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133. 한(恨)의 역사

profkim 2025. 2. 9. 19:09

개나리와 벚꽃이 어우러질 때 더 아름답단다. ⓒ 2023 J. K. Kim

 

133. ()의 역사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가난과 억압 속에서 살아온 것 같다. 오늘처럼 자유롭고 부를 구가(謳歌)하며 산 역사가 없었다. ()이 있고, 양반(兩班), 상민(常民), 천민(賤民)이 있었다. 말하자면 계급사회였다. 이유도 없이 상민이나 천민은 양반의 무례한 행동을 수용해야 했다. 그리고 복종해야 했다. 오늘처럼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은 모두 가난에서 온 것이지만 계급사회에서 온 것도 많다고 보인다. 항상 서민의 삶은 고단하고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고난의 삶이었지, 오늘 젊은 세대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민의 생활에는 항상 한이 맺혀있었다.

진달래는 강인한 꽃이다. 우리 민족의 품성과 같지 않을까? ⓒ 2023 J. K. Kim

  첫째, 약 한 첩 써보지 못하고 부모님 돌아가시게 한 일이 한 맺히는 일이었고

  둘째, 자녀 학교 보내지 못한 일이 한 맺히는 일이었다.

  셋째, 양반들의 횡포에 억울한 일 당해도 호소할 곳도 없는 삶으로 한 맺혔다.

 

  우리나라 개화기에 천재 세 분이 계셨다. 우리가 잘 아는 춘원 이광수, 벽초 홍명희, 육당 최남선을 들 수 있다. 이 중에 으뜸을 벽초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홍명희 선생의 장편 소설 임꺽정은 조선일보에 오래 연재된 소설이다. 그가 월북해서 소설이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우리나라 개화기의 우리 문학에 획을 근 작품이다. 당시 소설로서 우리나라 작품 중 어휘 수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돌 위의 개나리 오늘은 왠지 윤석중 선생의 동요 봄나들이가 떠오른다. ⓒ 2023 J. K. Kim

  임꺽정은 청석골을 중심으로 이루진 도적 떼 집단의 우두머리이다. 임꺽정은 천민 출신이다. 재능으로 보면 장성(將星)의 재질을 지녔으나 사회가 그를 용납할 수 없었다. 임진왜란을 맞아서 임꺽정은 군에 지원하였으나 천민이란 이유로 군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임꺽정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봉학, 박유복, 황천왕동, 곽오주, 길막봉, 배돌석, 서림 등인데 이들은 대체로 천민 아니면 상민으로 이 사회의 부조리의 희생자들로 탐관오리(貪官汚吏)와 싸우는 사람들이다. 만일 이들이 오늘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태어났다면 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진달래는 배고픈 아이들이 즐겨 따먹었지, 불쌍한 민족,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말자. ⓒ 2023 J. K. Kim

  이 소설은 당시 사회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나라와 같이 산이 많은 나라에서 농업 국가는 가난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 탐관오리의 횡포는 민초(民草)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했다. 그래서 도처에 도적이 성행하고 민심이 불안하고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농업사회에서 가난하기로 소문난 나라는 스위스였다. 국토의 90%가 산이니 어찌 먹고살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용병(傭兵)으로 다른 나라에 팔려갔고 국민적 각성을 하게 된다. “피를 팔아서는 안 된다는 각성이지, 이 각성이 오늘 스위스의 안녕과 부를 창출해 낸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산을 개발해서 일찍이 관광사업을 했고, 프랑스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 시계기술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개발하게 되었다. 오늘의 스위스를 막연히 잘살게 된 나라로 보지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는 잘살 이유가 있었다.

민족의 꽃 개나리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 2023 J. K. Kim

  한 국가 사회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 슬기로운 민족은 도약의 계기를 만들지만 어리석은 민족은 수렁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한다. 청석골 임꺽정 같은 도적이 생긴다는 것은 사회의 불안을 초래하지만 왜 이런 집단이 생겼는지, 조선조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으나 우리 사회는 반성이 없었다.

