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7. 패션 시대

profkim 2020. 3. 13. 13:43

패션 시대

 


 

  

우리세대는 어려운 시절을 많이 보냈다. 초등학교 시절은 일제강점기로 세계 2차 대전을 치러 피난을 다녀야했고 중학교 시절은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고생을 하며 기차 화차 지붕에 올라타고 서울서 대구로 피난하는 수고를 하였다. 그뿐이겠는가 50년대 60년대에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빈곤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내가 대구대학교 교수로 처음 부임했을 때 월급이 10,500원이었는데 쌀 한 가마에 5,000여 원을 했으니 한 달 월급이라야 쌀 두 가마 값이고 월급의 대부분이 주식비로 들어갔다 그러니 내복 한 벌 사는데도 계획을 세우고 별러서 사야 했다. 그때 농촌에 본가가 있어 쌀이라도 갖다 먹는 집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쌀 한 가마 들여놓으면 저절로 배가 부르던 때였다.


물건을 사러 가면 꼭 물어보는 말이 있었다. “여보 주인 이 물건 수품이 좋소?” 이 물건 질긴가, 오래 쓰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러면 주인은 물론 질깁니다. 오래 씁니다. 라고 대답하여 물건의 견고함을 설명하고는 하였다. 이 때 싼 것이 비지떡이란 말이 있었다. 싼 것은 금방 못쓰게 된다는 말이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질긴 것, 오래 쓰는 것이었고 그런 것이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물건을 사러가서 이렇게 묻는 사람은 없다.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사회에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오늘 우리가 물건을 사는 기준은 오래 쓰고 질긴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것, 갖고 싶은 것, 내 개성에 맞는 것을 찾는다. 마음에 들면 사지만 마음에 안 들면 사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디자인의 시대라 하고 디자인 산업이 앞으로 크게 번성하게 될 것이다.


, 음식, , 가제도구, 학용품, 자동차 모든 것이 패션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이다. 책을 만들려면 내용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표지 디자인, 제본, 편집 모든 것이 새로운 패션에 따라야 한다. 이런 것들이 책 판매 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같은 종()의 자동차라도 어떤 해에는 많이 팔리고 어떤 해에는 판매가 떨어진다. 자동차의 성능, 고장율이 크게 달라져서가 아니라 자동차의 디자인을 잘못하면 판매고는 뚝 떨어지게 된다. 같은 차를 가지고도 디자인이 잘 되어 있으면 판매가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은 개성시대이다. 그래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의상, , 자동차 가재도구를 선택하고자 한다. 소비자의 개성에 부응한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은 날로 발전하지만 그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산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생명력은 기술력의 향상이 기본이 되지만 그 제품에 대한 인간공학적 접근, 시각적 디자인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개발해 내야 한다.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는 제품은 생존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시대의 기업은 대량생산체제는 소멸되고 소량 생산, 더 나아가 주문자 생산 방식에 의한 작품을 생산한다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어느 기업이든 패션을 주도하는 기업이 경제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교육의 외적 수요자인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사람은 아이디어맨(ideaman)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분명해 진다.


같은 양의 물질이 사용된 제품인데 디자인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부가가치 창출은 커지고 이들이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캐릭터 상품 하나가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가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은 것이지만 오늘 우리 학교가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를 우리 교육계는 검토하고 평가해야 한다. 학교가 캐릭터를 개발하는 교육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자유자재로 생각을 표출하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이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게 되고 자신의 표현이 다른 사람과 무엇이 공통성이 있으며 차이성은 무엇인지 터득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머리 속에서 아이디어가 뭉게구름처럼 떠오르도록 학교교육은 열려야 하고 학생에게는 자유가 부여되어서 표현이 자유롭게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 의식이 살아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읽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 원리는 교육, 예술, 문화, 사회, 경제 모든 부분의 지배 원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패션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 교육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을 길러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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