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2. 스 승

profkim 2020. 3. 13. 14:19



스 승



 

 

 5월이 되면 스승의 날을 맞게 된다. 예의를 숭상하던 우리나라에서는 스승은 그 아버지와 동격으로 생각하여 높이 공경하는 습속이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전통이 오래 보존되기를 바라지만 시대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달라지면서 스승의 의미, 스승의 상, 사제의 관계도 점차 변하고 있다. 그러나 스승의 길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이 맥을 이어 갈 것이다.


스승의 날을 맞을 때마다 학부 1학년 학생들이 나에 대해 느낀 바를 각기 한 줄 씩 써서 카네이션 몇 송이와 건네주곤 해서 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사와 자라나는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씨를 느끼곤 하였다.


학생들의 글은 한결같이 감사하다는 것 그리고 건강하라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1학년 학생들은 3월에 나와 만나서 아직 며칠 되지도 않았으면서도 오랜 지기와 같은 글을 써주곤 하였다. 교사에게 천금보다 귀한 격려이며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들이라 생각된다.


나는 스승의 날을 맞을 때마다 스승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고귀하고 계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일이라 생각한다.


스승은 전문가, 지도자, 조언자, 자료제공자, 관리자 여행안내자, 코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학생과 평등한 한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무엇을 주는 사람이기보다는 다정한 친구로서 학생들로 하여금 무엇을 만들어내고, 할 수 있고, 뜻을 세우게 하는 도우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이고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믿음이 없는 사람은 남의 스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불신의 시대이다.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사회를 해체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사제간의 서로 감정이입이 될 수 있는 것은 신뢰일 것이다. 신뢰가 없으면 모든 것이 해체되기 때문에 불신은 암과 같은 것이다.


남의 스승 된 사람은 제자의 인격, 그의 결정, 그의 말을 믿어주고 그들이 하는 일을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번뇌와 고심이 있을 것이지만 교사는 학생들이 잘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스승이 되는 첫째 요소를 학생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는 지식의 전수자가 아니다. 지적 정보를 제공하고 또 지적 정보자원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게 하며 학생들이 이를 자기 것으로 전환시키도록 조언해주고 인도해 주는 것이다. 지식은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내적 세계에서 생성되고 구성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교사는 지적 접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지식을 사랑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지식을 사랑하는 자세를 기르게 된다.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무궁무진한 지식을 창출하게 되고 새로운 지적 세계로 나아가는 개척자가 된다. 사랑은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속에는 폭발적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폭발은 생의 전 과정을 통해서 지속될 것이다. 스승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할 수는 없지만 열정적 지적 탐구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삶과 학습양식을 일깨워 주어야 할 것이다.


스승의 길은 학생의 상위자나 귄위자나 지배자의 길이 아니라 평등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직 미숙한 학생들의 삶과 학습을 도와주고 조언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많은 학생들은 비인격적 대우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과 평등한 인간으로 수많은 담론을 통해서 선악 개념을 형성하고 행복의 소유자가 되도록 인도하여야 한다.


오늘 우리의 청년들을 보라! 죄의식이 없이 행해지는 매춘행위, 살인, 방화, 마약, 흡연 등 젊은이들의 심신을 좀먹는 행동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런 불법한 행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행위가 왜 죄인지를 모르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선악개념은 이분법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가 선이며 악인지 경계를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회는 그 나름대로의 에토스(ethos)를 갖는 것이고 수용되는 것과 거부되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는 교사와의 담론을 통해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사회의 스승은 학생들이 삶의 의미나 가치를 형성하도록 하기보다는 객관적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란 인습적 관념이 팽배해 있다. 단순한 지식의 전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명력이 없는 지식전달은 인간 황폐화를 가져오고 사회전체가 사막화되어 가게 된다. 사회적 유기성이 상실됨으로 사회해체가 일어나게 된다.


농업사회의 에토스는 마을의 장로들에 의해 젊은 세대에 전수되어 왔다. 산업사회는 보편 교육 개념이 도입되고 이에 따라 신교육학교가 형성되고 교사집단이 사회가치를 학생에게 전달하는 체제였다. 정보사회는 질적 사회이며 질적 사회는 주관주의적 사회로 개인 학생이 사회정신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형성하는 주체가 학생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을 지원해 주는 사람이다.


한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어 자기인생을 향유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사와 학생은 평등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산업사회에서 형성된 교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스승의 날을 맞게 되었다. 사제간의 애틋한 정을 나누는 날로서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스승 된 자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고 겸허한 마음으로 새 시대의 걸맞은 스승의 자세를 갖고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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