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132. 가장 중요한 것

profkim 2025. 2. 1. 13:38

물 위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잘 안다. 그러나 수중(水中)의 아름다움은 모르나 신비(神祕)이다. ⓒ 2025 Edmond Port, Seattle, J. K. Kim

 

132.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한국전쟁이 있었다. 나도 피란민 생활을 했다. 1950년대 초 우리 사회는 무척 혼란스럽고 가난했다. 사는 것이 전투 같았다면 이해가 될까? 이런 어려웠던 시절에 읽었던 책이 많았다면 아이러니하다 해야겠지, 책 살 돈이 없어서 대여해서 읽은 책들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 중의 하나는 프랑스 과학소설 작가인 쥘 베른(Jules Gabriel Verne, 1828~1905)1870년 작품인 해저 2 만 리 (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였다. 당시 베른의 작품은 학생들에게는 무척 흥미진진한 소설이었고 인기가 높았다.

Edmond Port Ferry Seattle ⓒ 2025 J. K. Kim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쥘 베른의 작품은 지구 속 여행 (Voyage au centre de la Terre, 1864) 해저 2만리 (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 1870) 80일간의 세계 일주 (Le Tour du monde en quatre-vingts jours, 1873) 15 소년 표류기 (Deux ans de vacances, 1888) 등이 있어서 베스트 셀러가 된 작품들이다.

 

  최근에 나는 베른의 작품 해저 2 만 리를 다시 읽었다. 역시 재미가 있고 지리, 과학, 해양, 역사, 고고학 그리고 상상력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사실처럼 느껴진 것은 그만큼 리얼하게 글을 썼다는 이야기겠지, 반복해서 두 번을 읽었다.

산수유 열매를 보면서 그 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작가의 상상력은 어떤 것일까? ⓒ 2024 J. K. Kim

  작가는 1866년 대양(大洋)을 항해하는 선박들이 괴물 즉 일각(一角)고래를 보고하게 되고 세계 여론이 비등해서 미국 순양함 아브라함 링컨호(Abraham Lincoln)가 이 일각 고래 즉 괴물을 잡으러 떠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배에 프랑스의 해양학자 아로낙스(Aronnax) 박사와 그의 조수 콩세유(Conseil) 그리고 고래잡이 작살꾼 네드(Ned)가 탑승하여 떠나게 된다.

 

  지루한 탐색 항해에서 모두 지칠 무렵 네드가 괴물을 발견하게 되고 링컨호는 괴물과 대치하게 된다. 링컨호에서 대포를 발사하여 괴물을 공격했지만, 괴물을 잡지 못할 뿐 아니라 괴물이 링컨호를 공격하여 링컨호가 물 폭탄을 맞게 되는데 이때 아로낙스(Aronnax) 박사, 콩세유(Conseil)와 네드(Ned)가 바다로 떨어져서 괴물의 등위에서 괴물의 구조를 받게 된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튤립은 스스로 자기를 지켜나간다. 인간보다 더 강인하다. ⓒ 2015 J. K. Kim

  베른이 설정한 괴물은 고래가 아니라 잠수함(潛水艦)이었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네모 선장(Capitaine Nemo)과 같은 생각을 하는 선원들로 구성된 팀이 이 잠수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잠수함의 이름은 노틸러스호(Nautilus, 앵무조개라는 뜻)이며 식량을 위시하여 배가 항해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은 바다에서 공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배의 추진력은 전기라고 하니 그 당시에 강대국들의 군함에서조차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이 배는 이중 철판으로 만들어졌고, 배의 옆 철판을 열면 큰 압력에도 견딜 수 있는 유리창이 있어서 바다속에서 다양한 생명체를 만나는 경이로움을 더한다. 이 배를 우연히 탑승하게 된 아로낙스(Aronnax) 박사, 콩세유(Conseil)와 네드(Ned)는 다양한 종의 물고기와 그 색체와 모양에 감탄의 감탄을 더하게 된다. 노틸러스 호에서 비추는 빛은 많은 생명체를 배 근처로 모으게 되고 이 사람들의 구경거리는 더 다양해진 것이다.

