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시(詩)] 101. 가을이 온다.

profkim 2023. 9. 8. 10:41

 

백일홍은 한 여름에 피어서 가을을 부른다.

 

                           101. 가을이 온다.

 

 

 

따가운 햇빛

매미 귀따갑게 울면

쪽빛 하늘 높아지면

사과가 익어가면

가을이 온다.

 

여름의 태양에너지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여

곡식이 영글어가고

과실이 익어가니

가을의 풍요를 꿈꾼다.

 

여름 에너지

가을 들녘을 영글게 하는 힘이었다.

그가 힘을 잃으면

풍요의 가을이 온다.

 

쪽빛 하늘 높아지면

들녘은 황금색으로 물들고

넉넉한 인심에

벗을 찾는 손길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을이 온다.

 

 

202397()

2023 J. K. Kim

 

백일홍 형제는 가을의 풍요를 기다리고 있다.

 

[작시(作詩) 노트

 

  가을이 오면 풍요의 계절을 누리게 된다. 봄과 여름이 없었다면 가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은 스스로 조정(調整)하며 순환(循環)한다. 오묘한 진리가 잠재해 있다. 인간의 지혜로는 다 설명하기 어렵다. 그 원리를, 과정을 인간이 어찌 알겠는가! 인간이 씨 뿌리고 물주고, 거름 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라나게 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신비의 세계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신비를 체험하면서도 깨달음이 없다는 것 또한 신기하다.

 

  여름의 태양에너지는 가을을 조각(彫刻)하고,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태양이 힘을 잃는 것 역시 자연이고, 그 자연은 새로운 세계를 창출한다. 사람이 만든 어떤 조형물이라도 자연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이제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을 꿈꾼다. 풍요의 계절, 아름다운 자연, 살기에 적절한 기후,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 그 모든 것을 갖춘 계절, 가을이 온다.

 

 

 [여름 꽃 백일홍 이미지]

 

목(木) 백일홍(百日紅)은 도시와 산야의 무료(無聊)를 달래준다.

목백일홍의 계절이 다할 즈음 가을이 온다.
빨간 백일홍은 여름의 정열을 유감없이 나타낸다.
백일홍의 절묘한 조화는 우주를 닮았겠지
백일홍의 시절이 다할 무렵 쪽빛 하늘은 높아진다
백일홍의 꽃술은 꽃 중의 꽃이다.
가을 문턱에 선 백일홍, 기다림
이제 백일홍은 가을을 기다린다.
여름을 장식하여 사명을 다한 백일홍
아듀! 여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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