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44. 치악(雉岳)에 오르며

profkim 2020. 3. 19. 14:28



                       치악(雉岳)에 오르며

 

 

 

 

깊은 계곡

짙어가는 녹색의 밀도

젖무덤같이 부드러운 능선의 유연함

꽉 차오르는 싱그러움

맑은 물 흐르는 소리

풀 벌래 소리

치악(雉岳)에 오르는 길

 

천년고찰의 은둔 지

오랜 세월 감추어져 있던 비경

길이 열리고

자동차가 생기고

인간의 욕망은 단번에

모든 것을 벗겨 버렸다.

그리고 다 드러내놓은 나신(裸身)

 

자연은 그저 아름다운 것

조화가

질서가

심연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희열이

인간의 욕심은

조화와 질서를 깨고

삭막함을

자연에 어우러지지 않는 인위

허전한 마음의 아픔

 

사람들은 자연을 말하나

자연과 어우르지 못하고

자연의 심성을 알지 못한다.

제 멋대로

꽂고

세우고

열고 막는다.

  

산야는 있는 그대로

넉넉하고

아름다운 것

 


작시(作詩) 노트: 치악산 국립공원의 구룡사(龜龍寺)를 탐방했다.

치악에 오르며 훼손된 자연과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심산유곡까지 모두 인위가 판치는 오즘

우리의 심성인들 훼손되지 않았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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