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시(詩)] 104. 가을 오솔길에서

profkim 2023. 11. 8. 10:52

오대산 소금강 가는 길 Ⓒ 2023  Y. W. Kim

 

 

                           104. 가을 오솔길에서

 

 

 

남천(南川) 둔치

낙엽 구르는 소리

가을이 성큼 다가와

계절을 알린다.

 

오솔길

짙게 물든 낙엽 쌓이고

낙엽 밟는 소리 바스락 나면

가을은 벌써

내 곁에 와 있다.

 

단풍길을 걸으면

지난날들의 생각이 소록소록 떠오르고

그리운 얼굴들이 단풍 사이에 환영(幻影)으로

나타난다.

 

사색(思索)의 심연(深淵)으로 빠져들면

지난날들의

어리석음이

인색함이

눈사람처럼 커져서 시야를 가린다.

 

산야의 아름다운 색채(色彩)

마음에 깊은 영감(靈感)을 주고

자연은

지혜롭고

풍요롭고

화려한 삶의

길로 안내한다.

 

 

2023년 11월 8일(수)

2023 J. K. Kim

 

사색의 길, Ⓒ 2023 Seattle, B. K. Choy

 

 

 

[작시(作詩) 노트]

 

  가을이 되면 풍요의 계절을 맞지만, 과거 고난의 시대에 살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회한(悔恨)이 깃든다. 각박했던 인심이 남을 섭섭하게 하였을 것이고, 마음 아프게도 했을 것이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의 삶에는 옹졸한 생각이 깃들 때가 많다. 있어도 없어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넉넉하고 풍요롭다. 자연의 어떤 색채라도 최고이고 아름다움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 가을 산야는 걷는 이에게 무한한 지혜를 나누어준다. 가을의 색채를 보라! 찬란하지 않은가! 가을에 피는 꽃을 보라, 그들의 색채는 어떠한가, 작은 꽃 들국화를 보라, 이슬 머금은 가을 장미를 보라, 가을의 열매들을 보라, 단풍과 낙엽뿐이 아니다. 그들 모두는 풍요롭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가을 이미지]

 

집 앞의 가을 Ⓒ 2023 Spring, Co. J. M. Jeong
낙엽 밟는 소리 Ⓒ 2023 Seattle, B. K. Choy
백담사 가는 길, 생각이 깊어지는 길 Ⓒ 2023 Y. W. Kim
가로수의 단풍 Ⓒ 2023 Seattle, B. K. Choy
이슬 머금은 빨간 가을 장미 Ⓒ 2023 경산
이슬 머금은 노란 가을 장미 Ⓒ 2023 경산

 

호랑가시나무 열매는 겨울에도 색채를 유지한다. Ⓒ 2023 경산
금호강 변에 가을을 장식하는 홍초 Ⓒ 2023 경산
들국화도 가을을 노래한다. Ⓒ 2023 경주
분홍 들국화는 가을을 붉게 장식한다. Ⓒ 2023 경주

 

노란 들국화는 가을이 화려함을 말한다. Ⓒ 2023 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