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74. 만 남

profkim 2023. 1. 19. 16:32

 

서로 다른 사물이 뫃여서 조화를 이룬다. 다르기 때문에 조화가 이루어진다.

 

 

                                    74. 만  남

 

 

 

  사람은 만남으로 역사(歷史)를 이룬다. 어떤 만남인가에 따라서 인생이 좌우될 것이다. 오늘의 만남은 좋은 만남의 연속 선상에 있었던 만남이다. 논어에 말하기를 멀리서 벗이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젊었을 때 벗이 찾아오면 큰소리로 한 번씩 외치던 문자이다. 오늘은 멀리서 벗이 오니 가까이 있는 벗이 따라 왔다. 청년 시절에 내가 만난 사람들이다. 그러니 알고 지낸 지는 벌써 5, 60년이 된 사람들이다. 묵은지가 맛이 좋다고 하던가, 사람도 옛사람이니 정이 더 깊다.

 

이 작품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역사, 문학, 회화, 만남 ???

  잠시도 이야기가 끝일 시간이 없다. 계속 지난 일에 관한 회상과 좋았던 일, 고마웠던 일들, 옛 친구를 떠올리는 추억 등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맛있는 음식이 차려지고 예쁘게 차려진 음식으로 인해 탄성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에 관한 찬사이기보다는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멀리서 온 벗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촬영하여 멀리 있는 자녀 손에게 전송(電送)하고 자녀들에게서 전화가 즉시 오고, 혼자 먹느냐? 부럽다는 등의 통화가 계속되어서 멀리 떠나있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음식에 대해 동경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자녀들이 오면 꼭 이런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오늘 우리 음식문화의 수준이 높아져서 미적 요소를 잘 갖추었기 때문에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아서 국제적 음식 수준으로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이 되니 옛날의 어려웠던 시간을 회상하게 한다.

 

이 이미지는 즉시 세계로 전파되었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너무 젊어서 누구냐 하니 니 딸이라고 했다고 한바탕 웃고 모두 자식 잘 기른 자랑 겸 칭찬도 하니 벗들의 삶이 아름다웠음을 알겠다. 사람에게 자식 잘되는 것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사실은 아무 소득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평탄하게 살아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가! 하나님의 은혜이지, 내 벗들은 모두 성공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정갈하고 깔끔한 음식은 사람의 눈과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게 했다.

  한 부부는 남편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무척 서운했던 것 같다. 문제를 들어보니 아주 사소한 삶에서 생긴 문제였다. 우리는 가벼운 일은 또 가볍게 넘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勘案)해야 한다. 그러나 사소한 문제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나는 이런 대화를 통해서 우리의 만남이 잘 숙성된 장맛 같다고 생각했다.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면 이런 대화는 없었을 것이다.

 

전병은 작지만 형태와 색과 배치가 잘되어서 아름답다. 작은일에 관심을 두자

  지혜(智慧 wisdom)와 명철(明哲 understand)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지혜는 어렴풋하지만 대체로 이해하고 있다. 명철은 좀 더 어렴풋하다. 헷갈리는 용어이다. 영어로 이해하면 좀 더 쉬워진다. 명철을 영어로는 Understand로 번역을 한다. 이해한다는 뜻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해자(解字)를 해 보면 understand의 합성어이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면 상대가 눈에 들어오고 그를 알게 된다. 고사성어 가운데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명철한 사람이 아닐까?

 

  사물을 열 사람이 관찰했는데 열 사람의 사물에 대한 이미지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알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리의 사고는 주관적이다. ()이 무엇인가? ()은 보는 눈이다. 내 눈에 다른 사람을 맞추려면 평행선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내가 보는 눈이 있듯이, 타자도 그 나름의 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서로 존중하게 되고 갈등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인정하는 사람이 명철한 사람이다.

 

이 그림을 설명해 보시라! 백명이 백가지 설명을 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가 큰 것이기보다는 이것은 심리적 현상이어서 작은 것이라도 감정이 개입되면 큰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부부의 갈등은 항상 있는 일이다.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사랑이라는 묘약(妙藥)이 있어서 항상 치유된다.

 

  우리가 만나고 환담을 하고 서로의 문제를 내놓고 풀어나가는 사이는 어떤 관계이겠는가? 나는 무척 흐뭇한 오후를 보냈다. 우리들의 삶에는 행복하고 풍요롭고 넘치는 환희(歡喜)가 열려있음이 보였다. 우리 중 시인이 있어서 이날의 모습을 시로 읊었고 무척 아름다워서 모두가 같이 즐겼으면 한다.

 

이 그림 속에 우리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다.

 

                  산드레에서

 

                                    이다선

 

 

 

정월 열 이레 날

경주 들길 산드레에서

한 세상 살아온 사연들이 하나 둘

밥상 위 약선으로 올려지고

코끼리 몸무게보다 조금 가벼운

꽃무늬 도자기들이 하나 둘

밥상 위 올려질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이야이야 이쁘다. 이뻐

이리 이쁜 것 어떻게 먹을까

탄성 속 렌즈 촞점 바빠지고

맞은 쪽 앉은 부부 이야기

들어보니 나의 삶 같기도 하여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의 여자 이야기처럼

익숙하게 들렸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그래 다 그러고 사는 거지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잖아

이쁜 꽃 쟁반 위로 오가는 젓가락

육 십 년 인연 제자들 위하여

손수 운전하시어 대접하시는

여든일곱 노 교수님 빛나는 조언들

어느새 빈 접시마다 가득히

감동으로 채워진다

 

누가 말했었던가

보석을 주고 추억을 사고

진실한 마음을 주고 친구를 얻는

깊고 그윽한 영혼의 말

명언 이였다

 

경주 산드레에서

눈물을 보이듯 느껴지는

진실한 눈빛의 대화로

마주 보며 아픔을 나눌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울 듯

산드레 친구가 되어

웃고 있었다

 

이야이야 이쁘다. 이뻐

 

 

 

2023118()

2023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