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가을 오솔길에서
남천(南川) 둔치
낙엽 구르는 소리
가을이 성큼 다가와
계절을 알린다.
오솔길
짙게 물든 낙엽 쌓이고
낙엽 밟는 소리 바스락 나면
가을은 벌써
내 곁에 와 있다.
단풍길을 걸으면
지난날들의 생각이 소록소록 떠오르고
그리운 얼굴들이 단풍 사이에 환영(幻影)으로
나타난다.
사색(思索)의 심연(深淵)으로 빠져들면
지난날들의
어리석음이
인색함이
눈사람처럼 커져서 시야를 가린다.
산야의 아름다운 색채(色彩)는
마음에 깊은 영감(靈感)을 주고
자연은
지혜롭고
풍요롭고
화려한 삶의
길로 안내한다.
2023년 11월 8일(수)
Ⓒ 2023 J. K. Kim
[작시(作詩) 노트]
가을이 되면 풍요의 계절을 맞지만, 과거 고난의 시대에 살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회한(悔恨)이 깃든다. 각박했던 인심이 남을 섭섭하게 하였을 것이고, 마음 아프게도 했을 것이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의 삶에는 옹졸한 생각이 깃들 때가 많다. 있어도 없어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넉넉하고 풍요롭다. 자연의 어떤 색채라도 최고이고 아름다움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 가을 산야는 걷는 이에게 무한한 지혜를 나누어준다. 가을의 색채를 보라! 찬란하지 않은가! 가을에 피는 꽃을 보라, 그들의 색채는 어떠한가, 작은 꽃 들국화를 보라, 이슬 머금은 가을 장미를 보라, 가을의 열매들을 보라, 단풍과 낙엽뿐이 아니다. 그들 모두는 풍요롭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가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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