(圖式)을 위에 제시했다.

 

  내가 타자(他者)를 긍휼히 여겨서 하나님이 나를 긍휼히 여기셨는가? 아니면 그 역일까? 이는 동시적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값없이 받은 것이니 또 한 값없이 나누어야 할 것이다.

 

로도덴드런과 꿀벌은 어떤 관계일까? 나와 타자의 관계는?

  산상수훈 중 팔복은 예수님이 천국을 설명하신 것이다. 첫째, 심령이 가난한 자는 둘째, 애통해하는 자로 연계(連繫)되고, 다시 다섯째, 긍휼히 여기는 자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하나님의 긍휼로 구원을 얻은 사람이 아직 구원을 얻지 못한 사람을 긍휼히 여겨서 복음을 전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궁극적인 것은 천국을 소유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사후에 천국이 있지만, 먼저 이 세상에서 천국을 살아야 할 것이다. 내 마음에 이루어지는 천국은 은혜로 주시는 것이어서 우리는 아직 구원을 이르지 못한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에게 진리를 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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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