  홍명희 선생의 소설 임꺽정은 청석골 구성원이었던 서림의 배신으로 무너지고 임꺽정은 죽임을 당하지만 한 소설의 이야기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잘못했을 때, 가난할 때,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민족적 반성과 각성해야 한다. 단순히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일에서 끝난다면 영원히 발전은 없을 것이다. 오늘 우리 민족에게 이념 논쟁이 중요하지 않다. 이 민족이 어떻게 자유롭게 풍요롭게, 높은 정신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살아갈까? 국민적 각성이 절실하다.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 어리석은 백성들아, 서로 사랑의 기쁨을 나누자 ⓒ 2023 J. K. Kim

  한() 많은 삶은 끝내야 한다. 오늘 우리 의료체계는 대부분 국민이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또 국민의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했다. 불과 5, 60년 전의 우리들의 한을 풀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 오늘처럼 평등한 사회가 어디 있어 보았는가! 불법을 자행하는 자들 외에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고 당당하다. 단군 이래 처음 이루어진 일이다.

  미국 건국은 177674일이다. 하나의 나라가 건국되었다는 의미 그 이상에 이 세상에 처음으로 평등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건국된 것에 그 의미가 큰 것이다. 이때까지 임금이 있고 귀족이 있고 계급이 있는 사회였다. 미국 헌법은 영국에서 온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에서 내리기 전에 브래드퍼드(William Bradford)가 주축이 되어 메이플라워호 계약(Mayflower Compact; 16201111일 서명)을 체결했는데 이것이 뒤에 미국 헌정에 기초가 되었다.

3월의 개나리는 따스함과 생동감을 느끼게 하지, 서로에게서 느껴보자. ⓒ 2023 J. K. Kim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는 국민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개인의 각성이 있어서 자기 발전을 꾀하고, 마음껏 자기 역량을 발휘한다. 바로 포스트 모던(post modern)의 이상을 실현하는 사회이겠지, 통제와 억압된 사회에서는 도무지 이룰 수 없는 가치들이다. 대한민국은 바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했기 때문에 오늘의 발전을 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탁월한 식견과 애국심을 갖고 가난을 극복하려는 지도자가 있어서 오늘을 일구어낸 것이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구호였다.

  오늘 경제가 부흥하니 복지사회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복지사회를 이루면 재화의 재분배를 이루게 된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 사회주의 이상이 실현되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는 어느 하나만 가지고 사회의 조화를 이루면서 풍요롭고 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 어느 이념이 맞고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일면의 가치가 있어서 사회가 조화를 이루면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 평등, 풍요를 다 누리는 사회를 이룰 것이다.

진달래와 벚꽃은 서로 존재 가치가 있다. 이로 조화를 이루지, 하나의 생각만이 옳은 것이 아니다. ⓒ 2023 J. K. Kim

   우리나라 5, 60년 전의 가난은 오늘 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최빈국(最貧國)이었으니 가난에 대한 한이 뼈저렸다면 될는지, 오늘 우리의 부유함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선대(先代)의 피땀이 서려 있고, 그에는 피판 돈이 종잣돈이었고, 남의 나라에 가서 종노릇 하면 벌어온 돈이 종잣돈이 되었고, 근로자는 12시간 일했고, 어머니들은 허리띠 졸라매며 자식 교육했고, 가난을 극복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있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이를 잘 지켜나갈 책무가 있다.

북향(北向)한 산자락의 개나리는 강인하겠지, 왜? ⓒ 2023 J. K. Kim

  오늘 우리 사회를 보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내분이 너무 심해서 사회 기강이 무너지고, 산업이 무너지고, 체제가 무너지려 한다. 조금 잘살게 되니 이 지경에 이르러서 모든 것을 붕괴하려 하니 한탄스럽다. 모두는 잘못된 점을 알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국민이라도 각성이 있어야 새로운 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나 덴마크 같은 국민적 각성이 있을 때 나라를 지키고, 국민이 행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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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