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137. 징비록(懲毖錄)

profkim 2025. 3. 21. 15:13

스위스 루체른시(Luzern)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감동적인 작품" 사자기념상: Löwendenkmal(뢰벤뎅크말)은 스위스가 피를 판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조각상이다. ⓒ 1998 J. K. Kim

 

[단상(斷想)] 137. 징비록(懲毖錄)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1542~1607) 선생은 조선조의 명재상(名宰相) 중 한 분이다. 그는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을 겪으면서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아꼈던 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라가 당하는 수모와 백성의 고난을 마음 아파했던 분이다. 난감(難堪)하고 비참(悲慘)한 현실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임금으로부터 백성들이 당하는 고초(苦楚)는 어떠했겠는가!

  서애 선생은 이 전쟁기록을 징비록(懲毖錄)으로 남겼다.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삼가서 앞으로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경계의 글이다. 참으로 금석(金石) 같은 글이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다. 요즘 나라가 어지럽고 앞에선 사람들이 철없는 짓을 하여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보고 요즘 다시 징비록을 읽고 있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 그 시절 모습을 이 땅에서 다시 보는 것 같다. 서애 선생의 경계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무너져가는 집을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보강해야 한다. ⓒ 2014 J. K. Kim

  임진왜란은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가 선조 25(1592)에 조선을 침공한 전쟁이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국내 불만을 해소하고 나아가서 명나라까지 정복하려는 야욕을 품었다고 한다. 이들은 일본 국내 통일을 위해 군사를 훈련했고, 조총으로 무장해서 당시로써는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었다.

  왜군(倭軍)1592413일 부산에 상륙했고 왜군은 파죽지세로 북상하여 159253일에는 서울(한양)을 함락시켰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21일이 걸렸으니 거의 저항 없이 진격해서 서울까지 왔다고 보아야 한다. 조선군은 전쟁마다 패전하고, 전쟁다운 전쟁을 해보지 못하였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왜군이 온다는 소문만 듣고 도망가기 바빴던 모양이다.

안전한 추락, 무엇을 믿고 고공에서 뛰어내리는가, 우리는 오늘 무엇을 믿고 추락하려 하는가? ⓒ 2025 자료 출처: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서 캡처

  선조(宣祖)는 그해 429일 도성을 버리고 피난을 떠났다고 한다. 선조는 평양성을 향해 갔던 모양이다. 도성을 버리고 떠난 임금을 백성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백성들은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왜군에게 포로가 되어서도 안 될 상황이었다. 어가(御駕)는 그해 51일 개성에 도착했다고 한다. 어가를 호종하는 신하는 많지 않았고 무척 외롭고 힘든 길이였다고 한다.

  조정은 명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하였고 그들은 19527월 요양부총병 조승훈이 5,000명 병력을 이끌고 와서 평양성을 공격한 것이 처음이라 한다. 이들은 정규군이 아니라 수비대 병력이었다고 한다. 정규군의 참전은 195212월 이여송이 43,000명을 이끌고 참전한 것이다. 급한 조선에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조선에 많은 문제를 남기게 되었다.

추위, 어둠, 고난, 인내를 머금고 오늘 꽃피운 매화(梅花), 그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 2025 J. K. Kim

  서애 선생 징비록에 기록된 나라는 3개국이다. 피해 당사자인 조선, 침략자인 일본, 원군(援軍)으로 참전한 명()나라 이다. 이 세 나라의 모양새를 자세히 보면 우리는 무엇을 알게 될 것이다. 왜 당해야 하는지, 왜 침략을 해야 하는지, 왜 도와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당시 조선의 군사력은 약 1만명 정도로 추정을 한다. 이에 지휘체계가 없었고,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무장 역시 활과 창이 주였다. 조총은 약간 있었다고 한다. 부산에 들어온 왜군은 육군이 158,000, 수군이 4,500명이 었고 조총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또 이들은 내전을 통해서 많은 전투 경험과 훈련된 병사들이었다. 한마디로 상대가 아니었다.

