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9. 즐거운 학교

profkim 2020. 3. 13. 13:55


즐거운 학교

 


 

  

우리는 오랜 세월 학교는 즐거운 곳이기보다는 괴로운 곳, 항상 의무와 같은 것을 느끼는 곳으로 생각해 왔다. 사실 학교가 즐거워서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항상 학습에 대한 부담, 과제에 대한 부담, 진로 준비에 대한 부담 등 수많은 부담을 갖고 다니는 것이 학교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항상 무엇이고 준비하는 곳이고 그래야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게 되어 있다.


오늘의 삶의 의미를 내일에서 찾고 있으니 보다 나은 내일 때문에 오늘이 희생되고 있으며, 이런 등식은 노년기까지 지속된다. 그 결과 평생 다가올 날을 위해 살게 되니 오늘이 즐거울 수가 없다.


학생은 학교생활이나 학습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 갈 때만 오늘의 의미가 있고 오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과 즐기는 것은 왜 별개의 것이라 생각하는가? 오락장에서는 학교학습활동보다도 더 가치롭지 못한 활동을 하면서도 즐기는데 학교는 왜 그렇지 못할까?


우리는 오랜 세월 학교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곳이고 그것이 힘들더라도 인내하면서 해내야 하고 그것이야 말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


학교는 내일을 위해서 준비하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오늘을 사는 아동이 오늘 그에게 가장 값진 일을 즐기게 해 주는 곳이어야 한다.

오늘을 가장 값지게 산다면 내일도 그럴 것이고 계속 그렇게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평생을 즐기며 살게 될 것이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 자유가 있어야 한다.


학교가 즐겁기 위해서 학습활동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로이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가 학생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이 그것을 학습하고 싶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앞으로 학교에서 선택의 기회는 더 넓어져야 하고 교육 내용은 생활에 밀착 되어져야 하며 학습방법 역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학교가 변해야 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학교 개혁을 해 나가야겠다.


우리교육은 몇 명의 스타를 만드는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예회에 출연하는 학생은 전문적 훈련을 받고 이에 출연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할애하여 연습을 한다. 그러면 이 아이와 다른 아이는 격이 생기게 되고 학교에는 몇 명의 스타와 수많은 청중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청중인 학생에게는 학예회가 얼마나 재미없는 일이겠는가? 전교생이 언제나 스스럼없이 참여할 수 있고 표현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현하도록 하면 학예회는 훨씬 재미있고 누구나 참여자가 될 것이다. 꼭 잘해야 된다는 생각은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하고 힘들게 하고 재미없게 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일상생활에서 그들이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표출하도록 하고 스스로 자신의 표현에서 어떤 것이 고쳐져야 하며 어떤 것은 좋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배우도록 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어야겠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오늘의 나이에 알맞은 행동을 하면 되고 능력을 가지면 되는 것이다. 애써 그들을 성인처럼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훈련시킨다면 학교는 지옥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치원 아이들이 청중 앞에 나와서 발표할 때 잘하면 박수를 보내 준다. 그들이 실수를 하면 더 많이 웃으며 박수도 보내 준다. 우리 학교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생은 항상 성공하고 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실패를 통해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운다. 실패 경험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가도록 해야 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즐겁고 재미있지 않은데 어떻게 활발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유치원은 재미있게 하고 중고등학교는 근엄해야 되는가? 대학은 학문하는 전당으로 시간과 노력을 다 바쳐야 하는 곳인가?


철학(philosophy)은 사랑(philo)와 지식(sophia)의 합성어이다. 지식을 사랑하는 것이 철학이다. 자라나는 세대가 지식을 사랑한다면 그들은 학문과 지식습득을 즐길 것이다.

우리는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고싶은 곳, 재미있는 곳, 유익한 곳으로 학교를 바꾸지 않는다면 능력 있는 아이를 기른다는 교육적 구호는 헛된 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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