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3. 전자 교과서(디지털 교실)

profkim 2020. 3. 15. 14:32



전자 교과서(디지털 교실)

 


 

  

정보사회의 교육은 맞춤교육이어야 한다. 남의 다리를 긁는 교육은 의미가 없다. 개인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공급하고 개인의 특성에 따라 교육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


인습적 학교에는 교과서가 있고 교과서는 학급 학생 누구에게나 동일하고 진도나 수업방법 역시 동일한 획일적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런 학교에서 질적 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디지털 교실이 필요하게 되었다.


책으로 된 교과서는 그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교과서가 융통성이 없어서 개인 학생에게 맞춘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나는 제7차 특수학교 교육과정 개정위원장으로서 탈현대에 기초를 둔 교육과정을 만든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는다.


교육과정의 후속 작업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위탁한 교과서 개발을 책임지게 되었다. 단순히 교과서만을 개발한다면 쉬운 일일 수 있으나 전통적 교과서를 만드는 데 대한 비판이 크게 부각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과서의 디지털화를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교과서는 교사가 교과내용을 재편집,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부와 여러 번 절충한 끝에 교사용지도서는 전자도서로 만들도록 허락을 얻었다.


나는 전자도서로 개발하여야 개인 학생의 욕구에 부응한 교육내용의 재구성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전자도서는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이 자유자재로 그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특수학교 기본교육과정 7개 교과에 교사용 지도서 7, 교과서 21권이 모든 전자도서로 개발하였다.

교육부가 교사용지도서 7권에 대해 전자도서 제작비를 주었으나 교과서 21권까지 모두 전자도서로 개발했다. 교과서를 전자도서화 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 21권과 교사용 지도서 7(8,700여면)의 전자도서 용량은 760 메가바이트이다. 디스켓 1장에 6개 교과분을 저장하고 1개 교과만 별도로 저장하여 모두 2장이면 되니 학생이나 교사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199810월에 교과서 개발을 시작하였는데 교과서 집필자들은 전자도서에 대해 회의가 컸었다. 우선 해 보지 않았던 일이고, 전자도서를 본 일도 없고, 학교의 전자 환경도 여의치 못하여 기꺼이 동의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너무 일찍 서두르는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199910월에 이런 우려는 말끔히 씻겨 졌다.


전자도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던 사람이 작년에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1년 사이에 전자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이다.


전자도서가 문제해결의 전능자는 아니다. 그러나 질적 교육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도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전자도서의 가장 큰 장점은 첫째, 교사나 학부모가 학습내용을 재구성함으로써 학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하면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 일을 전자도서가 하게 된다. 교사나 학부모는 교과서 집필자가 되었으며 맞춤교육을 주도하게 되었다.


교육부가 제작한 것은 학습자료 중 하나이고 이 자료는 필요한 사람이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때 그 내용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교사는 전자도서와 인터넷에서 많은 자료를 가져다 재편집할 수 있다. 학부모도 가정에서 자녀의 학습 내용을 재구성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학교와 가정 사이에 e-mail을 통해서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이 가능하게 된다.


또 이 전자도서를 보완하기 위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개발하게 되어 전자교과서 내용의 약 30%정도를 지원하게 되었으며 이 자료는 현재 인터넷으로 공급(edunet)되고 있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전자도서를 활용하게 되었다.


둘째, 전자도서를 통해서 모든 교과를 연계시킬 수 있다. 국어시간에 국어 학습활동과 다른 교과의 관련학습활동을 동시에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교과간 통합이 가능하다. 이런 일을 종이 교과서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전자도서는 디지털 교실을 가능하게 하고 자료의 무궁무진한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을 주기적으로 개정하고 있으나 오늘과 같은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매년 그 내용이 삭제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수시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 전자도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기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우리 주변의 정보는 촌각을 다투어 변화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만들고 그에 의해 교과서를 만들고 나면 벌써 우리사회 정보는 더 변해 있어서 결국 학교의 학습내용은 구시대적인 것을 다루는 결과가 된다. 전자도서는 정보사회의 지원중심 교육을 수행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다. 그리고 급속도로 발전해 가게 될 것이다.

 

이 글은 20여년 전에 제작한 학습 자료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론 오늘에 이야기가 아니나 그때 이런 시도가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발전된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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