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무료(無聊)한 아침에
한 더위에 좀 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휴가를 내었다. 아무 일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표류하는 심정으로 흘러감에 맡기고 싶었다. 며칠이 지났다. 떠내려가는 삶은 무료하다는 것을 느꼈다. 죽은 물고기가 물에 떠내려가면 그 누군가의 먹이가 되겠지, 부러진 나뭇가지가 떠내려가면 그 어딘가에서 쓰레기가 되겠지, 살아있어야 상류로 힘차게 올라갈 것이다.
심신(心身)을 양생(養生)하여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까? 이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본다. 내 경우는 쉬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무엇이고 도전적 삶을 삶으로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대학 강단에서 38년간 강의하였다. 그중 후반 25년여를 신입생 첫 학기 전공 기초 강의를 하였다. 새로 입학한 학생들은 대학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 있다. 첫 강의 시간은 약간의 긴장이 있다. 처음 만나는 제자들에 관한 기대와 호기심, 학생들도 대학에서 처음 만나는 교수에 대한 호기심이 있겠지, 그러나 정말 반가운 만남이고 이 만남은 사제 간의 평생 인연을 맺어주는 만남이다.
첫 시간에 입학을 축하하고 4년간 성공적으로 대학 생활을 하도록 당부도 한다. 나의 당부는 매년 같았다. “자네들 앞으로 4년간 대학 생활을 즐기시게”이다.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 몇 명 있겠는가? 거의 고등학교까지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대학에 온 학생들이다. 학교 공부는 할 수 없이 하는 것이지 즐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교수의 당부는 시세를 모르는 말이니 학생들은 실소(失笑)했겠지,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 했을 것이다.
이 강의는 전공 기초를 가르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삶의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다. 행위에는 동기(動機)가 있다. 이 동기가 스스로 자신에게서 발현되어야 한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을 때 가장 강력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즐기는 사람은 그의 행동의 이유가 자신에게서 나온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도 못 말린다.
나는 많은 일을 한 편이다. 이해관계를 따져서 하지는 않았다. 내가 해야할 일은 맡아서 했다. 힘든 일이었어도 넉넉히 해낼 힘을 나 자신이 갖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행위의 동기가 자신에게 있을 때 그에게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근로자로 일한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휴일에 등산한다. 등산이 직장에서 일하기보다 쉬운가? 직장에서는 급료를 지금(支給) 받으면서 일한다. 등산은 경비를 들여가면서 하는 노동이다. 등산 가서 일당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등산 다녀오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무슨 차이일까?
직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면서 스스로 자율의지에 의한다면 이분은 등산보다 더 자유롭게 직장생활을 할 것이다. 건강이 좋아질 것이다. 능률이 향상될 것이다. 눈에 드러나도록 훌륭한 직장인이 될 것이다. 승진이 보장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감(自信感)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믿어야 한다. 신은 사람에 따라 능력을 다르게 주셨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많이 가졌든 적게 가졌든 자신을 믿어야 한다. 믿음은 능력이기 때문이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믿음을 가진 사람은 세상이, 일이, 미래가 두렵지 않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자신감이 없으니 자아정체성도 낮아지고 아무 일도 못 하는 무능력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결과는 종교나 교육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해서이다. 학교 성적이 높다 낮다는 자신감과 관계가 없어야 한다. 학교 교육은 여러 가지 수준의 능력을 갖춘 학생을 교육한다. 그들 모두를 성공적 인생 삶으로 인도할 책무가 있다.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일을 사랑하고 즐기게 된다. 이런 사람은 그들이 갖는 조건과 관계없이 세상을 이길 힘을 갖는다. 사람들의 조건은 다르지만, 이 점에서 인생은 평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종교와 교육은 그 소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즐기는 사람은 못 말리는 사람, 성공을 보장받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다. 이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자신감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면 그의 열심히 사는 모습은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삶, 일, 자연을 즐겨야 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길이다.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내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종교와 교육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무료한 아침에!
2024년 8월 24일(토)
Ⓒ 2024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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