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137. 사랑의 실체(實體): 사랑의 DNA

profkim 2025. 4. 15. 09:49

잉그리쉬데이지(English Daisy)는 형형색색으로 색과 형태가 다르게 꽃핀다. 그 모두는 씨(seed) 안에 DNA 정보에 의해 나타난다. 형상은 DNA 정보에 의한 것이다. 사랑은 믿음 안에 숨겨진 DNA에 따라 나타난다. ⓒ 2025 J. K. Kim

 

[단상(斷想)] 137. 사랑의 실체(實體): 사랑의 DNA

 

 

  사랑이나 믿음이란 용어는 추상명사(抽象名詞)이어서 사람마다 그 이미지가 다를 것이다. 우리가 모두 공통으로 이해(理解)할 수 있는 개념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말을 듣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백 사람이 같은 말을 들었어도 백 사람 모두 다른 개념으로 화자(話者)의 말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스어는 한글보다 명사가 많이 발달했다. 그래서 사랑이란 용어를 몇 가지 다른 용어로 쓰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사랑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네 가지 단어는 필리아(φιλία, philia), 스토르게(στοργή, storge), 에로스(ἔρως, eros), 아가페(ἀγάπη, agape) 등으로 나누어 쓴다.

이 잉그리쉬데이지(English Daisy)는 위의 꽃과 다르다. 왜 다를까? DNA의 정보가 다르다. ⓒ 2025 J. K. Kim

  필리아(φιλία, philia)는 친구, 가족, 동료 간의 우정과 같은 깊고 친밀한 애정을 의미하며, 정신적 교감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사랑이다.

  스토르게(στοργή, storge)는 가족 구성원 간의 자연스러운 애정,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의미하며, 친밀함, 보호, 양육과 관련된 사랑이다.

  에로스(ἔρως, eros)는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주로 이성 간의 사랑을 의미하며 강렬한 감정과 욕망을 동반하는 사랑이다.

  아가페(ἀγάπη, agape)는 조건 없는 헌신적인 사랑, 희생적인 사랑을 의미하며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라 하면 되겠다.

 

  이런 다양한 용어를 사용한다 해도 이것은 현상(現狀) 분류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 실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최고의 실현 가치는 사랑이라 한다. 지금은 고난주간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심을 인류를 사랑하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것이 아가페 사랑일 것이다. 구원역사 말이다. 그렇다면 그 사랑의 실체는 무엇일까?

캐리안드라(Calliandra)는 잎이 솔잎과 같이 생겼다. 그 색은 빨간생이다. 잎의 형태 줄기 뿌리 그 모두 다 DNA 정보에 따라 나타난 것이다. ⓒ 2025 J. K. Kim

  바울은 사랑에 대해 아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첫째,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그것이 사랑에 터 한 것이 아니라면 소음에 불과한 것이다. 기독교에서 방언은 은사 중의 하나이다. 유래는 초대기독교회의 사도들 설교를 여러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작기 자기 방언으로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 방언은 신실한 교인 중에서 은사로 받은 것으로 여겨져서 일종의 선택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천사의 말은 하늘나라 말이니 대단한 것이다.

 

  이런 고귀한 은사가 있는데 그 기저에 사랑이 없다면 그저 귀를 울리는 소음에 불과하다고 하니 무의미하다고 해야겠다.

 

  둘째,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서 하늘의 비밀을 다 알고, 모든 지식을 갖고,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다고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유익이 없다고 한다. 사랑에 바탕을 두지 않은 이런 행위는 아무 가치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믿음이 있는데 사랑이 없는 경우이다. 사랑은 보통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니 믿음의 능력이 있는데 행함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이해 할 수 있다. 야고보가 말 한 바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야고보서 2:17)

3월 말에서 4월 초에 철쭉이 대지를 물들인다. 이 역시 정보에 의해 나타난 소산이다. ⓒ 2025 J. K. Kim

  셋째, 모든 소유를 다 남을 위해 사용하고, 자신의 몸을 희생 제물로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무가치하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사람의 행위 즉 남을 위해서 나누고 섬기는 행위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유를 나누고, 몸을 희생 제물로 내어주었다면 그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바울의 설명을 들으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인간의 행위로서 사랑이 현상(現狀)으로 나타날 때, 그 안에 사랑이 없이 행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랑 없이도 나누고 섬기며 자기희생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할 수도 있고, 자랑으로 할 수도 있었겠지, 그래서 행위가 반드시 사랑에서 연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랑처럼 보이는 인간의 행위가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바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민초(民草)의 꽃 민들레 역시 그 씨에 내장된 정보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결정되어서 나타났다. ⓒ 2025 J. K. Kim

