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이팝꽃의 밀어(密語)
참 가난했었지!
하얀 쌀밥 한 그릇
꿈이었다네
뜨끈한 고깃국에 윤기 흐르는 쌀밥
부잣집 밥상 너머의 이야기였지
오늘, 풍요로운 시대에
온 백성이 누리는 밥상
쌀밥은 건강에 나쁘다며
구수한 보리밥이 대접을 받는다네
고기보다는
채소가 건강에 좋다고
소식(小食)해야 한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남천(南川)의 이팝꽃
봄의 끝자락에
탐스레 피어나
나지막이 속삭인다.
어려웠던 시절의 눈물을 잊지 말라고
그 시절의 엄마를 잊지 말라고
그때 노동자를 잊지 말라고
희망의 꿈을 이루려 하던 지도자를 기억하라고
오늘의 눈부신 번영은
한순간에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오늘을 이룬 사람들의 역사를 잊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이팝꽃은 오랜 역사의 증인으로
빙그레 웃는다.
2025년 5월 2일(금)
ⓒ 2025 J. K. Kim
[작시(作詩) 노트]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는 20세기 중반의 우리나라 사회상을 알수 없다. 아이가 출생하면 집에는 냉장고, 냉방기, 자동차, 모든 가전제품은 으레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1970년대 냉장고나 텔레비전을 사려면 몇 년 계획을 세워야 샀다. 쌀밥을 먹고 산 집이 많지 않았다. 고난의 시대였다. 60년 전의 우리나라 모습이었다.
오늘의 번영을 이루는데 정치 지도자의 탁월한 식견이 있었고, 경제계 지도자들이 있었고, 하루 12시간 노동을 한 근로자가 있었다. 그리고 가정에는 엄마라 이름하는 사람이 아이들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쳤다. 오늘의 이룸은 피의 행군이었다. 이제 좀 잘 살게 되니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 오늘의 번영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 오늘 우리는 복지사회를 통해서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서 생산성을 높여 부를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재분배과정을 통해서 더 질 높은 복지사회를 이루어 가야 한다. 국가와 우리 사회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팝꽃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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