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미국 풍속도(風俗圖)
삼 년 만에 미국을 방문했다. 코로나로 팬데믹이 한참일 때인 2021년 인천공항에서 삭막함을 느꼈는데, 미국 시애틀(Sea-Tac)공항은 혼잡했던 기억이 난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 서민의 삶이 무척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달라진 풍속이 눈에 띄인다.
하나,
한국 카페에서 커피값이 항상 비싸다고 생각했다. 카페에 따라서 커피값이 다르지만, 평균 커피 한 잔에 5천 원은 하는 셈이다. 미국 스타벅스에서 커피 중간 크기(grande)를 세금 포함해서 $1.20 정도면 살 수 있었으니 요즘 환율로 하면 1,700원 정도로 보아서 우리나라 커피값이 비싸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나라는 카페 커피값이 세계에서 비싼 나라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미국 방문에서 놀란 것은 미국 카페에서 커피값이 한국보다 더 비싼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커피점 스타벅스(Starbucks)나 파내라(Panera) 같은 곳에서 아메리카노(Americano) 한 잔에 4불 정도를 하니 이에 세금 부치고 약간의 팁까지 더하면 5불은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 돈으로 6,500원 정도를 하는 셈이다. 과거 미국의 커피 값에 비하면 많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을 따라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최상의 매출을 올렸다니 말이다.
둘,
다음 놀란 것은 대중음식점의 음식값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순두부 한 그릇에 세금과 팁을 포함해서 12, 3불 정도면 즐길 수 있었는데 요즘 순두부 한 그릇에 세금과 팁 20%를 포함하면 20불은 더 지급해야 하는 것,
갈비 1인분(한국으로 치면 왕 갈비 2대)에 30불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50불이 넘으니 거기에 세금과 팁을 합하면 65불 정도가 될 것이다. 소고깃값이 제일 쌌던 미국이 이 정도로 올랐다니, 한국, 일본, 중국에서 소고기를 수입해 가서 소고깃값이 올랐다는 이야기이다.
셋,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이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디트로이트(Detroit)가 중심으로 활발하였는데 일본 차와 유럽 차 그리고 후발이지만 한국 차가 밀려오면서 길거리에서 미국 차 비율은 아주 낮았었다. 2000년대 들어서서 미국 거리의 풍경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미국 방문에서 느낀 점은 미국 차 테슬라(Tesla)는 전기차로서 청정에너지 사용으로 자동차계를 석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근년(近年)에 미국에서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 판매율 50% 선을 유지하고, 현대 자동차도 전기차 판매율이 10%를 넘어서 날로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통계 숫자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에서 체감하는 느낌을 말하려는 것이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미국 차가 주종을 이룬다는 점은 미국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에서 한국 생산차가 주종을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한동안 미국에 미국산 차의 수는 줄어들고 유럽, 일본, 한국과 같은 외제 차가 판을 쳐왔는데 요즘은 길에서 미국 차 테슬라가 많이 보인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차의 질이 좋고 값도 적정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면 어느 나라 차이든 그것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처럼 애국심이 커서 자국 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늘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미국 차가 많이 팔린다는 것은 자동차의 질이 좋아지고 값도 적정하다는 판단이 있어서이고 전기차의 경우 요즘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자동찻값을 상당히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아무리 찻값이 싸도 질이 나쁘면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차의 경우 10년을 타도 고장이 없으니 소비자가 선호하게 된다.
테슬라는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라 한다. 테슬라의 운전석 앞부분은 매우 단순하다. 핸들과 모니터가 다이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몇 년 뒤에는 핸들을 없애려 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선호 품이 되리라 본다.
넷,
미국의 10월은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로 더러 집 앞에 유령이나 흡혈귀, 해골, 마녀, 괴물 등을 설치해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11월 1일은 죽은 영혼들이 되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 등이 출몰한다고 믿어, 귀신들에게 육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괴상한 복장을 하고 다니며 아이들은 집집이 다니며 초콜릿이나 캔디를 받아가는 풍속이 있다. 구미(歐美)권에서 흔히 있는 절기인데 10월 말에 볼 수 있는 일이다.
물론 하나의 풍속이라고 볼 수 있으나 죽은 영혼이 살아날 일도 없고 죽은 영혼이 산사람을 해칠 수도 없는 일이니 허망한 일이지만 이는 우리나라나 일본 등지로도 퍼져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수년 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할 것이다. 이런 행사를 상인들이 잘 이용하는 것 같다.
할로윈의 뜻은 할로위(hallow)는 성인(Saint)을 뜻하는 hallow에 day를 붙여서 성인(聖人)의 날이라 하였는데, 모든 성인의 날 전야제(All Hallow’Eve, All Saint’Eve, 10월 31일)를 할로윈*Halloween)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이런 신앙은 아일렌드(Ireland)의 겔트족의 토속신앙이었다고 한다. 죽은 사람의 영혼은 살아있는 사람의 몸속에 1년간 머물다 내세로 간다는 토속신앙인데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교황 보니파시오 4세(라 Papa Bonifacio IV, 제67대 교황으로 재위: 608년 ~ 615년)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정하면서 켈트족의 풍속이 전야제(Hallows' eve 또는 Halloween)를 통해 할로윈(Halloween)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는 당시 교황의 신앙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기독교 신앙으로 보면 귀신의 날인데 이를 성인(聖人)의 날로 격상시킨 것은 옳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기독교의 세속화를 의미하지 않을까?
미국의 기독교 교회에서는 이날의 잘못된 의미가 청소년에게 전해지는 것을 염려하여 축복의 날(Blessing day)로 보내는 교회도 있다. 기독교의 순수 신앙이 잘 못 오도(誤導)되는 것을 염려하는 교회들의 조치일 것이다. 이런 행사들이 상업주의와 영합(迎合) 되어서 확장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24년 10월 25일(금)
ⓒ 2024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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