부들의 번식을 세밀히 관찰하면 그 안에 우주의 아름다움이 있단다. ⓒ 2024 J. K. Kim

  노틸러스호는 홍해에서 지중해로 단 20분 만에 진입했다. 네모 선장은 1869년에 개통된 스에즈 운하(Suez Canal)를 통과한 것이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지만 홍해와 지중해 사이에 수중 터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수중 터널을 네모 선장은 발견하고 이 터널을 이용해서 지중해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중해에서 지부롤터 해협(Strait Gibraltar)을 거쳐서 대서양으로 나와서 노틸러스호는 남극을 향해 갔던 모양이다. 춘분(春分)에 남극을 갔다. 거의 이 시기에는 남극을 갈 수 없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때이다. 이때 이후 남극은 6개월간 밤이 계속되는 시기이다.

 

  노틸러스함의 네모 선장이나, 아로낙스 박사 등은 남극에 서서는 환희를 맛 보았을 것이다. 누구도 밟아보지 못했던 땅을 최초로 밟았다는 기쁨은 환희겠지,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로도덴드론이 꽃 피우기 위해서는 산소공급이 필수이다. ⓒ 2014 J. K. Kim

  남극을 확인하고 돌아 나오는 항로에서 노틸러스호가 빙하 속에 갇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빙하 하나가 뒤집히면서 노틸러스호의 진로를 막아 버린 것이다. 노틸러스호의 공기 공급 방법이 고래처럼 물 위로 올라가서 새 공기를 저장하는 방법이고 특별 장치로 압축공기를 저장하여 보관하는 방법을 부수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한정적이었다.

 

   노틸러스호의 사람들에게 죽음이 서서히 찾아오고 있었다. 첫째는 빙하가 더 얼어서 압사(壓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질식해서 죽는 것이다. 그런데 네모 선장은 노틸러스호에서 물을 끓여서 내보내는 방법으로 주변 온도를 높였다. 그러니 압사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수면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모두 질식사(窒息死)할 상황이었다.

죽어서 고목이 된 이 나무는 역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공기를 만나서 계속 산화하여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공기가 없으면 영원히 이 모습이겠지 ⓒ 2015 J. K. Kim

  노틸러스호 선원들은 얼음이 가장 엷은 아래쪽을 6m 나 파 내려가고 나머지 2m 두떼의 얼음은 배로 충격을 가해서 탈출하는 기적과 같은 일을 해냈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 공기가 희박해지고 아로낙스 박사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곧 죽음을 맞게 된 상황이다. 그런데 갑자기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고 아로낙스 박사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배가 물 위로 올라왔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조수 콩세유와 네드가 자신의 산소를 아로낙스 박사에게 나누어 주어서 소생했던 것이다. 콩세유나 네드 모두가 산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로낙스 박사를 살린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노틸러스호가 물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들은 남극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과 같은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이때 공기를 마시는 신선함, 역시 환희였겠지,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마시고 있는 공기가 잠시만 없어도 우리를 죽음의 문으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산다는 사실, 아무도 느끼지 않고 있다.

부들 번식에서 공기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 2024 J. K. Kim

  아로낙스 박사는 깨어나서 첫마디 말은 고맙다.”“네드와 콩세유는 지난 몇 시간 나를 죽음에서 구해 주었다.” 더 이상의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생명의 은인(恩人)이지, 질식 상황에서 소량의 공기가 갖는 값어치는 계산할 수 없다. 생명과 바꾸는 것이다. 지구상에 충만하게 존재하는 공기가 그런 가치가 있다니 우리의 삶에서 조금도 이를 느끼지 못하고 호흡을 한다. 호흡하면서 깊은 감사가 있는가? 무감각하다.

 

  어린아이가 몇 분간만이라도 뇌에 산소공급을 못 하면 사망에 이르던지 장애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늘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추구하는 것은 삶에서 조금 중요한 것이지 결정적인 것이 아니다. 너무 애쓰지 말라, 중요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성당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 어두운 세상을 밝혀 주면 좋겠네, ⓒ 2024 J. K. Kim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특히 공기 오염은 심각하다. 산업화로 인해 대기권에 구멍을 뚫고 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면 인간은 순식간에 대멸종을 맞이할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1967년에 일본을 여행한 일이 있었다. 동경 지하철 신주쿠역(新宿驛)을 빠져나오는데 지하역사에서 신선한 북해도 공기를 마시세요비닐에 공기를 넣어 팔고 그것을 사서 코에 대며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당시로서는 이해 할수 없었던 일이다.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호흡을 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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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