 

  다만 수군은 이순신 장군을 중심으로 한 판옥선과 거북선을 갖고 있었으며, 대포로는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등의 다양한 화포를 가지고 있었다. 수군 화력은 조선이 더 강력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일본을 제압했었다. 탁월한 장군과 훈련된 병사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 수군이 남해와 서해를 지켜내지 못했으면 조선조는 이때 멸망했을 수 있었다.

매화 봉오리 터지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국민의 함성이다. ⓒ 2025 J. K. Kim

  조선 조정은 왜군의 침입에 대한 정보를 왜 못 가지고 있었는가. 아니다 정보는 있었으나, 분석의 미비와 안일한 생각에 젖어있었다. 아무 대책도 없이 시간을 보낸 것이다. 한 마디로 무능한 정부였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당파라는 것이 국론 통일을 어렵게 했다. 전쟁 중에도 쉬지 않고 싸움질했다. 나라가 온전하겠는가! 이런 와중에 백성들이 당하는 고초는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조선의 관군이 무너지고 왜군과 대항해서 싸운 것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義兵)과 승병(僧兵)이 일본군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다. 그리고 명나라군대가 원군으로 와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은 용감했고, 나라를 사랑했다. 이들이 곳곳에서 왜군에게 타격을 가했다. 행주 대첩 같은 것은 의병의 승리 사례이다.

 

  지키지 않고 지킬 의지가 없는 백성은 무너질 것이다. 자력 국방을 갖추지 못하면 그 누군가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으면 안 된다. 힘이 없으면 망한다는 것이 법칙이다. 개인도 힘이 다하면 죽는 것이고, 기업도 힘이 없으면 망하는 것이고, 국가도 힘이 없으면 멸망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무력(無力)하게 만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적이겠지, 내부에서 나라를 무력하게 만드는 자들이 이적행위를 하는 것이다.

매화 향기(香氣)는 은은하고 마음 깊이 숨어든다. 우리 민족의 정신이다. ⓒ 2025 J. K. Kim

  일본은 왜 우리를 침략했는가, 그 답은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일본이 조선 강점을 통해서 행한 일들을 보면 설명이 된다. 우리는 그들의 노예가 되어서 그들 백성을 위해서 일하고, 군대도 나가고, 징용(근로자)되어가고, 일본군 강제위안부로 잡혀갔었다. 아직 일본의 만행을 경험한 사람들이 살아 있지 않은가, 오늘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임진왜란을 겪고도 이런 국가 위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조선 후기의 백성들은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곳곳에 도둑이고, 탐관오리(貪官汚吏)의 세상이었고, 사대부는 사색당파 싸움에 나라 망하는 줄 모르고 자파의 이익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들은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피나는 권모와 술수를 일삼았다. 그 결과가 1910년 일본이 군대를 이끌고 온 것이 아니라 몇몇 간신배들을 포섭하여 이 나라를 강점한 것이다.

매화는 꽃 중의 꽃이다. 대한민국은 나라 중의 으뜸이다. ⓒ 2025 J. K. Kim

  다음 명나라는 왜 조선을 도우러 왔는가? 조선조정의 간청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조선에 파병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확장 정책에 제동을 걸고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 일본을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조선에 파병한 그들은 전심을 다 해서 싸우지 않았다. 적당히 싸우고 위험한 곳은 조선 의병이나 군사를 보내고, 일본과 협상하는 데 치중하였다. 그래서 임진왜란이 장기화하였다. 왜군이 조선을 떠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8년 사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일본하고 협상에서 조선을 배제하고 두 나라가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명나라군대가 요구하는 과도한 식량과 기타 요구 상황은 분을 넘었다. 민폐가 심했다고 보아야겠다. 왜군에게 당하는 백성의 고난에 못지않게 명나라군대에 당하는 고난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조선을 위해서 온 군대가 아니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본과 싸운 것이다. 나라가 못났으니 어찌하겠나 당해야지, 힘이 없으면 당하는 것이 순리이다.

