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43. 바 람

profkim 2020. 3. 19. 14:17



                           바    람

 

 

 

 

계곡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땀을 식히기에 족하다

높은 산이 계곡으로 연결될 때

맑고 찬 기운이 더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 잡는 그물망을

빽빽한 나무 사이를

바위 사이를

거침없이 빠져 흐른다.

인생도 그리 살면 좋으련만

 

바람이 절벽을 만나

싸우지 않고 돌아간다.

자연스레 그의 갈 길을 간다.

자취도 없이

 

산봉우리를 넘는다.

그저 산이 생긴 그대로 능선을 따라 흐른다.

불평도

불만도 없이

그리고 뭇 생명을 흔들어 일깨워

삶의 활력을 더한다.

 

성난 바람은

아름드리나무를

뿌리째 뽑아낸다.

괴력

돌을 날리고

지붕을 헐어낸다

방파제를 붕괴시키고

배를 바다 속에 처박는다.

전능자의 힘

거부할 수 없는 힘


  

작시(作詩) 노트: 바람은 자유자재이다. 인간의 삶이 어찌 그리 되겠는가!

이런 소망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을까!

바람은 온유한 품성을 지녔지만 결단력을 갖고

세상을 호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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