  바울은 이 관계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뿐이다.”(5:6) 즉 믿음의 역사가 사랑이라는 말이다.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바울은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살전 1:3)를 말한다. 믿음이 사랑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 사랑 안에 비전이 있어서 인내하면서 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 된다. 바울은 믿음의 역사를 능력으로 이루게 하시고” (살후 1:11)'이라고 한다. 믿음의 능력으로 이루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DNA는 믿음에 내포되어있어서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 믿음을 영어에서는 trust 또는 faith로 쓴다.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은 faith이다. 두 개의 믿음의 개념은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Trust(신뢰)경험, 증거, 관계,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일관성을 기반하고 과거의 상호작용을 통해 상대방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 형성된다. 그러니 이런 믿음은 상대적이라 할 수 있다. 상대방의 행태(行態)에 따라서 믿음이 깨질 수도 있고 더 돈독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에 따라 내가 변하니 나는 종속 변인(從屬 變因)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사회적 관계의 믿음이라 할 수 있다.

철쭉은 몇가지 생깔이 있으며 꽃의 크기도 얼마나 다양한가 ⓒ 2025 J. K. Kim

   Faith(믿음, 신념)는 상대적 믿음이 아니라 절대적 믿음을 의미한다. 증거나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한 대상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 개인적인 경험이나 직관, 혹은 전통이나 가르침에 토대하지만 자아 안에 형성된 가치체계이다. 믿음은 환경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다. 사람 안에 형성된 믿음은 그 자체가 패러다임(paradigm)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다. 사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일을 보고, 상황을 보고, 환경을 바라보는 믿음의 눈 즉 패러다임이다.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편안하고, 즐겁고, 자유롭고, 짐을 지고 있지만,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멍에를 메고 있지만 쉽고, 언제나 자신(自信)에 차 있고, 자기를 사랑하고(自愛), 자기를 존중(自尊)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타인을 볼 때, 하나님 만나듯이 하게 되고, 사람을 만나되 주님께 하듯 하고, 나누고 섬겨서 그 삶이 빛나게 된다.

 

  이런 심령의 변화가 이루어진 사람의 행위에서 사랑의 속성인 고린도 전서 134절에서 7절 사이에 언급되는 15가지 행위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15가지 사랑의 행위를 하라는 것이기보다는 변화된 심령의 삶에서 나타나는 행위들이다. 그래서 이런 행위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쉽고 즐거운 것이다. 믿음은 무중력상태이기 때문에 짐이 무겁지 않은 것이다.

이 꽃은 데이지(Daisy)이다. 잉그리쉬데이지와 무엇이 다른가? ⓒ 2025 J. K. Kim

  예수님 수난당하시기 전에 헬라(그리스)에서 온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왔다. 이 사람들을 만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때,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예수님이 돌아가셔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셨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12:24)

  밀 안에 내재한 DNA에 의해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피고 열매 맺도록 정보가 입력되어있었다. 그래서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 믿음 안에 존재하는 DNA는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는 정보인데 이 커다란 힘이 발현(發顯)될 때 진정한 사랑이 실현된다. 사랑은 믿음의 기능이다. 믿음은 사랑으로 그 역사가 나타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의 원천이 믿음에서 나온다.

캐리안드라(Calliandra)의 꽃잎은 정발 희귀하게 생겼다. ⓒ 2025 J. K. Kim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말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새것이로다. (고후 5:17)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혁명이다. 새것은 무엇인가. 가치관이 믿음으로 바뀐 새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환경적 조건과 관계없이 기쁨, 감사, 기도가 생활화된 사람(3:17, 18)이고 그의 행위는 곧 사랑의 행위이다. 사랑의 DNA가 믿음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들레가 DNA 정보에 의해 오늘 모습을 나타냈고, 오늘 나의 행동은 믿음의 DNA에서 나타난 것이다. ⓒ 2025 J. K. Kim

  기독교의 모든 은사, 능력, 나누고 섬기는 일은 완전히 변화되어 새 생명을 얻은 믿음의 사람이 행할 때 온전하게 될 것이다. 사랑은 믿음의 현형(顯形)이다. 믿음은 사람 삶의 기반 시설이라면 사랑은 그 기능이다. 고속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될 것이다.

 

 

2025415() 고난주간에 십자가를 묵상하며

2025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