매화의 향은 세계를 덮을 것이다. 대한민국 만세! ⓒ 2025 J. K. Kim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오늘 우리나라를 보라,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고, 우리나라 제품은 세계 최고이고, 방산(防産) 산업 역시 최고의 수준이다. 60년 전의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 선진국 대열에 서지 안았는가! 국가 기반 시설도 최고이고, 도로망 역시 잘 짜여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자랑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은 칭찬을 들어야 한다. 놀랍다. 내가 타고 있는 현대 자동차는 10년을 탔는데 아직도 새 차다. 한 번도 고장으로 정비소에 간 일이 없다.

  이런 나라를 어느 나라에 예속해서 더 발전을 꾀하겠는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의 여러 나라 보다 더 우수하고, 최고이다. 이렇게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였고, 박정희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산업화를 이룬데 터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민주화를 이루어서 우리나라가 선진 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다.

자유의 여신상(정식 명칭: 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은 미국 뉴욕, 자유의 섬에 있으며 조각상은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선물한 것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자유의 여신상은 1886년 10월 28일에 제막되었다. ⓒ 2016 J. K. Kim

  이 단기간에 이룬 업적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소르본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루카스 베르나르(Lucas Bernard)는 프랑스의 역사학자로 한국의 기적적 발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사람으로 한국을 극찬한다. 우리나라는 문화면에서도 창조적 두각을 크게 나타내고 있다. K-Pop, K-Drama, K-영화, 운동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터한 산업화가 이루어낸 결실이다.

  이스라엘을 보라 고대에 그들은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로마에 의해서 멸망하고 이산(離散 diaspora)되어서 세계 곳곳에 강제 이주하였다. 그들은 나라를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율법(Torah)을 지녔다. 한 정신을 그들의 기반으로 한 것이다. 오늘 그들이 이집트, 로마 즉 이탈리아, 옛날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땅인 터키, 이락, 이란을 두려워하겠는가? 그들 위에 우뚝 서서 자신이 세계의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역시 세계의 정상이 될 것이다.

매향(梅香)이 세계를 덮어서 세계를 지배한다. ⓒ 2025 J. K. Kim

  스위스는 용병(傭兵)의 나라이다. 그들은 피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국민적 각성(覺醒)이 있었다. “피를 팔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개발하자!” 오늘 스위스의 GDP는 국민 1인당 9만 불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피를 팔지 않았는가? 오늘의 번영은 피 값으로 이룬 것이다. 이를 망각한다면 희망이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과 협력은 해야 하지만 그들과 종속관계는 아니다. 이런 것을 주장하는 사람은 매국노(賣國奴)일 것이다. 국제 정세를 잘 가늠해야 한다. 국제적 안목이 지도자에게는 필요하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능력 또한 필수이다.

열매 맺는 나무는 잘 조성해서 더 많이 열매 맺도록 하면 된다. 이식하면 끝장이다. ⓒ 2025 J. K. Kim

  우리나라에 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은 정부의 국제 정세 판단이 부족해서였다. 임진왜란이 1598년 끝나고 명나라가 쇠퇴하고 청나라가 부상하는데 상황판단이 잘못되어서 명분론에 매어 신흥국인 청국을 배척 한데서 생긴 것이다. 병자호란이 1636년 있었고 명이 멸망한 것은 1944년이니 그 당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오늘, 우리나라는 동북아(東北亞)에 있고 주변에 강대국이 많다. 중국, 일본, 소련 그리고 미국이 있다면 국제 정세를 잘 파악해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나라이고, 근면한 국민, 우수한 산업기술,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가는 힘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잘 지켜야 한다. 나아가 이들 강대국보다 더 우월해져서 세계에 영향력을 갖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애 선생의 징비록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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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