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22. 회 우(會 遇)

profkim 2020. 3. 14. 13:36


                          회 우(會 遇)

 

                                 

  

오랜만의 만남입니다.

세월의 빠름을 무엇으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요,

나이든 이에게는 해체의 시간이지요,

몸매도 퍼지고

시력도 나빠지고

청력도 가고

다리도 후둘 거리고

생각하는 능력도 무뎌지고

모든 기능이 쇠퇴하였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은

지난날들의 영상이 되살아나는 게기였습니다.

젊었을 때 활기차던 모습

바쁜 삶으로 옆을 돌아 볼 수 없었던 일

앞의 목표를 향해 숨차게 달리던 모습

옆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조차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오늘이 있고

또 내일이 있겠지요,

그리고 다음 세대가 있을 것입니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영상들

전쟁과 가난

피난과 화물열차 지붕에서 남으로 향하던 7일간

1950년 크리스마스이브

한강을 건너고

노량진 어느 지인의 집에서

뜬눈으로 피난 첫날밤을 보낸 일

그리고 대구에서 피난민 생활

  

각박하게 살던 때

어찌 너그러움이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그때

젊음이 있었고

활기찼고

생을 불태우는 용기가 있었습니다.

그 결실이 오늘이 아닐는지요?

인고(忍苦)의 세월이 지나고

오늘

노년의 아름다움을 노래합니다.

 



 

작시(作詩) 노트:   오랜만에 서울 식구들이 이 먼 곳 창녕을 찾아 주어서 반가움으로 회우를 했다. 젊었을 때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 노년의 모습들이다. 세월을 탓할 수야 있겠는가? 그냥 자연인 걸 가을 이라 해서 봄여름에 뒤질 것은 없다. 더 난숙한 아름다움이 있고 경륜에서 오는 노련함이 배어있었다. 언어도 행동도 더 친숙하고 정이 배어있음을 느꼈다. 노년을 사는 가족들에게서 넉넉한 마음을 느꼈다.


20184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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