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8. 사랑의 조건

profkim 2020. 3. 13. 13:48

사랑의 조건

 


 

  

인간의 감정은 쾌와 불쾌로 나누어진다. 정서의 초기단계라고 생각된다. 이런 감정은 희로애락의 정서로 발전해 가게 된다. 정서의 속성 중 하나인 사랑은 인간이 지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겠다.

 

우리는 주변에 아주 많은 사람을 사랑하면서 산다. 그 중에는 가족이 으뜸일 것이고, 애인, 이웃 동료 등 수없이 많은 사람이 사랑의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 이들을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한다면 그들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음미해 보아야겠다.


나는 유아나 장애아 부모교육에서 수없이 많은 시간을 강의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당신들의 자녀를 사랑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엄마들의 표정은 정말 그것만은 자신 있다는 당당함과 자신만만한 그런 것이었다. 이때 나는 제2의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의 자녀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따져 보십시다. 그들의 무엇을 사랑하는 것입니까?” 그들의 미모, 공부 잘하는 것, 말 잘 듣는 것, 그들의 돈, 그들의 사회적 지위 등 그런 것입니까?“


부모들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대개가 확신성이 없다. 그들의 사랑의 대상은 그들 자녀 즉 사람에 있지 않았다. 그들 자녀의 행동이나 소유에 있었다. 사랑의 대상이 인간이었다면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의 사랑은 지속될 것이다.


수년 전 서울 모 대학 의과대학 내과 교수로 재직하는 분이 저녁 식사후의 여담으로 병원 풍경을 이야기하며 불효자들을 질타하는 여러 가지 모습을 열거하면서 마지막에 우리들에게 권고한 말이 생각난다. 자식들에게는 돈이 많다는 것을 항상 과시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특급병원 특실에 6개월 입원할 경비는 항시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이 시대의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생명처럼 연결된 사랑이 아니고 경제력으로 유지된다면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군상이 되지 않겠는가


성경의 십계명 중에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조항이 있다. ‘그렇게 하면 복 받을 것이라라고 기술하고 있다. 부모 공경 계명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무거운 멍에이겠는가? 이 세상에 이 계명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 공경이 왜 멍에가 되겠는가?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부모 공경하는 일은 쉽고, 가볍고, 즐겁고, 좋은 일이다.


자식을 기르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수고한 부모가 그것을 힘들다.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의 수고로 자식들의 앞날이 나날이 밝아진다면 무슨 수고인들 못하겠느냐 라는 것이 부모의 심리이다. 거기에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어려운 일과 수고가 결코 힘든 것이 아니다.


자식을 위해 많은 수고를 감내한 부모가 그 자식과 심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떻게 했는데, 네가 그럴 수 있느냐? 이렇게 이렇게 되기를 바라고 고생을 하였는데 너는 왜 그에 부응하지 못하느냐 등의 문제가 생긴다. 자식을 사랑한 것이 아니고 자식이 어떤 조건을 갖추었을 때 그것을 사랑한다는 뜻이 된다.


진정으로 한 인간을 사랑했다면 그가 어떤 길로 가든 어떤 결정을 하든, 어떻게 살아가든 그 사랑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사랑은 자녀나 부모의 조건과는 관계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


참된 사랑은 주고받는 쌍방적인 것이 아니다. 어느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다. 쌍방적 사랑은 조건적이어서 한 쪽이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한 쪽도 사랑하지 않게 된다.


교육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과 인간과 자연과 일을 사랑하도록 넓은 마음을 길러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서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이 자연학습을 통해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데 끝나면 자연파괴가 오고 자연 파괴는 인류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 학생들은 배워야 한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자연을 사랑함으로 함께 공존한다는 원리도 배워야 한다.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곧 인류가 공존하는 원리이다. 시기, 질투, 갈등, 투쟁은 우리사회 관계를 와해시키는 암과 같은 존재여서 종말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교육은 모든 학생이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실현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비평하지 말라. 우리는 그런 노력이 절실할 때를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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